[커버스타]
[박시후] 아직 잘 모르는 사내
2012-11-05
글 : 김성훈
사진 : 최성열
생애 첫 영화 나들이, 박시후

영화배우 박시후라니. 낯설었다. 지난해 겨울 <내가 살인범이다> 영풍문고 시퀀스 촬영현장에서 박시후를 만났을 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잠깐. 오해하지 말자. 그가 스크린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뜻으로 한 생각은 절대 아니니까. 박시후 하면 드라마 <역전의 여왕>(2011)이나 <공주의 남자>(2011) 등 텔레비전 화면 속 그가 익숙한 게 사실이다. 그 역시 자신의 첫 영화 출연이 다소 낯설게 느껴지나보다. 스튜디오의 벽에 붙은 여러 배우들의 사진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사진기자가 찍은 테스트 컷을 꼼꼼하게 확인하는 등 난생처음 경험한 표지 진행에 적극적이었기 때문이다. “홍보 활동도 시작됐고. 거리에 영화 광고도 많이 하더라. 관객 반응도 궁금하고. 첫 영화라 그런지 무척 설렌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통 알 수 없는 남자. <내가 살인범이다>에서 박시후가 연기한 이두석은 이상한 연쇄살인범이다. 공소시효가 지난 뒤 자신의 살인 행각을 담은 <내가 살인범이다>라는 제목의 참회록을 들고 대중 앞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돈방석에 앉고 싶어서? 아니면 대중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싶어서? 그의 속내를 정확하게 알 순 없지만, 이두석이 정상적인 인간은 아니라는 것, 그리고 배우로서 이두석은 날마다 만날 수 있는 캐릭터가 아닌 건 분명하다.

박시후가 자신의 첫 영화로 <내가 살인범이다>를 선택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라고 한다. 그러나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때 출연이 썩 내키진 않았다고. 당시 막바지 촬영 중이었던 사극드라마 <공주의 남자> 종영 이틀 뒤가 영화의 크랭크인 날짜였기 때문이다. “말이 안되는 상황이었다. (웃음) 보통 크랭크인 한두달 전에 캐릭터를 준비하잖나. 드라마 때문에 체력도 바닥났던 터라 쉬고 싶기도 했고. 그래서 처음에는 고사하려고 했다. 그런데 슬쩍 흘려준 영화의 줄거리를 듣고 시나리오를 읽어봤다. 재미있더라. 실제로 그런 살인범이 있을진 모르겠지만 이야기 안에서 캐릭터에 공감이 많이 갔다. 또 정재영 선배도 하신다니까 그분께 살짝 묻어갈 수 있겠다 싶기도 했고.” 다소 무리한 촬영일정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과감하게 모험을 택했다.

대사와 행동을 밖으로 내지르는 모습이 특징인 최형구(정재영) 형사와 달리 이두석은 외부의 자극에 거의 반응을 하지 않는 포커페이스 같은 역할이다. 이두석이 거의 무표정을 유지하는 것도 그 때문이라고. “평소 주변 사람들로부터 그런 얘기를 많이 들었다. 무표정일 때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사실 멍때리고 있는 건데. (웃음)” 평소 자신의 습관 혹은 얼굴이 이두석의 얼굴을 만드는 데 반영이 된 것이다. 캐릭터도 캐릭터이지만 한편의 영화를 경험했다는 사실이 배우로서 큰 공부가 됐다고 한다. “드라마와 많이 다르더라. 드라마는 빨리 찍는 반면 영화는 한 신을 몇 시간씩 촬영하더라. 감정과 호흡을 계속 유지하는 게 이렇게 힘든 일인 줄 몰랐다.”

그의 얘기를 듣고 있노라면 첫 작품에 대한 아쉬움보다는 뿌듯함이 더 많이 느껴진다. “물론 일정 때문에 미리 준비하지 못해 아쉽기도 하다. 그럼에도 고생도 많이 했고, 첫 작품이라 애착도 많고. 솔직히 만족스럽다. (스크린의 자신의 모습이 낯설진 않더냐고 묻자) 잘 나오던데? 안 낯설더라.” 그의 차기작은 12월 방영예정인 SBS 주말드라마 <청담동 앨리스>로, 세계적인 명품유통회사 회장을 맡아 문근영과 호흡을 맞춘다. 캐릭터가 재벌이라 ‘엄친아’ 같은 이미지가 떠오르던 중, 박시후가 “망가지는 모습이 많을 거”라고 성급한 추측을 막는다. 12월은 아직 멀었다. 어쨌거나 TV 스타의 곱상하고 작은 얼굴이 큰 스크린으로 옮겨가 희대의 살인마가 된 건 흥미로운 변화인 것 같다.

<씨네21> SNS를 통해 받은 독자들의 질문

-사이코패스를 연기할 때 롤모델이 있었는지 궁금해요. 있었다면 누구였고, 왜? _ yodnic22(트위터)
=없었어요. 드라마가 끝나자마자 바로 촬영 들어가야 하는 일정이라 롤모델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어요. 다만, 사이코패스와 관련한 인상적인 배우는 있어요. <프라이멀 피어>의 에드워드 노튼. 영화 내내 속내를 감추고 있다가 한순간에 돌변하는 연기가 무척 인상적이었어요. 언젠가 저도 그런 연기를 해보고 싶어요.

-입술색 관리 방법이 따로 있나요? 어떻게 하면 그렇게 붉고 매혹적인(!) 입술색을 가질 수 있는지 궁금하네요. _ 밀티크(미투데이)
=(정재영이 박시후의 입술을 잠깐 쳐다보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아, 좋게 봐주셔서 감사한데, 입술을 따로 관리를 받거나 그러진 않아요. (웃음)

스타일리스트 김미형·의상협찬 로드앤테일러, SEAD by 박창모, 텐디, 송지오컬렉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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