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거칠한 난폭한 세계 <방과 후 미드나이터즈>
2012-11-07
글 : 윤혜지

명문인 세인트클레어초등학교에 견학 온 호기심 많은 유치원생 마코(도마쓰 하루카), 미코(우란 사키코), 무츠코(고토부키 미나코)는 출입이 금지된 과학실에 몰래 들어가 놀기로 한다. 인체해부 모형을 발견한 꼬마들은 모형에 온갖 낙서를 하고 사라진다. 자정이 되고, 인체 모형은 생명을 얻는다. 천재과학자를 자칭하는 인체해부 모형 큔스트레키(야마데라 고이치)는 꼬마들의 낙서에 분노해 부하 고스(다구치 히로마사)와 함께 꼬마들에게 복수하기 위한 계획을 세운다. ‘방과 후의 미드나이트 파티’를 열어 유인에 성공한 큔스트레키는 꼬마들을 이용해 소원을 이뤄주는 메달 세개를 손에 넣으려 한다. 하지만 꼬마들은 큔스트레키의 생각만큼 호락호락하지 않다.

<방과 후 미드나이터즈>는 다케키요 히토시 감독의 6분짜리 단편 <방과 후 미드나이트>에서 출발한 작품이다. 인체 모형의 신나는 밤을 다룬 짧은 에피소드는 세 꼬마와 유령들이 뒤엉켜 벌이는 거친 소동극으로 발전했다. 다케키요 히토시 감독은 영상집단 ‘KOO-KI’를 조직해 각종 이벤트 영상, TV CF, 게임 오프닝 타이틀 등 장르와 미디어를 종횡무진하며 영상작가로 활동한 바 있다.

그가 처음으로 시도한 장편애니메이션인 <방과 후 미드나이터즈>는 그의 독특한 표현력이 잘 녹아든 재기발랄한 데뷔작이다. 특히 기존의 일본 애니메이션이 밟아온 형식적 틀에서 벗어나 있다는 점이 이색적이다. <방과 후 미드나이터즈>는 모션 그래픽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3D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었는데 그림의 형태가 일반적인 재패니메이션에서 볼 수 있는 스타일과는 상당히 다르다. 일본보다는 오히려 미국의 현대 애니메이션에서 더 자주 볼 수 있는 방식의 작화를 시도했으며, 종종 눈에 띄는 설정은 80년대 할리우드 SF영화에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인정사정없는 슬랩스틱, 미치광이 과학자와 그가 개발한 타임머신, 그리고 종잡을 수 없는 악동의 모험이라는 설정에서는 80년대 할리우드 SF영화의 향기가 짙게 피어오른다. 방점을 찍는 것은 타이틀이다. 2012년에 제작된 <방과 후 미드나이터즈>의 타이틀 모양은 80년대에 만들어진 대다수 할리우드 SF나 호러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이는 ‘향기’에 그칠 뿐 <방과 후 미드나이터즈>의 스토리 자체는 대단히 순진하고 밝게 이어지며 일반적인 아동용 어드벤처로 손색없는 엔딩을 맞는다. 틈없이 정직하게 ‘아동용’인 나머지 한편으로는 아쉬운 마음마저 든다. 다수의 부드러운 2D애니메이션이 살짝 지루했던 관객이라면 <방과 후 미드나이터즈>의 거칠고 난폭한 세계로 짧은 모험을 떠나보는 것도 좋겠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새로운 면모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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