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 서울광장 콘서트가 열리던 날, 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내렸다. 11월16일 오후 8시. <26년> 제작진과 함께 불타는 금요일을 보내려 한 사람들이 우산을 들거나 우비를 챙겨입고 서울시청 앞에 운집했다. 콘서트는 장미여관과 브로콜리너마저의 축하공연으로 시작됐다. 체온이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사람들은 소리를 지르거나 방방 뛰어야 했다. 비록 그 함성이 빗소리에 묻혀 멀리까지 퍼지지는 못했지만, <26년>에 참여한 배우와 스탭들의 마음속엔 깊이 박히고도 남았을 거다.
축하공연이 끝나고 <26년>의 배우와 원작자 강풀 작가가 무대에 섰다. 진배 역의 진구, 미진 역의 한혜진, 갑세 역의 이경영, 주안 역의 배수빈, 정혁 역의 임슬옹, 그 사람 역의 장광, 최 계장 역의 김의성, 마상렬 역의 조덕제는 겨울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콘서트를 찾아준 시민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경영은 “오늘 이 자리에 참석 못하신 분도 있을 텐데, 그분들은 빗방울이 되어 여기 오신 거라 생각한다”고 자못 시적인 얘기를 꺼냈다. 한혜진은 영화를 촬영하는 동안 “홍일점이라 행복했다”며 <26년>을 통해 누린 기쁨을 전했고, 김의성은 “총도, 추리닝도 참 잘 어울렸다”며 여배우를 거들었다. 배우들에게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던 사회자 류시현은 강풀 작가에게 <26년>의 예상 스코어를 물었다. “지금까지 내 웹툰이 6번 영화로 만들어졌는데 한번도 예상이 맞은 적이 없었다”고 운을 뗀 강풀은 “다만 그 6편의 흥행성적을 모두 합친 것보다 더 스코어가 잘 나왔으면 좋겠다”고 <26년>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배우들이 내려간 무대는 가수 이승환이 이어받았다. 이승환은 “갑 중의 갑인 투자자”의 자격으로 <26년> 홍보에 참여하고 있으나 “최용배 대표님이 자꾸 <개그콘서트>의 ‘멘붕스쿨’에 나가라 한다”며 “악덕 제작사의 대표를 고발한다”고 자신의 신세를 한탄했다. 자신의 대표곡 6곡으로 분위기를 띄운 이승환은 마지막으로 <26년>의 주제곡 <꽃>을 불렀다. 2003년에 발표한 앨범 《His Ballad II》에 수록된 곡 <꽃>은 이번에 <26년>의 주제곡으로 재탄생했다. 윤상, 윤도현, 호란 등 11명의 가수가 파트를 나눠 노래를 불렀고, 후렴구의 합창에는 40여명의 뮤지션과 <26년>의 배우들이 참여했다. 많은 사람들이 <26년>을 보았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이승환은 <꽃>의 음원을 무료로 공개했다. <26년>을 제작한 최용배 대표는 콘서트가 시작되기 전 무대에 올라 이렇게 외쳤다. “<26년> 만들었다! 우리가 만들었다!” 그 말에 <26년>의 의미가 담겨 있다. 또한 그 말은 <26년>이 기어코 세상의 빛을 볼 수 있도록 힘쓴 스탭, 배우, 제작두레 회원 그리고 영화에 응원을 보낸 모든 이들에게 전하는 감사의 인사였다.
이승환의 팬일까, 임슬옹의 팬일까, 진구의 팬일까, 한혜진의 팬일까. 겨울비가 내림에도 불구하고 일찍 광장을 찾아 앞줄에 자리잡은 이들은 어쨌거나 <26년>의 팬들일 터.
<26년>의 캐릭터 영상이 소개되고 있다. 웹툰 속 ‘그 사람’과 영화 속 ‘그 사람’의 싱크로율이 상당히 높다.
<꽃>의 후렴부를 이승환과 배우들이 함께 부르는 동안 스크린엔 제작두레 회원 1만5천명의 이름이 올라갔다.
열악한 환경에서도 열창 중인 라이브의 황제 이승환. “투자자를 너무 홀대하는 것 같다”던 그는 “대신 시사회 때 여배우 뒷자리 꼭 맡아줘야 한다”고 최용배 대표를 압박했다.
<26년>의 보물 같은 배우들 한혜진, 진구, 김의성, 이경영(왼쪽부터). 배우 김의성은 “<26년>이 1천만 관객을 돌파하면 1980년생 518명에게 무료 단체관람을 시켜주겠다”고 공약을 내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