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타]
[지성] 오랜 친구처럼
2012-12-10
글 : 송경원
사진 : 오계옥
현승 역의 지성

바르고 반듯하고 올곧다. 낮고 정갈한 목소리, 곧추세운 허리와 어깨, 당당한 눈빛에서 오는 신뢰가 그의 주변을 그런 공기로 채워나간다. 친구들과 골목에서 뛰어놀던 어린 시절 언제나 정의의 편 역할만 도맡아 했을 것 같은 친구, 교과서에 실린 정답 같은 배우, 지성은 처음부터 바르고 성실한 캐릭터로 작품의 중심에 서 있었다. 아니, 그가 등장하는 순간 맡은 역할에 관계없이 바르고 성실한 인물이 되어버린다고 보는 편이 더 정확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믿음직하고 사귀고 싶은 사람임에는 분명하다. 그간 영화보다 드라마에서 자주 볼 수 있었던 이유를 묻는 질문에 “일부러 그런 건 아니다. 나에게 도움을 주신 분들께 도움이 되어드리고 싶었다. 그분들이 부르면 두말 않고 달려갔고 그러다보니 늘 스케줄이 미리 잡혀버려서 영화를 할 타이밍이 좀처럼 맞지 않았을 뿐”이라는 그의 대답을 듣노라면 진정 곁에 두고 오래 사귀고 싶은 사람이란 생각이 절로 인다. 자연인 지성은 기본적으로 사람을 끄는 인덕과 어떤 캐릭터든 자신의 중심으로 당겨와 ‘지성스럽게’ 만들어버리는 강렬한 중력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배우 지성으로서는 답답한 측면도 없지 않아 있었을 것이다. 대개 관객을 뒤흔드는 비극의 정서는 어둡고 습한 곳에서 꽃피우기에 배우라면 누구나 뒤틀리고 강렬한 역할을 한번쯤 맡아보고 싶기 마련이다. 완전히 바닥까지 내려가는 악역을 해보고 싶진 않느냐는 우문에 “역할을 정해놓고 나를 끼워맞추고 싶진 않다. 연기 변신에 매달리기보다는 잘할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는 자연스러움이 중요하다”는 현답이 되돌아온다. 욕심 부리다 걸음이 꼬인 숱한 배우들과는 대조되는 행보. 보는 이의 기쁨과 작품의 설득력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배우 지성의 발걸음에서 자신에 대한 믿음과 대중에 대한 배려를 읽을 수 있다.

<나의 PS 파트너>에서의 현승은 그 결과물이다. 젊음을 바쳐 매달린 음악이라는 긴 터널은 끝이 안 보이고 이에 지쳐 연인마저 떠나간다. 꿈과 사랑을 놓친 청춘이 방황하는 건 여기가 어디인지, 언제쯤 이 시련이 끝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럴수록 자신감도 없어지고 사람이 점점 추레해진다. 여자친구를 떠나보내고 돼지우리 같은 집에서 뒹굴며 밤새도록 퍼먹은 술을 게워내는 현승의 뒷모습은 정말 꼴사납고, 그래서 공감이 간다. 이 평범하고 순수한 남자는 누구나 한번쯤 경험해봤음직한 우리의 자화상이다. “나도 배우라는 꿈을 이루지 못했다면 현승처럼 됐을지도 모르겠다. 꿈은 내 삶에서 무척 중요한 부분이기에 내가 좋아하고 있는 일을 하는 것 자체가 삶에 용기를 준다. 나도 현승에게 용기를 심어주고 싶었다. 지금도 잘하고 있고, 잘할 수 있다는 말을 건네고 싶었다.” 과장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현승이라는 옷을 입었던 지성은 오랜 친구처럼 현승에게 말을 건넨다.

다소 비현실적인 설정과 몇몇 장면이 무리없이 넘어가는 것은 이러한 지성의 솔직하고 순수한 마음가짐 때문일 것이다. “제이크 질렌홀, 앤 해서웨이 주연의 <러브&드럭스>를 재밌게 봤다. 한국에는 왜 저런 이야기가 없을까 아쉬워하던 찰나 시나리오가 들어왔고 요즘 세대를 위로해줄 솔직, 발칙한 영화가 되겠다 싶어 흔쾌히 결정했다.” 그의 말처럼 영화 속 현승은 우리에게 끊임없이 위로를 건넨다. “소재가 소재인 만큼 초반에는 공감하기 쉽지 않은 부분도 있었지만 점점 현승에게 공감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관객도 함께 젖어들어갈 수 있도록 진심을 담아내려고 노력했다”는 그는 믿음직한 배우이자 친구가 되어 관객에게 말을 건넨다. “사랑을 앞두고 있거나 슬럼프에 빠진 분들이 보시고 힘을 얻었으면 좋겠다. 용기있게 살고, 사랑하시라”는 그의 마지막 당부에는 영화 속 순수한 청년 현승과 믿음직한 배우 지성의 목소리가 겹쳐져 있다.

<씨네21> SNS를 통해 받은 독자들의 질문

-얼굴 상관없이 ‘전화 목소리’가 매력적인 동료 배우를 꼽는다면? _Bigfish(미투데이)
=가수 김범수? (웃음) 드라마 <보스를 지켜라>에 함께 출연했던 김재중의 목소리가 정말 매력적인 것 같다. 처음에는 별 매력을 못 느꼈는데. (웃음) 차츰 왜 인기가 있는지 알게 되더라. 들을수록 호감이 가는 음성이다.

-실제로 그런 전화가 오면 어떻게 응대할 건가요? _Sonreirse AJ(페이스북)
=끊어버려야지. 막상 진짜 그런 전화를 받으면 기분이 좋을 것 같진 않다. 당황스러울 것 같기도 하고. (웃음)

스타일리스트 박만현 의상협찬 카루소, 라코스테 라이브, 아페세, 바이크 리페어 샵, 곽현주 컬렉션, 에잇 세컨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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