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타]
[김아중] 늘 당당하게
2012-12-10
글 : 주성철
사진 : 오계옥
윤정 역의 김아중

윤정(김아중)은 이미 사랑이 끝나가고 있음을 알고 있다. 그래도 세상에 이 남자뿐이라는 생각 때문인지, 혹은 좀더 애쓰면 다시 관계가 회복될 거라는 생각 때문인지 비장의 이벤트를 준비한다. 수화기 너머 남자친구에게 앙큼한 목소리와 발칙한 신음소리로 절정을 향해 달려가는 것. 하지만 전화기를 바꾼 지 얼마 안되어 실수로 그만 딴 남자에게 전화를 걸고 말았다. 영화는 이후 오랜 남자친구 승준(강경준)과 그날 이후 PS 파트너가 된 현승(지성) 사이를 오가는 윤정의 내면을 따라간다. 김아중에게 얼마나 감정이입을 하느냐, 바꿔 말해 김아중이 윤정을 얼마나 생생한 현실의 인간으로 만드느냐에 따라 이야기의 결이 달라지는 영화다.

김아중은 무엇보다 윤정을 온전한 자기 것으로 만들고 싶었다. 두살 많은 남자 감독인 변성현과 친구처럼 부대끼며 많은 아이디어를 냈고, 이제껏 출연한 다른 작품들과 비교하자면 애드리브도 서슴지 않았다. “이번 작품은 일단 가볍고 편안하고 밝게 가고 싶었다. 맨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는 정말 내성적이고 우울한 캐릭터였다. 변성현 감독님도 처음 만난 자리에서 <언페이스풀>의 다이앤 레인 같은 느낌을 원하더라. 그런데 나는 내가 연기하는 윤정이 좀더 주체적이었으면 했다. 만나고 헤어지고 ‘밀당’하고 그러는 가운데 ‘아무것도 몰라요’ 그런 식은 싫었다. 그런데 많은 남자 감독들은 그냥 그런 여자를 좋아하더라. 그게 남자들의 로망인가? (웃음) 이번 영화에서는 힘들었지만 다음에는 꼭 그런 여자 캐릭터를 해보고 싶다.”

<나의 PS 파트너>에는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는 설렘도 있지만 현재의 권태를 극복하는 나른함이 함께 있다. 윤정은 사내연애를 하다가 결혼 때문에 직장을 그만둔, 정말 현실 어딘가에서 꼭 만날 것 같은 인물이다. 어느덧 서른이 된 김아중에게 ‘실제 나이대의 캐릭터’를 연기한다는 것은 무척 흥미로우면서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결혼을 꿈꾸는 평범한 여자의 이야기, 라고 정리할지도 모르겠지만 사실 더 복잡하다. 더군다나 한번도 결혼을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그걸 갈망하는 여자의 마음을 가늠하기 힘들다. 진짜 그 나이대의 여자가 보면 공감할 만한 현실의 이야기라는 것이 가장 중요한 지점이었다.”

실제로 김아중에게도 지난 1~2년간은 그런 고민의 시간이었다. 결혼을 고민했다는 얘기가 아니라 이전의 김아중에서 벗어나 다른 곳으로 도약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또래 친구들이 서른 넘어가면서 결혼과 타협할 건가, 아니면 직장에서 투사가 될 것인가, 그런 고민들을 하는데 나에게도 그런 시기가 있었다. 사실은 얼마 안됐다. 지난해 드라마 <싸인>을 하면서 이야기에 눌려 지냈다는 생각에 좀 밝은 느낌으로 <나의 PS 파트너>를 하고 싶었고, 결국 배우의 고민은 작품으로 풀어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렇게 김아중은 그 어떤 영화보다 적극적으로 캐릭터에 뛰어들었고 크랭크업한 다음 날 변성현 감독에게서 다음과 같은 말을 들었다. “아중씨가 원한 윤정과 내가 원한 윤정, 딱 반반씩 들어간 거 같다.”

마지막으로 넌지시 ‘<미녀는 괴로워>의 김아중’에 대해 물었다. 어쩌면 영영 따라다닐지도 모를 꼬리표다. 하지만 오히려 ‘쿨’했다. 쿨한 척하는 게 아니라 진짜 쿨.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부담스럽지 않다. 나로서는 앞으로 넘어야 할 산 같은 대표작이라도 하나 있는 게 어딘가. (웃음) 그래서 늘 뭔가와 싸우는 기분이 든다. 다만 그 이미지를 좋아하고 계속 그걸 보고 싶어 하는 분들에게는, 내가 새로운 걸 해보려는 시도가 서운할 수는 있을 거다. 하지만 나도 이제 나이가 들어가고 자연스럽게 다양한 걸 시도해보고 싶다. 배우 김아중이 앞으로 찾아갈 ‘재미’를 좀더 지지해주셨으면 좋겠다.” 배우 김아중의 다짐이자 2013년을 향한 약속이다.

<씨네21> SNS를 통해 받은 독자들의 질문

-연기할 때 특별히 참고한 게 있다면? _밍브라우늬(미투데이)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나 <펀치 드렁크 러브> 등이 보였으면 좋겠다. 멕 라이언처럼 순수하고 귀엽고 카메론 디아즈처럼 능동적인 캐릭터, 다 좋다. 우리나라에서도 능동적이고 호불호가 뚜렷한 여성 캐릭터가 나왔으면 좋겠다.

-직설적이고 수위가 높아 보이는데, 그로 인한 어려움이라면? _봄날의곰(미투데이)
=본질적인 걸 많이 요구했다. 여배우로서 야한 대사나 설정들을 빼달라고 할 줄 알았는데 그러지 않아서 감독님도 의외였다고 했다. 코르셋 입고 쇼하는 장면도 내가 하자고 한 거고 무척 좋아하셨다. (웃음)

스타일리스트 한혜연 헤어 정민영/메이크업 백주영/의상협찬 케이트 스페이드, 에잇 세컨즈, 코티니, 엠주, 케이트앤켈리, 제이티아라, 슈즈원, 지니킴, 럭키 슈에뜨, 스티브제이&요니피, 페르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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