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느님, 뽀통령께서 드디어 극장까지 왕림하셨다. 뽀로로 10주년을 기념해서 제작된 극장판 <뽀로로 극장판: 슈퍼썰매 대모험>은 한편의 장편애니메이션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국내 영유아 애니메이션의 시발점이었던 뽀로로가 하나의 브랜드로 완성될 수 있는지에 대한 척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뽀로로 극장판을 제작한 오콘 스튜디오의 김일호 대표에게 그 도전의 의미와 비전을 들어보자.
-한창 바쁠 것 같다.
=영화 홍보라는 게 만만치 않더라. 정신없이 뛰어다니고 있다. 일단 뽀로로를 극장에서도 만날 수 있다는 걸 최대한 알리는 게 현재의 목표다.
-뽀로로는 이미 성공한 콘텐츠인데, 지금에 와서 굳이 영화로 만든 이유가 있나.
=이제 뽀로로가 탄생한 지 10년이 됐다. 그간 TV시리즈를 기반으로 공연, 전시, 테마파크 등 다양한 플랫폼으로 확장해왔으며, 영화는 이제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는 확실한 표지가 될 것이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크리에이터로서의 도전이다. 원래 프리스쿨 애니메이션(미취학 아동을 대상으로 한 영유아용 애니메이션)은 충성도가 높은 장르라 기존의 내용에 안착하기가 쉽다. 반대로 그래서 더욱 새로운 걸 시도하고 보여줄 필요가 있다.
-이야기한 대로 벌써 10년이다. 감회가 남다를 것 같은데.
=스튜디오를 시작한 지 벌써 17년이다. 두세번의 실패 뒤 첫 정규 작품이 뽀로로였다. 신기한 건 뽀로로를 만들 때 마침 두세살 된 아이를 키우고 있었는데 감독, 프로듀서 모두 마찬가지였다는 사실이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내 아이에게 보여주고 싶은 작품을 만들게 된 것 같다. 전문가 이전에 부모라는 포지션이 좋은 창작 동기가 됐다. 끝까지 밀고 나갈 수 있는 힘이 되어주기도 했고.
-뽀로로가 성공했다고 느꼈을 때는 언제인가.
=시청률 1등 했을 때? 상품 매출이 1천억원이 넘었을 때? 아니다. 실은 3년차에 팬레터가 오기 시작했을 때다. 한결같이 고맙다는 내용이더라. 설거지를 편하게 할 수 있게 해줘서 고맙다, 우리 아이의 절반은 뽀로로가 키웠다는 등등. 그때 이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행복하기도 했고 뽀로로를 보고 자랄 아이들에 대한 책임감도 느끼게 됐다.
-단도직입적으로 뽀로로의 매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건, 몇 가지 이유로 결론낼 수 없다는 사실뿐이다. (웃음) 그래도 굳이 꼽자면 평범함이 아닐까 싶다. 자극적이지 않고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공감을 이끌어내며 이야기를 건넨다는 점이 뽀로로의 가장 큰 장점이다. 근데 이 ‘평범함’이 언뜻 보기엔 매력이 없어 보이지 않나. 처음에는 투자자를 설득시키기 힘들어 우리의 힘으로 소위 올인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 힘이 되었던 건 역시 아이들이었다. 아이들은 좋아해줄 거라는 믿음.
-평범함이라니… 모범답안을 듣는 거 같아 왠지 맥이 빠지는데.
=말이 쉽지 그리 만만한 게 아니다. 아이들이 가짜는 금방 눈치챈다. 아이들에게 말할 때 제일 좋지 않은 건 일부러 아이처럼 이야기하는 거다. 뽀로로는 아이들을 억지로 흉내내거나 교훈을 주려고 애쓰지 않았다. 무슨 이야기를 할까가 아니라 무슨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좋을까를 고민했다. 자리를 만들어주면 아이들이 알아서 뛰어논다. 그걸로 충분했다.
-영유아에게 극장에서 70분을 견디기란 힘들지 않을까.
=<뽀로로 극장판>은 다층적인 이야기다. 어른은 어른대로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즐길 수 있도록 하는 데 공을 들였다. 처음 시나리오는 2시간짜리였다. 단순하면서도 구성미가 있는 접점을 찾는 것에만 1년 반이 걸렸다. <라이온 킹>을 보라. 어른들도 눈물을 흘린다. 진짜 좋은 이야기는 그런 것 같다. 서너살 아이가 즐기는 뽀로로와 초등학생 어린이가 즐기는 뽀로로는 즐기는 포인트가 다를 테지만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이야기라 확신한다.
-사실 3D의 완성도에 놀랐다. 시각적 피로가 덜한 데 비해 상당히 깊이감이 있다.
=아이들에게 적합한 입체란 무엇인가를 고민했다. 80억원 예산으로는 거대 스튜디오 정도의 기술적 기준을 만든다는 게 무리가 있다. 그러나 우리에겐 유리한 환경이 있었다. 테마파크 등에서 상시 상영 중인 뽀로로 외전들을 미리 공개했고 아이들의 눈에 맞춰 많은 시도와 미세한 조정들을 할 수 있었다. 아동용 애니메이션에 특화된 나름의 독자적인 노하우들이 완성된 것 같아 뿌듯하다.
-누군가의 농담처럼 영원히 늙지 않을 뽀로로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벌써 10년이다. 이제야 10년이기도 하다. 뽀로로를 보고 자란 아이들은 이제 중고등학생이 되었다. 언젠간 그들도 부모가 될 것이다. 한 세대를 돌아 모두 함께 볼 수 있는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