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에 갇힌 공주가 자라 여왕이 되는 동화, 사랑하는 딸이 가장 마음에 들어 하는 아빠의 영화, 충돌하는 수많은 의견을 포기하지 않고 종합해 끝끝내 목적지에 당도한 항해. 박찬욱 감독에게 4년 만의 신작 <스토커>가 갖는 의미다. 한때 위장이 상할 만큼 곤두섰던 박찬욱 감독의 신경은 영화가 완성된 7개월 전부터 평온을 되찾기 시작했다. 감독으로서 ‘만족스런 조화’를 이루어냈다는 안도 덕분이다. 선댄스와 로테르담에서 영화를 공개하고 돌아온 그에게 <스토커>의 설계와 실행을 물었다.
-장편으로만 따지면 전작 <박쥐>로부터 4년 만이다. 할리우드 진출에 관해, 한국 영화계에서도 적당한 차기작 기회가 있었는데 프리미어 리그 진출하듯 미국행을 택했으려니 짐작하는 경우도 많다. 실상은 어땠나.
=많은 감독이 그렇듯 미국영화를 보며 자랐기에 미국영화를 해보고 싶은 마음이 분명 있었다. 오래 끌었던 <박쥐>를 완성하고 나니 각본 쓰기에 게을러져 남이 써준 시나리오로 작업하고 싶기도 했다. 어느덧 한국영화의 모든 상황이 익숙해지고 사람들도 속속들이 알다보니 너무 익숙해져서 전환점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있었다. 외국 감독이 할리우드에서 액션 아닌 드라마로 성 공하는 확률은 낮지만 이렇게 계속 거절만 하면 나중에 늙어서 죽이 되건 밥이 되건 한번쯤 해 볼걸 하고 후회할 것 같았다.
-<스토커>라는 제목은 처음부터 시나리오와 같이 왔나? 서구에서는 <드라큘라>를 쓴 브람 스토커로 이해할 테고, 한글로 표기하면 다른 뜻의 단어(stalker)부터 생각난다.
=그래서 바꾸자고 했는데 저항이 크더라. 우리나라도 가제라고 붙여놓은 제목이 나중에 고쳐지는 경우는 거의 못 봤다. 입에 익으면 좋은 제목으로 느껴지는 법이라.
-<스토커>는 각본을 직접 쓰지 않은 영화로서는 매우 박찬욱스럽다는 점에 관객이 놀랄 듯하다. 예전 인터뷰에서 감독이 뭔가 해볼 여지가 보여서 택했다고 답한 적 있는데 그 밖에 평소 취향과 맞았던 점은.
=대사가 많지 않을뿐더러 대사 위주로 드라마가 추진되지 않는다는 점. 인물들이 띄엄띄엄하는 말들이 바로 띄엄띄엄하다는 이유로 울림이 컸다는 점. 인물과 장소의 수가 적어 밀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 특히 미국에서 하기 적당해 보였다. 복잡하고 큰 영화로 시작하고 싶지 않았다.
-배우가 쓴 시나리오는 연기친화적일 거라는 선입견이 있는데 웬트워스 밀러가 쓴 <스토커>는 그렇지도 않은 셈이다.
=달리 배우의 시나리오를 읽어본 적은 없지만, 지금 듣고 보니 강렬한 캐릭터를 만들고 열연의 장을 펼치고 싶어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웬트워스 밀러는 무엇보다 히치콕의 <의혹의 그림자>(1943)를 너무 좋아한 나머지 오마주를 바치는 영화를 쓰고 싶었던 것 같다.
-<의혹의 그림자>가 시대의 한계로 권선징악적 표면 뒤에 감추어놓았던 욕망과 병적인 면을, 커튼을 걷어서 노출시킨 영화 같기도 하다.
=좀 다르다면 히치콕은 <의혹의 그림자>에서 미국사회를 들여다보려고 했지만 <스토커>는 미국이냐 아니냐가 중요한 영화는 아니다. 그리고 난 오마주에 관심이 없어서 시나리오의 오마주적 색깔을 희석하고 싶었다. <의혹의 그림자>에서 따온 삼촌의 이름 찰리도 자니로 바꾸려고 했는데 제목과 마찬가지로 다들 중얼중얼해보더니 찰리를 선호하더라.
시대성을 희석시킨 배우 미아 바시코프스카
-박찬욱의 영화들로 가계도를 그린다면 <스토커>는 전작 중 어느 영화 옆에 놓일까.
=물론 <싸이보그지만 괜찮아>다. 두편 다 어린 소녀가 주인공이고, 정신적으로 취약하거나 아픈 소녀가 세상과 맞서는 이야기니까. 한편 더 만들어서 3부작을 만들 생각이다. (웃음)
-드디어 딸이 중심에 서 있는 영화를 만들었다. <복수는 나의 것>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에서도 딸은 항상 특별한 감정의 대상이었다. 봉준호 감독은 <마더>를 만들 때 배우 김혜자에게 “아들은 엄마가 열달을 뱃속에서 키워 내보낸 이성”이라고 정의했다고 들었다. 박찬욱 감독에게 딸은 어떤 존재인가.
=양면이 있다. 내 딸이라는 면이 하나 있고 또 내 아내의 딸이라는 측면이 있다. 아내를 만나 누구보다 가까운 사이로 결혼생활을 해왔지만 내겐 그녀의 성장기가 공백이다. 그러다가 미니어처가 하나 나와서(웃음) 키우고 교육시키는 일이 아내의 성장과정을 내가 관찰하는 것과 비슷하다. 즉, 내 피붙이가 아기에서 어른이 되어가는 면과 아내를 다시 바라보는 면이 있는데 둘 다 흥미롭고 감동적이다. <스토커>의 인디아와 내 딸은 동갑이다. 인디아가 태어난 해의 와인을 삼촌이 내미는 장면에서 연도까지 1994년으로 명확히 보여줬다. 난 아들은 싫어한다. 억세고 거칠고 시끄러울 거 같다. 아들 생길까봐 둘째를 안 가졌다. (웃음)
-의상만 봐도 감이 잡히지만 <스토커>는 시대와 지역이 불명하다. 영화에서 주소와 연대를 지울 때는 보다 보편적이거나 원형적인 이야기를 하기 위한 경우가 많은데.
=각본을 읽고 프로듀서, 스튜디오 임원들과 가진 첫 삼자통화에서 내가 처음 한 이야기가 학교가 등장하는 장면까지 영국인지 미국인지 모르게 만들겠다, 휴대전화가 나오기 전까지는 1940년대라고 여길 수 있게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웬트워스의 각본에도 실내장식에 대해 비슷한 묘사가 있었지만 나는 그것을 더 적극적으로 밀어붙이려 했다. 단, 편지가 나오는 장면에서는 주소가 보이니 어쩔 수 없었다. (웃음) 연대와 지역을 모호하게 함으로써 동화처럼 만들고 싶었다. 인디아는 성에 갇힌 공주라고 생각했다.
-미아 바시코프스카라는 배우도 시대성을 불분명하게 만드는 또 다른 요인이다. <제인 에어>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때문이기도 하지만 다른 시대에서 온 배우 같기도 하고 코스튬 드라마의 연상이 강하다.
=<마담 보바리>까지 출연하니까. (웃음) 평소에 그녀에게 또래다운 명랑한 모습이 없지 않은데 그럴 때도 이상하게 옛날 사람 같은 구석이 있다.
-<스토커>의 그녀는 <황무지>와 <캐리>의 시시 스페이섹과 아주 닮아 보인다.
=공교롭게 미아는 시시 스페이섹의 팬이기도 하다. 닮은 배우가 많다. 이자벨 위페르도 있고. 미아는 싫어하겠지만 어떤 각도에서는 토비 맥과이어, 마이클 파스빈더까지 떠오른다. (웃음)
-인디아의 어머니 이블린으로 분한 니콜 키드먼은 설정상 <장화, 홍련>의 염정아나 <롤리타>의 셸리 윈터스와 비슷한 위치다. 욕구불만의 히스테리컬한 여성을 많이 연기해온 배우라 기존 이미지를 반복하는 캐릭터라고 보는 관객도 있을 것 같다.
=원래 각본에 변화를 줬다. 처음에는 딸을 샘내고 방해물로 여기는 엄마처럼 보이지만 갈수록 강하고 억압적인 인물이 아니라 가장 보통의 인간임을 보여주도록 수정할 의사를 밝히자 니콜 키드먼이 크게 공감했다. <디 아더스>의 부서질 듯한 모습이 좋았다는 이야기도 했는데 니콜이 “그 감독님(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도 영어를 못했지만 잘 통했다”고 하더라. (웃음)
-여성혐오증조차 있어 보이는 <의혹의 그림자>의 조셉 코튼과 달리 <스토커>의 매튜 구드는 남성성이 훨씬 덜하고 관능적이다.
=어린아이다움이 있는지를 제일 유심히 봤다. 찰리에겐 부드러운 면과 사악한 면이 있는데 그 두 가지는 공히, 사랑스럽고도 선악 개념이 없는 아이스러움에서 나온다. 찰리는 초반엔 섹시한 남자처럼 보이지만 뒤로 갈수록 성욕이 없는 무성적 인물로 느낌이 변한다. 캐리 그랜트이기도 하고 앤서니 퍼킨스(<싸이코>의 주연)이기도 한 남자를 원한다고 의상팀에 말했다. 처음 캐스팅이 거론됐던 콜린 퍼스가 했더라면 아버지상에 가까웠겠지. 영화는 캐스팅에 따라 확확 바뀐다.
교차편집을 선택한 필연적 이유
-호러 전문지 <팡고리아>가 <스토커>를 올해의 기대작 10편 중 하나로 꼽긴 했지만 감독 입장에서 호러나 미스터리 장르 영화로서 야심을 가진 것 같지는 않다.
=어디까지나 소녀의 성장에 초점이 있다. 호러를 만들 생각은 전혀 없었고 수수께끼 풀이적 측면에서도 구차한 설명을 가급적 생략하고 영화를 따라가는 데에 방해가 되지 않을 정도만 보여주려고 했다. 하지만 그런 현상은 재밌다. <올드보이>를 액션영화로, <박쥐>를 호러로 받아들이는 사람도 많은데 흥미로운 반응이라 환영이다.
-영화 속의 공간 수가 많지 않다. 대신 교차편집의 효과적 사용에 대한 고민이 깊었으리라 짐작한다. 이를테면 찰리 삼촌을 축으로 두고 여러 인물을 움직이는 방식이라거나.
=각본에도 그런 요소가 있었지만 다 읽기도 전에 전면적으로 교차편집을 사용하는 영화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교차편집은 플래시백, 보이스 오버와 더불어 감독들이 재미있게 쓰고 싶어 하지만 매우 조심해서 다뤄야 하는 도구다. 그런데 이번엔 아예 그것이 영화 전체를 지배하면 어떨까 생각했다. 교차편집 의 덩어리들이 계속 이어지는 거다. 한 장소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닌 바에야 어찌 보면 모든 영화는 넓은 의미의 교차편집적 성격을 띤다. 하다못해 한 장소에 있는 두 사람을 번갈아 보는 신도 그렇다. 둘이 대화를 하며 딴생각을 할 수도 있고 대화없이 각기 다른 일을 할 수도 있는 거다. 그런 면을 극대화하면 어떨까 싶었다. 음악적 리듬이 특정 시퀀스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영화 전체에 흐르는 음악적 영화를 한다는 구상이었는데 뒤늦게 편집을 하다가 내가 택한 형식에 그 이상의 필연적 이유가 있었음을 알게 됐다. <스토커>에서는 각각의 이야기 라인이 별개가 아니다. 인물도 교차하고 과거와 현재도 교차하고 현실과 환각도 교차한다. 여러 양상의 교직이 있는데 그들이 운명적이다. 따로 떨어진 사건 같지만 이 영화의 시각으로 보면 하나의 결론을 향해가는 숙명인 거다. 나는 비교적 논리를 세우고 영화를 만드는 편인데도 나중에야 선택의 이유를 깨닫는 이런 일들이 종종 있다. 자주 겪다보니 놀랍진 않고 그냥, 이렇게 간단한 걸 왜 몰랐지, 멍청했구나 하고 넘어간다. (웃음)
-편집기사 니콜라스 드 토스의 전작은 <터미네이터3> <울버린> 같은 주류 액션영화였는데, 의도를 잘 공유했나.
=각본을 내가 손본 단계에서 이미 영화가 쉴새없이 교차하도록 구성됐다.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스토리보드를 했는데 미국 현장에서 너무 시간이 촉박해 <스토커>는 내 영화 중 스토리보드대로 못 찍은 장면이 제일 많은 영화다. 그래도 크로스커팅이 가장 큰 형식적 특징인데 아무렇게나 찍어 편집실에서 대충 잘라 붙이는 건 곤란했다. 컷으로 붙든 디졸브로 붙든 숏의 이행에 타당한 이유가 있어야 하고 그걸 놓치면 이 영화는 망한다고 생각해서 사력을 다했다. 막상 편집에 돌입하고 나니 더 나아가고 싶은 부분도 있었는데 니콜라스 드 토스가 함께 고민하고 큰 역할을 했다. 6개월의 편집을 마쳤을 때는 제일 아끼는 친구가 됐다.
-정정훈 촬영감독과 정한 프레이밍과 움직임의 원칙은.
=하도 오래 공동작업을 하다보니 앵글을 잡을 때 마음에 들고 안 드는 미세한 차이를 별말 없이도 다 안다. 집이 매우 중요하므로 공간을 함께 담자는 이야기 정도를 나눴다. 그리고 두 차례의 저녁식사 장면 스토리보드에 특별한 공을 들였고 촬영 시간도 넉넉히 확보했다. 별다른 액션도 없고 앉아서 말만 하는데 많지도 않은 대사로 긴장을 유지해야 하는 신이어서 그걸 지루하게 찍으면 영화가 맥빠질 거라고 봤다. 내 입장에서는 영어 영화에서 대사로만 풍부한 뉘앙스를 전해야 하니 도전이었고 배우들도 감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내지 않으며 관객이 모두 포착하도록 연기해야 하니 과제였다. 편집 과정에서도 한 프레임 한 프레임 미세하게 조절하며 갈고닦은 신이다. 선댄스영화제에서도 이 장면의 대사 하나하나에 기대한 반응이 나올 때 제일 기뻤다.
-몇몇 실내 신을 보면, 카메라가 고양이처럼 움직이는 인상이다.
=하하. 나야 고양이에 비유된다면 뭐든 좋다. (박찬욱 감독의 가족은 고양이와 산다.)
-컬러는 어떻게 통제했나.
=이블린의 방은 붉고 인디아의 방은 노랑이 지배한다. 피가 뿌려질 때 바탕이 흰색이어야 잘 보이지 않겠냐는 사람도 있었지만 그건 품위가 없다고 생각했다. 가령 붉은 바탕에 붉은 피가 오직 질감으로만 도드라지 는 편이 좋다고 생각했다.
-필립 글래스가 작곡한 <네개의 손을 위한 피아노곡>을 매튜 구드와 미아 바시코프스카가 함께 연주한 시퀀스를 만들어간 자세한 과정이 궁금하다.
=필립 글래스가 이 음악에 어떤 느낌을 원하냐고 물어서 ‘섹스’라고 대답했다. 당신 변태적인 거 다 안다, 그런 게 좋은 거라며 개구쟁이처럼 웃더라. (웃음) 그러면서 일화를 하나 들려주었다. 글래스가 듀엣곡을 쓰면 늘 초연을 맡기는 부부 피아니스트가 있는데 어느 날 연습 중 남편이 “선생님, 이렇게 할 수도 있습니다” 하면서 양팔로 아내를 감싸고 연주하는 걸 보여줬는데 아주 에로틱했다고 했다. 이야기를 들은 그날 밤 당장 각본을 고쳐 썼다. 무료하게 혼자 피아노를 뚱땅거리고 있는 소녀에게 남자가 다가온다. 남자가 온 줄 몰랐던 그녀는 남자가 슬그머니 건반을 누르자 놀라는 한편 애써 무시하는 척한다. 의자에 자리를 내주지 않자 남자는 따리를 붙이면서 엉거주춤하게 걸치고 있다가 에라 모르겠다 연주하며 치고 들어온다. 소녀는 “어머, 왜 이래” 하며 하강하는 멜로디로 역습하고 그로써 본의 아닌 소통이 시작된다. 연주가 고조되면 오히려 여자가 더 흥분하고 뒤에서 남자가 팔을 두르는 순간이 절정이다. 남자는 정리단계를 거쳐 자기 욕심만 차리고 사라지고, 남은 여자는 멍해진다. 뭐였지? 이 남자가 정말 여기 있긴 있었나? 이 연주는 섹스이기도 하지만 연애 과정의 은유이기도 하다.
-리안 감독은 아시아 감독을 왕에, 할리우드 감독을 대통령에 빗댔다. 의사 결정 과정이 다른 할리우드 현장에서는 감독의 취향과 표현 욕구를 객관적 언어로 번역해 설득해야 했을 텐데 어떤 경험이었나.
=과정은 힘들다. 몸도 고되고 같은 이야기를 수차례 해야 하니까. 그러나 영화는 결국 혼자 만드는 매체가 아니다. 스탭들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시켜야 하는데 관건은 자발성이다. 내가 원하는 바를 스탭들이 스스로 원하게 해야 하고 나아가 감독의 요구가 아니라 본인의 아이디어라고 믿게 해야 한다. 한편 설득 과정을 거치다보면 나도 발전했다. 토론하면서 내가 그것을 원하는 이유가 명백해지기도 하고 반대로 ‘별 이유가 없었구나. 느낌적 느낌이었을 뿐이었네’라고 깨달을 때도 있었다.
-애초 외국 감독을 불러 연출을 맡긴 이유가 전작들을 높이 평가해서이니 당연히 감독의 개성을 보호해준다고 느꼈나 아니면 줄곧 긴장해서 스스로 권한을 방어하는 기분이었나.
=(감독 의 개성을 살리는 것이 모두를 위해 이익이라는) 대원칙은 결코 훼손되지 않았다. 편집에서도 끊임없이 의견을 내고 조를 뿐 감독을 배제하는 일은 없었다. 감독이 편집실에 얼씬 못한다는, 우리가 들은 소문과 반대로 편집 시작 뒤 10주 동안은 감독과 감독이 초청한 사람 외에는 편집실에 발을 들일 수 없었다. 미국감독조합 소속 감독이라면 누구나 같은 조건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결과물은 내가 주장한 A편집도 스튜디오가 주장한 B편집도 아닌 C편집이며 그 역시 내가 주도한 것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서로 박수치며 받아들일 수 있다.
-차기작은 <액스>의 리메이크인가.
=<액스>는 각본을 고쳐 제작규모를 줄이거나 원하는 투자가 될 때까지 기다리거나 둘 중 하나다. 사실 지금은 웨스턴을 하고 싶다. 꼬맹이 때부터 제일 좋아한 장르고 그런 영화를 만들 게 아니라면 미국에 뭐하러 가나 싶다. <스토커>가 여자가 지배하는 영화였기 때문에 심정적으로 다음 영화는 남자 이야기를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