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그의 음악을 한번도 들어보지 못했다고? 설마. 황동혁 감독의 2011년작 <도가니>의 메인 테마곡인 <도가니>나 1천만 관객을 동원한 <광해, 왕이 된 남자>의 오프닝곡은 다시 들어보면 ‘아!’ 하고 무릎을 딱 칠 것이다. 모그라는 이름이 생소한 영화 팬들을 위해 준비했다. 모그가 꼽은 모그의 영화음악 베스트5. 참고로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모그의 음악은 <악마를 보았다>의 <Devil’s Bossa>다.
<라스트 스탠드>의 메인 테마
곧 O.S.T(제작 소니/RED)가 발매된다. 음반사의 사정으로 CD는 발매되지 않고 음반사 홈페이지와 아이튠즈 등에서 스트리밍 서비스만 제공된다. <라스트 스탠드>의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곡을 온전히 감상할 수 있으니 자리를 지키고 꼭 듣고 나가자.
“서부영화의 모그 버전 테마곡을 꼭 해보고 싶었다. 고독한 서부 영웅의 모습을 담아내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 곡은 아놀드 슈워제네거를 개선하는 존 웨인처럼 보이게 하는 게 목표였다. 영화 속 서머튼 마을의 용사들을 율 브리너의 <황야의 7인>처럼 느끼게 하고 싶었다. 직접 피콜로 베이스와 어쿠스틱 기타를 연주했다. 그리고 70인조 오케스트라가 투입됐다. 내 정서가 가장 잘 반영된 곡이다.”
<악마를 보았다>의 <Revenge>
김지운 감독의 2010년작 <악마를 보았다> O.S.T에서 12번째 수록된 곡. 관현악의 묵직함이 그대로 살아 있으며, 빠른 템포와 화성 때문에 극의 긴장감을 극대화한다.
“보통 음악 팬들은 격렬한 음악 하면 헤비메탈이나 하드록 같은 장르를 생각하곤 한다. 그러나 관현악으로 격렬한 느낌의 음악을 표현하려고 한 게 이 곡이다. 그간 작업한 영화음악 중 가장 격렬한 작/편곡을 했다는 점에서 기억에 남는다.”
<도가니>의 <도가니>
황동혁 감독의 2011년작 <도가니> O.S.T에서 23번째 수록된 곡. 영화의 메인 테마곡이기도 하다. 처음에는 피아노 연주 소리로 시작했다가 곡의 하이라이트로 갈수록 오케스트라로 변모하는 묵직한 곡.
“피아노 같은 미니멀한 연주에서 시작해 오케스트라로 이어지는 곡이다. 현악기쪽은 <보디히트>의 존 베리 음악감독에게 영향을 받았고, 관악기쪽은 데이비드 샤이어의 스타일에서 영향을 많이 받았다.”
<광해, 왕이 된 남자>의 오프닝
추창민 감독의 2012년작 <광해, 왕이 된 남자> O.S.T 첫 번째 수록곡. 영화에서 광해(이병헌)가 처음 등장할 때 울려퍼지는 장중한 클래식 왈츠풍의 곡.
“<광해, 왕이 된 남자>의 음악은 전체적으로 사극을 유럽풍의 클래식적인 음악으로 표현하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 하선이 원래 광대였기 때문에 반어법적으로 처음에는 이 곡을 탱고풍으로 만들었다. 현장에 가서 그림(편집본)을 본 뒤 다시 오케스트라로 바꾸었다. 하선이 왕이 되는 게 영화의 컨셉이니까. 많은 관객에게 사랑을 받게 되어 의미있는 곡인 것 같다.”
<악마를 보았다>의 <Devil’s Bossa>
<악마를 보았다> O.S.T에서 첫 번째 수록된 곡. <악마를 보았다> 음악 작업에서 모그가 가장 먼저 작곡한 곡이기도 하다. 보사노바풍으로, 애잔하고 쓸쓸하며 중독성이 무척 강하다.
“영화의 오프닝 시퀀스에 쓰인 곡. <악마를 보았다>의 시나리오를 읽은 뒤 김지운 감독과 최민식 선배가 영화의 오프닝 시퀀스에 쓸 곡을 보사노바풍으로 만들어보자는 의견을 주셨다. 그때 예로 든 작품이 기타의 명수 루이스 본파가 작곡한 <흑인 오르페>다. 원곡은 브라질 노래로, 프랑스의 마르셀 카뮈 감독이 신화 <오르페와 유리디스>를 현대화해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제작한 영화 <흑인 오르페>(1959)의 주제가다. <Devil’s Bossa>는 처음으로 영화 관객과 영화 관계자에게 모그라는 영화음악가를 알리게 된 곡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