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현재의 애니 붐, 시장확대 아닌 일종의 거품에 가깝다
2013-03-05
글 : 송경원
사진 : 오계옥
애니메이션 전문 수입/배급업체 얼리버드 김대창, 박기원
김대창 이사, 박기원 실장(왼쪽부터).

얼리버드 픽쳐스는 최근 속속 생겨나고 있는 애니메이션 전문 수입/배급업체 중에서도 독자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들불같이 일어나는 해외 애니메이션들을 바라보는 그들의 입장을 통해 현재 수입 애니메이션시장 분위기의 명암을 살펴봤다.

-지난해에 <늑대아이>가 매우 잘됐다.
=김대창_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전작 <썸머워즈>(2009)보다 조금 더 잘되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솔직히 이 정도까지 될지는 몰랐다. 기본적인 팬층도 있었을 테고 가족관객에게도 유효했던 것 같다. 사실 어떤 방향을 만들어보고자 하는 의지로 가져온 작품인데 반응이 좋아서 힘이 됐다.

-어떤 방향 말인가.
=김대창_애니메이션이 어린이들의 전유물은 아닌데 장르에 대한 시장의 장벽과 편견이 높은 편이다. <늑대아이>는 20, 30대를 메인 관객으로 상정했었다. 제일 어려운 건 스크린 확보였는데 오전밖에 시간을 내주지 않더라. 우리도 <호빵맨>처럼 저연령층을 대상으로 한 작품도 가져왔다. 다만 다양한 작품들을 꾸준히 소개해서 저변을 넓히고 싶은 마음은 있다.

-수입업체로서 애니메이션의 장점은 무엇인가.
=김대창_작은 수입업체 입장에서는 과감하게 투자를 하거나 리스크가 높은 작품을 가져오기 쉽지 않다. 애니메이션은 그런 측면에서 관리에 유용하다. 시장이 좁고 관객층이 비교적 명확한 편이라 예측 가능한 범위내에서 예산 관리와 시장 운용이 가능하다. 반대로 어려운 점은 스크린을 확보하기 힘들다는 거다. 최근 시장이 더빙 등 스타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좀더 대중적으로, 아니 솔직하게 말하자면 아동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거다. 결국 경쟁도 과열양상을 보이고 점차 고비용 구조로 갈 수밖에 없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극장 잡기가 그만큼 어렵나.
=박기원_시장의 분위기가 일변했다. 예를 들면 예전에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2001)이나 <하울의 움직이는 성>(2004)이 개봉했을 때는 기본적으로 10회차를 보장해줬다. 물론 지브리의 명성도 한몫했겠지만 그래도 그때는 그게 가능했다. 지금은 아마 지브리라도 4회차 빼내기가 쉽지 않을 거다. 얼마 전 <빨간머리 앤: 그린게이블로 가는 길>의 경우 첫주 성적이 그리 나쁘지 않았는데, 2주차가 되니 대부분 내려가고 그나마도 오전에만 걸리더라. 스크린 수를 줄이는 것보다 오후에 걸릴 수 없다는 게 더 타격이다.

김대창_애니메이션은 아동용이라는 인식이 팽배하고 수입업체들도 거기에 맞춰서 작품들을 가져온다. 올해 베를린을 다녀온 지인에게 들은 이야기로는 해외 영화제 마켓에 나가면 사람 안 나오는 영화, 그러니까 아동용 애니메이션은 한국에서 전부 싹쓸이해간다고 하더라. 농담처럼 하는 말이지만 지금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다는 이야기다. 외화 수입이 원래 유행을 타는 시장이긴 하지만 최근 급격히 늘어난 애니메이션도 시장이 늘어난 거라기보다는 일종의 거품에 가깝다고 본다. 꾸준히 색깔을 가지고 수입하는 업체 입장에서 는 오히려 타격이다. 극장도 잡기 힘들고 수입 가격도 올라가고.

-현재 시장이 과열이라는 말인가.
=김대창_디즈니, 드림웍스 같은 큰 영화들은 상관없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애니메이션들은 어차피 한정된 시장과 관객층을 대상으로 경쟁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분명 과열이다. 스크린 확보는 더 힘들고, 걸려 있을 수 있는 시간도 줄어들고, 마케팅 비용은 올라가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시장 분위기가 확 꺾일 시기가 한번은 올 것이다. 물론 당장은 아니다. 이미 너무 많은 업체들이 너무 많은 작품들을 들여와서 시장에 풀리지 못하고 쌓여 있다. 그런 작품들이 다 소진될 때까진 이런 분위기가 유지될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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