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프로듀서라는 파트는 낯설다.
=3D 촬영에 필요한 시스템 선정과 운영 예산 관리부터 촬영팀과 함께 3D 촬영 기술공정을 개발하기까지 3D와 관련한 모든 일을 관장한다. <미스터 고> 박성준 총괄 프로듀서는 “예산과 시간 소요가 보통 2D영화 제작비의 20%가 넘어가면 대한민국에서 3D영화의 정착은 힘들다고 누누이 강조”해왔다. 할리우드나 <용문비갑> 같은 중화권 프로젝트에서는 3D 프로듀서가 따로 있어 3D 파트가 다른 파트와 원활하게 소통하며 효율적으로 촬영을 진행할 수 있도록 돕는다.
-<미스터 고>에 합류했을 때 이 영화만의 3D 촬영에 어떤 기대감이 있었나.
=고릴라라는 디지털 캐릭터를 실사 촬영한 3D 영상에 얹는 시도가 도전이었다.
-촬영 전, 테스트 과정에서 레퍼런스로 활용한 영화나 영상이 따로 있었나.
=매일 아침 러닝머신에서 <아바타>를 100번 이상 봤다는 감독님의 말씀에 자극받아, 박현철 촬영감독님과 촬영팀이 <아바타>와 <드래곤 길들이기>의 3D 촬영을 해부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숏 길이, 카메라 동선, 움직임, 피사체와 카메라간의 거리 등 모든 숏을 ‘숏 바이 숏’(shot by shot)으로 분석했다. <아바타>의 공간감을 강조한 문법과 <드래곤 길들이기>의 CG 캐릭터 볼륨감 묘사 및 입체적인 카메라 움직임 등 두 영화의 특징을 모두 살리는 게 관건이었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뭐였나.
=입체를 총괄한 김재호 촬영감독과 덱스터워크숍 촬영팀의 정밀한 데이터를 토대로 3D 문법과 촬영기술의 구현에 대한 고민을 했다. 기존의 3D영화와 달리 <미스터 고>는 전경과 후경의 입체값을 각기 다르게 설정하는 멀티리그(Multi-IO) 방식의 촬영기술도 고안했다. 덕분에 클로즈업의 피사체가 납작해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었고, 롱숏일 때 깊은 공간감을 표현할 수 있게 됐다.
-모든 장면에 공을 들였겠지만, 그중 어떤 장면이 <미스터 고>의 미학을 보여줄 수 있나.
=그중 야구장 맨 꼭대기에서 카메라가 내려오면서 타석에선 고릴라 얼굴을 클로즈업숏으로 담아내는 컷이 있다. 원거리와 클로즈업 숏이 공간감과 볼륨감을 각각 살린 장면이다. 카메라가 날아다니며 찍은 장면은 전부 좋더라.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