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슈퍼맨은 우리 모두의 아이콘?
2013-07-01
글 : 안현진 (LA 통신원)
워너 스튜디오에서 만난 감독과 주연배우-잭 스나이더, 헨리 카빌, 에이미 애덤스

2013년 5월의 마지막 날, 워너브러더스 스튜디오는 세계 각국의 기자들을 미국 캘리포니아주 버뱅크에 자리한 스튜디오로 초대했다. 기자회견을 위해 마련된 세트장에는 <맨 오브 스틸>의 코스튬과 칼엘을 싣고 지구에 착륙한 우주선, 크립토니안 언어로 ‘희망’을 상징한다는 ‘S’가 새겨진 도장 등 영화에서 실제로 사용된 프로덕션 디자인과 소품들이 가득 차 있었다. 잭 스나이더 감독, 주연배우 헨리 카빌, 에이미 애덤스 등 한데 모인 제작진, 출연진과의 인터뷰를 정리했다.

시각적으로 조금은 불편하기를 원했다

감독 잭 스나이더

-영화 속 슈퍼맨과 조드가 벌이는 전쟁을 보고 있으면 그 정도가 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전쟁의 규모와 강도와 스피드를 그토록 세게 설정한 데에 특별한 이유가 있나.
=슈퍼맨과 조드는 신화 속의 신이나 마찬가지다. 둘 중 하나만 살아남는 전쟁에서 인간들의 세계를 신경쓸 여유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엉망진창이 되는 건 불가피했다. 스피드에 대해서는, 나는 관객이 이 영화를 볼 때 촬영하기 힘든 장면을 보고 있다는 인상을 받기 바랐다. 슈퍼맨은 그 정도로 빠르기 때문이다. 슈퍼맨이 하늘을 나는 장면을 찍을 때도 인지하기 어려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전반적으로 나는 이 영화가 시각적으로 조금은 불편하기를 원했다.

-당신에게 슈퍼맨이란 무엇인가.
=슈퍼맨이 슈퍼히어로 중 하나일까 아니면 세상으로부터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우리 모두를 대변하는 아이콘일까를 생각해보았다. 후자가 좀더 보편적인 공감대를 형성한다고 생각했다. 슈퍼맨은 우리 모두가 한번쯤은 고민하거나 괴로워하는 ‘나는 누구인가?’라거나 ‘사람들은 나를 잘 몰라’라는 고뇌를 거르고 걸러서 만들어진 캐릭터이고 이야기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그가 내리는 결정은 세상을 구한다는 것이다. 그외에 이야기의 컨셉은 우리 모두의 고민과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누군가 내게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슈퍼맨은 착하고 바른 일만 하는데 그게 쿨하다고 생각하나? 그래서 대답했다. 그럼 대체 쿨한 건 뭔가? 슈퍼맨이 가지는 후광이 있다면 그건 그에게 진심으로 도우려고 하는 의지가 있다는 점일 것이다.

-영화에 토네이도 장면이 나오는데, 얼마 전 토네이토가 오클라호마주를 휩쓸고 간 천재지변이 일어났다. 우연이겠지만 개봉 시기와 맞춰 유사한 사건, 사고가 일어났을 때, 영화를 만든 감독으로서 어떻게 대처하는지 궁금하다.
=좋은 질문이다. 하지만 영화는 오래전에 촬영을 마무리했고, 토네이도가 일어난 지 며칠 되지 않아서 솔직히 말하면 그에 대해서 이야기해본 적이 없다. 하지만 우리 영화는 철저하게 허구다. 오래전에 그려지고 오랫동안 인기를 끌어온 코믹북을 실사로 살려낸 결과다. 그렇기 때문에 토네이도로 인해 영화 개봉이 어떤 영향을 받을 거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슈퍼맨은 종종 팝컬처의 예수 그리스도라고 일컬어진다. 이 영화에서도 종교적인 맥락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조엘과 칼엘의 부자 관계나 인간세상에 보내진 신의 아들이라는 것도 그렇다.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슈퍼맨과 예수 그리스도의 비교는 우리가 만들어낸 것이 아니다. 처음 슈퍼맨이 세상에 공개되었을 때부터 사람들이 이야기해온 내용이다. 그리고 내 생각엔 지금은 예전에 비해 덜 얘기되는 것 같다. 이미 슈퍼맨은 독립적인 신화가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각본을 맡은 데이비드 S. 고이어가 더 잘 대답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영화의 이야기는 하나이지만 사람들은 그 이야기를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이애하기 때문에 보는 이에 따라서 좀더 종교적으로 이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만약 예수 그리스도의 이야기와 슈퍼맨의 고뇌가 겹친다면 그건 상징적으로 슈퍼맨이 예수 그리스도와 비슷한 정도의 고통을 겪었기 때문이라고 이해하면 될 것 같다. 영화는 여러 겹으로 이야기를 한다. 우리는 길가메시 전설, 베오울프 등의 서사시도 참고했다. 영화를 보며 특정한 상징이나 특정한 평행세계를 발견하는 것은 개인의 경험과 이해에 따라 모두 달라진다.

슈퍼맨과 함께 지구를 구하는데 마다할 리가!

로이스 레인 역 에이미 애덤스

-이 영화에 출연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나.
=<슈퍼맨>은 내가 어릴 때 아버지가 극장에 데려가 보여주던 영화다. 당연히 출연하고 싶지 않겠는가. 게다가 나는 이런 종류의 영화에 출연한 적이 없어서 궁금했는데, 잭 스나이더 감독을 만나고 나서 그의 매력에 푹 빠져서 이 영화에 꼭 출연하고 싶었다.

-로이스 레인이라는 캐릭터가 마음에 든 이유는.
=특히 좋았던 부분은 잭이 이해한 로이스였다. 잭이 생각한 로이스는 능동적으로 결정하는 지적이고 강한 여성이었다. 로이스는 슈퍼맨과 인간세상 사이에 선 여자다. 처음에는 기자로서의 직업적 호기심으로 그에게 다가가지만, 영화 후반으로 갈수록 그녀가 내리는 결정 하나하나가 중요하다. 슈퍼맨과 함께 세상을 구하는 책임감을 나누고 있다고 할까?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오디션은 어땠나.
=잭을 만나고, 각본을 받고, 헨리 카빌과 대본 리딩을 함께했다. 잭은 오디션이 아니라 헨리와 호흡이 잘 맞는지 보는 거라고 했지만, 나는 오디션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웃음)

-현실에서 항상 기자를 상대하는 배우인 당신이 연기한 기자는 어땠나? 특별히 어떤 스타일의 기자를 연기해야겠다는 생각이 있었나.
=내가 아니라 로이스 레인이 기자였다. 로이스는 진실을 알기 위해서라면 끈기있게 추적하고 찾아가는 사람이다. 슈퍼맨에 대해 알고자 단서를 찾아가는 모습이 그걸 잘 말해준다. 하지만 진실보다 그녀에게 더 중요했던 것은 그녀가 찾은 진실도 결국 사람에 대한 거라는 점이다. 그게 내가 말하고 싶은 거다. 우리는 때로는 목적에 눈이 멀어 우리 앞에 서 있는 ‘사람’이라는 존재를 잊는 것 같다. 진실 뒤에는 그 때문에 상처받는 사람이 있다는 걸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기자들이 좀더 친절하면 좋겠다. (웃음)

내게 슈트는 단순한 코스튬이 아니었다

슈퍼맨/클라크 켄트 역 헨리 카빌

-당신이 생각하는 슈퍼맨은 어떤 사람인가? 그는 크립톤 행성의 엘 가문에서 태어났지만, 지구인 켄트 부부의 손에 의해 키워진다.
=유전적으로 그는 분명한 엘 가문의 자손이다. 그 사실은 그가 자라는 동안 그를 괴롭혔지만 그로 인해 그는 남들이 가지지 못한 능력과 힘을 갖는다. 하지만 그는 장성할 때까지 엘 가문과는 접촉을 가진 적이 없었고, 그동안 그를 길러준 것은 친자식이 아님에도 사랑과 이해로 그를 돌봐준 켄트 부부였다. 부부는 슈퍼맨이 살면서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가르쳤다. 결국 때가 되었을 때 조엘은 아들 칼엘에게 있는 그대로 너 자신을 받아들이고 자랑스러워하라고 가르치고, 그 가르침은 어린 시절 켄트 부부에게 배운 올바른 결정을 하라는 지침을 만나 진정한 슈퍼맨이 되게 한다.

-처음 슈퍼맨 슈트를 입었을 때 기분이 어땠나.
=슈트는 정말 특별하다. 물론 촉감도 뻣뻣하고 여기저기 불편한 부분도 많아서 딱히 움직임을 도와주는 건 아니지만, 슈트를 입음으로써 캐릭터에 몰입하는 것이 믿을 수 없을 만큼 쉬워진다. 입는 순간 내가 슈퍼맨이 되는 것 같았다. 적어도 내게 슈트는 그저 코스튬이 아니라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되도록 도와주는 중요한 도구였다. 매일 아침 일어나 슈트를 입는 것은 그런 의미에서 엄청난 경험이었다.

-슈퍼맨을 연기하기로 결정됐을 때 부담감은 없었나.
=솔직히 나는 그 모든 것을 생각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슈퍼맨은 내가 만족시킬 수 없을 만큼 많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각각의 영웅으로 살아 있었다. 그걸 계속해서 생각했다면 제대로 연기할 수 없었을 거다.

-슈퍼맨이라는 아이콘을 연기한 지금, 할리우드에서 당신의 위치가 달라졌다고 생각하나.
=우선 기분이 무척 좋다. 하지만 나 스스로 달라졌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영화를 고르는 데 있어서 나에게 주어진 옵션이 더 많아졌다는 것이다. 그건 꽤 괜찮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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