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미성숙한 세 친구의 관계맺기 <빈센트: 이탈리아 바다를 찾아>
2013-07-01
글 : 윤혜지

얼굴을 찌푸리거나 뜬금없이 고함을 친다. 상황에 맞지 않는 욕설을 내뱉거나 자잘한 경련을 일으키며 갑작스런 신체 움직임을 보인다. 일반적으로 틱장애라고 알고 있는 투렛증후군의 증상이다. 행동이 통제가 안되므로 증상이 심한 경우 일반적인 사회생활이 불가능하다. 겉보기엔 훤칠하고 잘생긴 빈센트(플로리안 데이비드 피츠)도 마찬가지다. 어머니의 죽음 이후 냉정한 아버지로부터 받은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투렛증후군을 앓게 됐다. 아버지는 어머니의 흔적에 집착하는 빈센트를 요양원에 넣어버리고, 빈센트는 요양원에서 거식증 환자 마리(카롤리네 헤어퍼스)와 강박장애가 있는 알렉산더(요하네스 알마이어)를 만난다. 빈센트와 마리와 알렉산더는 충동적으로 원장의 차를 훔쳐 이탈리아의 바다를 찾아 떠난다.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실제로도 투렛증후군 병력이 있는 플로리안 데이비드 피츠가 쓴 각본과 그의 연기다. 작위적인 부분이 없이 자연스럽고 담백하다. 종종 “저능아” 취급을 받을 만큼 순진하고 우직한 매력을 지녔다. 영화는 드라마틱한 성장담에 더 가깝다. 사회로부터 격리된 요양원처럼 셋의 여행도 그들 사이의 이야기에만 머물 뿐 바깥에서 오는 시선은 감지할 수 없다. 소외나 사회적 차별의 분위기보단 미성숙한 세 친구가 관계맺기를 통해 성장한다는 메시지가 주다. 이탈리아로 향하는 길에서 마주치는 알프스 산간 마을의 풍광과 아일랜드 출신 밴드 ‘더 스크립트’의 음악이 이들 여행의 환상성을 효과적으로 부각한다. 국내엔 이름이 많이 알려지지 않은 세 배우는 각자 맡은 역을 훌륭하게 소화해내며 멋진 어울림을 보여준다. 이들이 만들어가는 서사엔 울림과 감동이 충분하다. 플로리안 데이비드 피츠는 제61회 독일영화상 남우주연상을 비롯해 제21회 바바리안필름어워즈에서 각본상과 관객상을, 제62회 밤비미디어어워즈에서 남자배우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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