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우리 사회의 풍경 <컴플라이언스>
2013-07-31
글 : 김태훈 (영화평론가)

패스트푸드점의 지점장인 산드라(앤 도드)는 전날 직원이 냉장고 문을 닫지 않아 큰 손해를 보자 신경이 곤두서 있다. 금요일의 매장은 정신없이 분주하다. 이때 경찰에게 전화가 걸려오고 경찰은 금발 머리의 여직원이 손님의 돈을 훔쳤다고 얘기한다. 산드라는 배키(드리마 월커)를 불러 추궁하지만 배키는 절대 돈을 훔치지 않았다고 말한다. 산드라는 배키가 그럴 직원이 아니라고 얘기하지만 경찰의 말에 따를 수밖에 없다. 산드라는 어쩔 수 없이 배키의 가방과 옷, 그리고 알몸까지 수사한다. 알몸으로 앞치마만 겨우 두른 배키, 감시를 원하는 경찰의 요구에 일손이 부족한 산드라는 자신의 약혼자 밴을 불러 배키를 감시하게 한다.

영화는 경찰과 법, 권위와 권력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폭력과 맹목적으로 그것에 복종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배키는 피해자이고 산드라와 밴은 가해자인가? 영화는 그렇게 표현하지 않는다. 검찰의 취조에 산드라는 배키가 동의했다고 얘기한다. 배키는 시키니까 그냥 했다고 얘기한다. 그들은 그렇게 배워왔고 사회의 시스템이 그들이 그렇게 행동하도록 만든 것이다. 결국 영화는 그들을 그렇게 만든 시스템에 대해 얘기한다. 배키와 밴에게 엄청난 폭력이 가해질 동안 범인은 아이들을 키우고 직장에서 일한다. 시스템은 그것이 폭력인지 모르고 혹은 재미로 하지만 그 돌에 맞은 개구리들은 생사를 오간다.

영화는 거의 모든 사건이 패스트푸드점 한 공간에서 벌어지며 경찰의 전화로 극을 진행시켜나간다. 영화는 다른 이야기들은 생략하고 한 이야기만 직구로 던진다. 사건이 어떻게 흘러갈지 대강 짐작이 되지만 지속적인 긴장감으로 계속 지켜보게 만들고 그것을 확인해가는 섬뜩함을 만들어낸다.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자막과 함께 시작한다. 보통 작은 자막으로 많이 표현하는 것과는 다르게 이 말도 안되는 이야기가 실제로 있었다는 것을 강조하려는 듯, 아니면 실화의 함정을 이야기하려는 듯 영화는 자막을 대문짝만 하게 싣는다. 그리고 영화는 우리 사회의 풍경이라는 듯이 패스트푸드를 먹는 사람들의 모습을 자주 보여준다. 밴이 배키를 가해하는 장면 뒤에 바로 보여주는 것은 사람들이 햄버거와 감자튀김 등을 먹는 모습과 음료수 컵의 클로즈업 화면이다. 그 폭력은 패스트푸드라는 또 다른 시스템의 폭력으로 이어진다. 영화의 앞부분, 배키가 좋은 자리에 주차하자 좋은 자리는 고객을 위해 남겨둬야 한다고 남자 직원이 말한다. 배키는 그것을 어겼고 결국 시스템의 희생양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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