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ash on]
[flash on] 잘 만든 픽션은 다큐처럼 다가와야
2013-11-21
글 : 정지혜 (객원기자)
사진 : 백종헌
<텔레비전> 모스타파 사르와르 파루키 감독

아시아영화의 발굴과 제작지원을 목표로 한 부산국제영화제(이하 BIFF)의 야심이 제대로 들어맞았다. 방글라데시의 영화감독 모스타파 사르와르 파루키의 발견은 단연 돋보이는 성취다. 2009년 BIFF에선 그의 <제3의 인생>이 소개됐고, 아시아영화펀드 지원으로 완성된 <텔레비전>은 지난해 BIFF 폐막작으로 선정된 뒤 각종 해외 영화제로부터 기분 좋은 관심을 받고 있다. 방글라데시 영화계의 새로운 가능성으로 주목받고 있는 파루키 감독이 <텔레비전>의 개봉으로 다시 한국을 찾았다. 그에게 방글라데시영화라는 신세계에 대해 전해 들었다.

-<텔레비전>은 2003년 투레쿠에 마수드 감독의 <클레이 버드> 이후 방글라데시영화로는 두 번째 해외 개봉작이다.
=대단히 기쁘다. 두 번째 해외 개봉까지 굉장히 긴 시간이 걸렸다. 그간 방글라데시의 젊은 영화감독들은 아시아영화의 영향을 많이 받아왔지만 끊임없이 우리의 이야기를 우리의 방식으로 해보려고 애써왔다.

-‘우리의 이야기, 우리의 방식’이란 어떤 것인가.
=방글라데시의 생활방식과 가치관을 반영한 영화라면 그게 곧 방글라데시의 영화가 아닐까. 한국, 이란 등의 영화를 따라하지 않고, 또 스타일 구축에만 집착하지 않는. 그보다는 자연스럽게 마음을 따라가는 게 우선이다. 스타일은 그 뒤에 자동적으로 구축될 것이다.

-극영화인 <텔레비전>은 방글라데시가 당면한 세대, 종교, 빈부 문제 등을 아우르는 한편의 다큐멘터리 같더라.
=텔레비전이 없는 마을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지는 불경스럽다’고 믿는 사람들이 소수지만 분명 존재한다. 영화 속 모든 요소들은 방글라데시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일들로부터 아이디어를 얻었고 내 나름대로 영화에 반영한 거다. 진정한 영화감독이라면 마땅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잘 만든 극영화는 ‘정말 있을 법한, 다큐멘터리 같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또한 좋은 다큐멘터리는 ‘이건 허구일 거야’라는 인상을 줄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연기, 카메라 움직임, 서사 등 모든 게 잘 갖춰져야 가능한 일이겠지만.

-새로운 문화와 가치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가 당신 영화의 화두인가.
=어릴 적에 이미지를 불온하게 여기던 아버지 때문에 사진을 커튼으로 다 가려두고 살짝살짝 보곤 했다. 그런 아버지에게 심하게 반항하기도 했지만 그때마다 서로 미안한 감정이 생기더라. 하루는 아버지가 영화 속 촌장처럼 엉엉 우시는데 강한 인물도 울 수 있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 톨레랑스를 생각하게 된 건 그래서다. 내 어머니는 여전히 이미지는 나쁘다고 믿고 TV도 안 보시지만 영화를 만드는 아들을 무척 자랑스러워하신다. 아무리 강한 믿음이 있다 해도 서로에 대한 이해와 마음을 열 줄 알아야 좀더 평화롭고 살 만한 사회가 되지 않겠나. 나이 지긋한 촌장이 아직도 받아들여야 할 게 많다는 걸 인정하는 <텔레비전>의 마지막 장면도 같은 맥락이다.

-<텔레비전>에 대한 반응이 뜨겁다. 내년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부문에 출품도 됐다.
=BIFF가 주효했다. 특히 <텔레비전>이 지난해 폐막작으로 선정된 뒤로 여러 영화제에 초청되고 수상도 하게 됐다. 그중 아시아/태평양스크린어워즈(APSA)에서 최고의 시나리오에 노미네이트된 건 영화를 말하는 나의 방식에 외국 관객도 매력을 느꼈다는 것인 만큼 굉장히 뜻깊었다.

-한국영화를 언급하는 게 상당히 자연스러워 보인다.
=방글라데시에 개발 붐이 일던 시대에 내 또래 영화인들은 한국, 이란 등 외국영화를 많이 접했다. 왕가위, 허우샤오시엔, 압바스 키아로스타미뿐 아니라 홍상수, 김기덕, 이창동 감독들도 그때 알게 됐다. 신진 감독들의 영화로는 <무산일기> <파주> <여행자>를 굉장히 좋아한다.

-차기작 <Ant Story>는 어떤 작품인가.
=다 짊어질 수 없을 정도로 크고 허황된 꿈을 꾸는 한 남자의 이야기다. 우리가 살아가는 실제 현실 세계가 강력한지 아니면 상상이 만들어낸 세계가 더 강한지를 보고 싶었다. <텔레비전>의 연장선상에서 나온 질문이지만 다른 스토리와 방식으로 구현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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