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드(톤 카스)는 죽은 아내와 집 나간 아들을 그리워하며 홀로 외롭게 지내는 중년 남자다. 그는 식사 시간이 몇초라도 어긋나면 극도로 불안해지는 예민한 사람이자 독실한 크리스천이다. 이웃의 삶에 관심을 두지 않던 프레드의 눈에 어느 날부터 수상한 남자 테오(르네 반트 호프)가 목격된다. 테오는 불의의 사고로 뇌기능이 손상된, 괴짜 같은 남자다. 프레드는 웬일인지 테오를 자신의 집에 들인 뒤 먹을 것과 입을 것, 잘 곳을 제공한다. 처음에는 프레드가 아이 같은 테오에게 하나하나 가르쳐주는 형국이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테오로 인해 프레드의 삶이 조금씩 변하기 시작한다.
초반부는 두 남자의 동거에서 파생된 일련의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한 소동극처럼 보인다. 그러나 중반 이후 두 사람의 모습이 마을 사람들에게 ‘게이커플’로 비치기 시작하면서 두 사람의 관계와 이후 새롭게 밝혀지는 사연들에 방점이 찍힌다. 두 남자의 우정에는 이상한 데가 있지만, 이를 동성애라고 지칭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은 표현 같다. 이런 미묘함은 이 영화가 단순히 하나의 관념으로 재단할 수 없는 다양한 요소를 두 남자의 관계 속에 넣어두고 있는데서 온다. 이 영화는 누군가를 변화시킬 수 있는 영화는 아니지만 누군가를 꼭 껴안아줄 수는 있을 것 같다. 영화에는 이미 삶에 찌들어 더이상 변화할 수 없을 것 같은 사람이 자신을 가두고 있던 것을 깨뜨리고 나오는 순간의 아름다움이 뭉클하게 담긴다. 영화 제목이기도 한 ‘마테호른’은 절경으로 유명한 알프스의 봉우리를 가리킨다. 그곳에서 프레드는 사별한 부인에게 프러포즈를 했고, 이제는 테오와 함께 그곳에 가고 싶어 한다. 영화 전반에 바흐의 <마태 수난곡>이 흐르는데 이 음악은 외화면에서 극의 분위기를 잡아주는 역할을 하는 동시에, 서사 내적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톤 카스가 연기한 프레드는 많은 부분 차이가 있음에도 어딘가 자크 타티를 연상시키는 구석이 있다. 모처럼 사랑스러운 아저씨의 탄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