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내면에 숨겨진 욕망을 통해 성장하다 <가장 따뜻한 색, 블루>
2014-01-15
글 : 이지현 (영화평론가)

압델라티프 케시시에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안긴 영화 <가장 따뜻한 색, 블루>의 원작은 쥘리 마로의 그래픽 소설 <파란색은 따뜻하다>이다. 주인공은 열다섯살의 고등학생 아델(아델 엑사르코풀로스)로, 감독은 주인공의 이름을 주연배우의 이름으로 바꾸어 명명했다고 한다. 애초 영화는 2부작으로 나뉘어 기획되었다. 때문에 원제에는 ‘1부와 2부’라는 부제가 붙어 있고, 상영시간은 3시간에 달한다. 문학을 좋아하는 아델은 ‘남자와 여자가 만나 위대한 사랑을 이룬다’는 평범한 환상을 믿는 소녀이다.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는 선배 토마와 만나 그 사랑을 발견하려 시도하지만, 우연히 길에서 파랑 머리의 예대생 엠마(레아 세이두)와 마주친 뒤로 내면에 숨겨진 욕망을 깨닫게 된다. 매일 밤 꿈에 엠마가 나타나 아델을 두드렸기 때문이다. 마침내 여성을 더 좋아한다는 욕구를 수긍한 그녀는 변화한다. 그렇게 두 젊은 여성들 사이의 사랑이 시작되고, 아델은 조금씩 자신의 인생을 구축해 어른으로 성장해간다.

영화 <가장 따뜻한 색, 블루>는 무엇보다 얼굴의 클로즈업이 아름다운 작품이다. 신예 아델 엑사르코풀로스의 통통한 뺨과 인생을 삼켜버릴 것 같은 탐스런 입술, 카메라에 잡힌 그녀의 얼굴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풍부한 감정을 표현해낸다. 심지어 볼로네즈 스파게티를 먹는 일상적 광경마저 스토리로 느껴질 정도다. 감독의 설명처럼 영화 속 성관계 장면들은 고전 회화나 조각 등에서 영감을 얻어 재현됐다. 때문에 몸의 중첩에 대한 묘사는 너무 세밀해서 마치 그림인 양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며, 플라톤 학파의 이데아를 보는 듯 치밀하고 아름답다. 주인공의 성장을 말하는 방식이 놀랍도록 참신한 작품은 아니지만, 감독이 진실을 직조해내는 방식만큼은 눈여겨봐야 한다. 미학적으로 아름답다는 원칙하에서, 압델라티프 케시시 감독은 긴 시간을 이용한 ‘즉흥’을 창조해내고 원시적 감정을 이용한 ‘진심’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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