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에로비디오의 추억 <나가요 미스콜>
2014-03-12
글 : 송효정 (영화평론가)

강남 밤문화의 여왕이던 미스 신(민송아), 미스 고(한규리), 미스 최(유선영), 미스 리(태우)는 화려하지만 고된 서울 생활을 접고 전북 진안으로 떠나 ‘미스 콜 다방’을 개업한다. 전설의 ‘나가요’로 불리던 룸살롱 에이스들이 시골 마을에 도착하자 일대 소동이 일어난다. 동네 남자들, 괴이한 변태, 소문을 듣고 전국 각지서 찾아온 남성들로 인해 다방엔 바람 잘 날 없다. 최근 복고몰이나 사투리의 유행에 편승한 혐의도 없지 않다. 케이블 드라마 <푸른 거탑>의 말년 병장 최종훈의 스타성과 함께 전북 진안의 지방색과 사투리를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에는 진안의 관광명소와 토산품, 숙박업소들이 다수 등장한다. 심지어 다방의 여성들은 토산품의 홍보모델을 하기도 한다. 영화는 그녀들이 윤락업을 접고 펜션형 홍삼카페를 개업하는 이야기로 이어진다.

영화 <나가요 미스콜>은 제목부터 노골적이고 과감하다. 비합법적 성매매의 온상인 룸살롱이나 콜다방의 여성들이 주인공임을 확연히 드러내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상식적인 관객이 기대할 법한 사회적 약자를 소재로 한 사회물 내지 순정멜로영화가 아니다. 마니아적 컬트 코미디도 아니다. 실제 콜다방 여성들의 영업에서나 있을 법한 상세한 에피소드를 소재로 삼아 온갖 욕설과 비속어가 난무하는, 어찌보면 ‘업소 문화 전문가’ 영화이자 향토 에로물에 가깝다. 그렇기에 캐릭터나 줄거리가 중요하지 않고 곳곳에 배치된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상황들에 초첨을 맞췄다.

영화는 4명의 콜다방 여성들의 현실과 인생 내력에는 관심이 없다. 그녀들은 끝끝내 이름 없이 그저 미스 신이나 미스 고 혹은 언니나 아가씨일 뿐이다. 조연으로 등장하는 경찰, 군인, 택시 운전사, 변태, 트로트 가수 지망생 등도 틀에 박힌 인물들일 뿐 현실감이 없다. ‘응답하라, 1994년’ 시절 비디오가게에서나 보았음직한 에로비디오의 추억을 강하게 환기시키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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