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만 한 속편 없다’는 법칙을 보기 좋게 깬 프랜차이즈 인도영화가 있다. 바로 <둠> 시리즈다. 2004년 첫 등장한 <둠>은 영화 <나쁜 녀석들>을 연상케 하는 버디캅 무비였다. 인도 배우 아비셱 바찬(딕시 역)과 우데이 초프라(알리 역)의 좌충우돌 콤비 플레이가 대중의 관심을 끌었다. 2006년 개봉한 <둠2>에 이르러 비로소 이 시리즈는 발리우드를 대표하는 액션 스릴러물로 자리잡더니, 7년 만에 제작된(지난 12월) 3편은 국내외 박스오피스 기록(8500만달러)을 새로 쓰며 인도영화 역대 최고의 흥행 기록을 세웠다. 속편의 한계를 넘어선 영화이기에 <둠3>의 흥행은 더 의미 있는 기록으로 남을 듯하다.
영화의 기본적인 설정은 3편 모두 유사하다. 신출귀몰하는 도둑들이 등장하고 딕시와 알리 콤비가 그 뒤를 쫓는다는 내용이다. 버디캅 무비의 현란한 액션과 유머가 이 시리즈의 백미지만 이것만으로 <둠3>의 흥행을 말하기엔 부족하다. 이 영화를 보는 묘미는 주인공 콤비 못지않게 매력적인 도둑들에 있다. 1편에선 존 아브라함과 에샤 데올, 2편에선 리틱 로샨과 아이쉬와라 라이가 도둑으로 등장했고 <둠3>에는 흥행성과 연기력을 겸비했다고 평가받는 인도의 슈퍼스타 아미르 칸과 카트리나 카이프가 출연한다. 특히 스릴러 장르물로 다소 아쉬웠던 전작들에 비해 아미르 칸의 존재는 극의 무게를 바꿔놓기에 충분했다. <둠3>는 시카고에서 서커스 극장을 운영하던 가족 이야기에서 시작된다. 극장 재정이 악화되고, 은행의 외면으로 결국 극장은 파산한다. 절박했던 아버지는 자살을 선택하고 아들인 사히르(아미르 칸)는 복수를 다짐하는데, 수년 뒤 사히르는 아버지와 극장을 파멸로 이르게 했던 은행을 털기 시작하고 딕시와 알리가 그를 쫓는다. 1인2역의 매력적인 도둑으로 분한 아미르 칸은 탄탄한 연기, 애크러배틱한 액션에 특수효과의 힘까지 빌려 스크린을 압도한다. 영화에서 그가 쓴 페도라가 유행이 될 정도로 아미르 칸의 아우라는 독보적이다. 그 존재감 때문인지 <둠> 시리즈의 주제인 권선징악의 테마가 희석된 건 사실이지만, <둠3>의 흥행이 아미르 칸의 매력적인 악역에 상당 부분 빚지고 있음은 분명하다. 히스 레저에 버금가는 발리우드 악당을 배출해낸 <둠> 시리즈의 향후 행보가 더욱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