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연_ 스스로에게 이제는 직업적 감독으로뿐 아니라 영화하는 사람으로 살아가려면 더 치열해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 전의 삶이 그걸 하기위해 설렁설렁 살았다면, 방식적으로 다르게 접근했다면, 이제는 치열하게 살아야겠다는 필요를 느끼거든요. 그리고 영화찍기 전까진 한번도 그런 생각한 적 없는데 어차피 소수집단에 속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지만 여성감독으로 이상한 책임감도 들고 이왕이면 흥행도 잘되는 여성감독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내가 이렇게 말하면 본인의 가열찬 삶에 대해 폄하한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심 대표는 지금까지 너무 가열차게 살아온 것 같아. 학교 다닐 때부터 영화하는 이 순간까지 매일 머리 쥐어뜯고 살았잖아. 친구입장에서 좀더 여유있게 즐기면서 영화하면 어떨까 하는 소망이 있죠. 물론 내가 볼 때나 남들이 볼 때도 지금까지 심 대표가 해놓은 일들이 만만한 게 아니에요. 게다가 본인은 더 잘해야 된다는 욕심도 있겠지만 이젠 게으름도 피우고 좀더 여유롭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감상적인 이야기로 들릴는진 모르겠지만 여성영화인 간담회에서 설문한 결과를 백서로 냈는데 그 책에서 재명이가 재충전에 대한 욕구가 있다는 이야기를 공공지면에 쓴 걸 보고 솔직히 놀랐어요. 또 머리로만 생각하지 말고 진짜 그럴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물론 <버스, 정류장>을 생각하면 아직 ‘가열찰’ 일만 남았지만. (웃음)
심재명_ 너무 뻔한 말 같지만 가장 중요한 말이기도 한데 이미연 감독에게 바라는 건 ‘좋은 작품’을 ‘많이’ 만들어내는 감독이 됐으면 한다는 거예요. 물론 <버스, 정류장>이 그런 평가를 받았으면 하는 건 우리 회사의 소망이기도 하고, 미묘함이란 화두 속에서 내 친구의 데뷔작이 정말 결과가 좋았으면 하는 생각이 있죠. 저는 감독은 작품을 하면서 커나간다고, 많이 만들면 많이 만들수록 실력이나 능력이 늘어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거든요. 그동안 나도 제작을 많이 했지만 시작 전에는 뻔할 것 같다고요. 하지만 매번 만나는 감독이 다르고 스탭들이 다르니까 변수가 생겨요. 그렇게 작품마다 부딪치고 깨지고 나면 뭔가 새로운 노하우가 생긴다는 거죠. 그렇게 오랫동안 함께 일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올해 명필름 라인업도 많은데 재충전과 일의 균형을 어떻게 잡을까 하는 거예요. 그것도 계획을 좀 잡아야 될 것 같은데…. 요즘엔 자꾸 되돌아보게 되는 것 같아요. 앞만 보고 달려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 내가 너무 지친 것을 포함해 그렇게 달려오는 동안 내가 상처주었을지도 모르는 많은 사람들에 대한 반성, 그런 것들이 올해의 숙제로 남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