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왜 절 키우신 거예요?
화이는 영화의 주인공이자 가장 복잡한 내적 갈등을 겪는 인물이다. 17살이 된 지금까지 학교 대신 5명의 아빠들을 통해 살인 기술을 고루 배우며 남들과 다르게 자라왔다.
장준환 감독은 “아역 배우들은 보통 어렸을 때부터 훈련된 기교를 무기로 연기에 임하지만 여진구에게는 그런 굳어진 패턴이 없었”기에 그를 캐스팅했다고 밝힌 바 있다. 여진구의 연기에 때가 묻어 있지 않다는 말이다. “괴물 같은 아빠들 사이에서도 순수한 느낌을 유지하고 있는 신비한 아이”인 화이를 여진구 말고 다른 누가 표현해낼 수 있을까. 이미 <해를 품은 달> <보고 싶다> 등의 드라마에서 스타성과 연기력을 입증한 바 있는 여진구는 순수한 눈빛 속에 슬픔과 분노를 동시에 담아내며 화이라는 캐릭터를 한층 더 입체적으로 표현해냈다. 소년의 이미지를 벗고 남성적인 매력을 발산하는 이번 작품을 통해 대한민국의 여심은 다시 한번 ‘잠금 해제’될 것이다.
"아빠들이 괴물인데, 너도 괴물이 돼야지"
석태는 5명의 아빠들 중에 화이가 유일하게 ‘아버지’라고 부르는 인물이다. 살인청부업자들의 리더인만큼 이 무시무시한 집단을 이끄는 카리스마가 오죽할까. 여진구는 석태를 “화이가 선망하는 존재임과 동시에 가장 두려워하는 존재”라고 표현했다. 화이를 누구보다 강하게 키우길 원하는 석태는 그에게 강한 심지를 심어주기 위해 범죄 현장으로 데리고 다닌다. 석태의 이러한 행위는 “그가 겪은 불우한 과거를 송두리째 부정하기 위한 과정”이라고 배우 김윤석은 설명한다. 그는 연극 무대 출신 배우답게 이 작품이 담고 있는 “태어남과 죽음, 아버지와 아들, 전 세대와 다음 세대 등 인간사회에서의 고전적인 갈등이 매력적이었다”고 말하며 “클래식한 요소들로 인해 캐릭터에 더 몰입할 수 있었다”고 했다. 감독 또한 “마치 연극 무대에서 펼쳐지는 그리스 비극과 같은 엔딩에서 발현되는 김윤석만의 폭발적인 에너지”를 기대해도 좋다고 말한다.
"저거 내가 가르친 거야"
기태는 다른 멤버들과는 다르게 순박하고 순수한 모습을 가졌으며 말을 더듬긴 하지만 직접적으로 화이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는 인물이다. 화이 또한 거친 아빠들 중에서 엄마 같이 잔소리도 하고 서로 티격태격하는 기태와 가장 가까운 관계를 맺고 있다. 기태는 뛰어난 운전 솜씨로 능숙하게 경찰들을 따돌리며 범죄에 가담하지만 사실 이 집단과 썩 어울리지는 않는다. “어느 날 작업 초반이었는데(촬영이 아닌 상태에서) 진구가 ‘아빠! 저도 아빠처럼 키 클 수 있어요?’ 하는데 그때 기태의 감정이 확실하게 잡혔다. ‘니가 왜 키가 못 커! 너는 다 될 수 있어!’ 하면서 흥분하며 반응했었다.” 조진웅은 그동안 영화 <분노의 윤리학>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 <용의자X> 등에서 주로 강한 캐릭터를 연기해왔다. 이번 작품을 통해 그는 그동안 우리에게 보여주지 않았던 순박함을 표현하며 색다른 반전 연기를 보여줄 예정이다.
"화이는 우리와 달라, 이렇게 계속 키울 수 없어"
진성은 5명의 범죄자 아빠들 사이에서 ‘브레인’을 담당한다. 작전에 임할 때마다 빈틈없는 설계도를 짜내는 사람이다. 이성적인 부분은 물론 예술적인 심미안까지 갖춘 아빠로, 학교에 다니지 않는 화이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주며 선생님의 역할도 맡고 있다. 아빠들 중에서는 유일하게 화이의 장래를 걱정하며 해외 유학을 보내 자신들과는 다른 삶을 살게 하려 노력한다. 이에 대해 진성을 연기한 장현성은 “엄마와 같은 정서를 가지고 있는 인물”이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그는 카체이싱, 칼싸움, 총격전이 끊임없이 펼쳐지는 이번 영화에서 “지략가이기 때문에 맡겨진 액션 신이 없어 아쉽다”고 말했다. “20대 스턴트맨들에게도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하는데…. (웃음)” 장현성은 현재 SBS 주말 드라마 <결혼의 여신>에서 뻔뻔하고 능글맞은 캐릭터인 노승수 역을 맡고 있는데 그와는 180도 다른 모습을 <화이>에서 볼 수 있을 것이다.
"남자는 주머니가 빵빵해야 돼"
다섯명의 아빠는 각각 자신의 전문 분야를 화이에게 가르쳐주며 화이를 살인병기로 성장시킨다. 동범은 칼을 다루는 법과 근접전, 그리고 자물쇠 따는 법 등 실전 스킬을 가르쳐주는 인물이다. 그는 화이를 그들이 키우는 아들 혹은 제자가 아닌 동료로 대하며 주눅들지 않도록 응원을 아끼지 않는다. 성장하는 화이의 모습을 보며 흐뭇해하는 반면, 웃으며 사람을 죽일 정도로 사이코패스적인 면모도 가졌고, 어딘가 나사가 풀려 있는 듯한 인물이기도 하다. 배우 김성균은 <이웃사람>과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로 관객의 뇌리에 깊은 인상을 남기는 연기를 선보였고, 신인남우상까지 수상하며 영화계에 자신의 존재를 확실히 알렸다. 장 감독은 “내가 원했던 동범의 모습을 정확하게 표현해냈다”며 그의 연기에 만족을 표했다. 김성균은 동범에 대해 “사건을 날카롭고 예리하게 집어내는 대사들을 통해 긴장감을 유발하는 인물”이라고 설명한다.
"끝나고 목욕탕이나 같이 가자"
총기 담당인 범수는 화이에게 사격술을 가르치는 아빠다. 그는 한번 결정이 나면 바로 행동으로 옮기는 추진력을 가졌으며 저격수답게 침착함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5명의 아빠들은 모두 살인청부업자. 그들에게서 따뜻함을 찾아내기란 쉽지 않은 일이지만 범수는 젊은 아빠답게 화이를 친구처럼 대한다. 각종 무술을 화이에게 전수하면서 가장 살갑게 화이와 시간을 보내는 아빠이기도 하다. 박해준은 “범수는 말을 아끼고 행동으로 표현하는 인물이기 때문에 하나의 모습으로 굳어지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고 전한다. 영화 데뷔작 <화차>에서 피도 눈물도 없는 사채업자 역을 맡았던 박해준은 이번 영화에서 한발 더 나아가 냉철함과 따뜻함을 한 인물 안에 동시에 담아내는 연기를 선보인다. 저격수로서의 모습과 다양한 액션을 소화해야 했던 박해준은 “촬영 전에 액션 트레이닝을 하는 과정 속에서 이미 범수라는 인물에 완벽하게 빠져들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