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쳐]
[봤니, 이 영화] 5명의 괴물들, 그리고 한 소년 <화이:괴물을 삼킨 아이> (2)
2014-04-23
글 : 이주현
애증이 당신의 숨통을 조여온다
화이 : 괴물을 삼킨 아이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 미리 읽기

데뷔작 <지구를 지켜라!>로 단박에 문제적 감독으로 주목받았던 장준환 감독이 꼬박 10년 만에 자신의 두 번째 장편영화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이하 <화이>)를 들고 왔다. <화이>와 <지구를 지켜라!>는 장르적으로 방점이 찍히는 지점이 사뭇 다른 영화다. <지구를 지켜라!>가 드라마와 코미디와 SF를 이종교배하며 카타르시스를 안겨줬다면, <화이>는 캐릭터의 심리와 드라마를 정공법으로 파고든다. 거기에 화끈한 액션 신은 보너스. “<화이>는 이야기가 무겁고 날카로워서 코미디가 비집고 들어가기 어려운 영화다.” 장준환식 블랙유머는 기대하기 힘들지만 파국을 향해 무섭게 질주하는 드라마의 힘을 느끼기엔 충분한 작품이란 얘기다.

17살 소년 화이(여진구)는 ‘낮도깨비파’로 불리는 5명의 범죄자 아버지들의 보호 아래 살아간다. 조직의 리더 석태(김윤석), 운전에 능하지만 말을 더듬는 기태(조진웅), 범죄의 판을 짜는 진성(장현성), 칼을 잘 쓰는 동범(김성균), 수제 총기를 만드는 저격수 범수(박해준)가 화이의 다섯 아빠들이다. 화이는 학교에 가는 대신 총기 다루는 법, 검법, 운전 등 다섯 아빠의 기술들을 하나씩 습득해간다. 그런 한편으로 화이는 평범한 고등학생의 삶을 동경해, 외출을 할 때면 꼭 단정하게 교복을 챙겨 입는다. 그러던 어느 날, 석태의 뜻으로 생전 처음 범죄 현장에 투입된 화이는 그곳에서 자신의 과거와 연결된 단서를 발견한다. 진실을 숨기려는 아빠들과 진실을 알고자 하는 화이는 결국 서로에게 총을 겨누게 된다. 피비린내 나는 싸움이 시작되는 것이다.

“우리는 전부 누군가의 아들(혹은 딸)이다. 아버지와 아들로 대변되는 세대간의 갈등, 인간으로서 성인이 되기 위해 극복해야 할 통과의례,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선과 악의 최대점. 그런 것들을 이번 영화에서 들여다보고 집중하고 싶었다.” <화이>는 다양한 층위의 주제를 겹겹이 쌓아놓은 영화다. 주제뿐만 아니라 인물들의 감정 역시 겹겹이 포개져 있다. 그러니까 아버지와 아들의 대결은 단순히 아버지와 아들의 대결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선과 악의 대결은 어느새 악과 악의 대결로 이어진다. 새끼 괴물이 아빠 괴물을 집어삼킨 뒤 더 큰 괴물이 되는 과정을 우리는 <화이>에서 보게 될 것이다. 분노, 슬픔, 복수, 광기, 사랑 등 <화이>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감정도 복잡하게 얽혀 있다. 장준환 감독은 그 다양한 감정 중에서도 <화이>를 지배하는 감정은 “애증”이라고 했다. 사랑하면서 동시에 미워하는 양가적인 감정. 결국 이 애증은 화이를 딜레마에 빠뜨린다. 내게 사랑을 주고, 내게 필요한 존재지만 증오할 수밖에 없는 존재. 화이에겐 석태가 그렇다. <화이>는 화이가 자신의 운명의 딜레마를 극복하기 위해 내리는 결정을 묵묵히 따라가는 영화라고도 할 수 있다.

“액션 장면에서도 드라마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장준환 감독은 <화이>에 “액션을 위한 액션은 없다”고 말했다. 카체이싱, 총격전, 칼싸움 등 다채로운 액션 신이 영화에 등장하는데, 이는 모두 캐릭터와 상황을 반영한 액션 신들이라고 한다. 영화 후반부, 대규모 살인이 벌어지는 총기 액션 신에선 특히 “빛과 어둠”을 중요한 요소로 끌어들여 “선과 악의 극단 안에서 진동하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려 했다고 한다. 카체이싱 장면에 대해서도 장준환 감독은 “우리나라에서 보기 힘든 카체이싱”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아버지와 아들로 만난 김윤석과 여진구의 연기 대결도 흥미롭다. 눈빛만으로 주위를 제압해야 하는 석태에 김윤석이라는 배우만큼 어울리는 이름도 없다. 장준환 감독 역시 “직관적으로 김윤석 배우가 떠올랐다”고 말했다. 거기에 조진웅, 김성균, 장현성 등 충무로 연기파 배우들이 주는 무게감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여진구는 쟁쟁한 선배들 틈에서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무게중심을 잡는다. 그의 나이 열일곱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의 존재감이다. 10월 초 개봉 예정이다.

관련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