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간첩 다룬 요즘 영화들과 다르게, 다르게
2014-05-20
글 : 김성훈
사진 : 최성열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 이상우 감독

제목만 보고 북한을 소재로 한 영화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간첩이 등장하긴 한다. 이상우 감독의 신작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는 한국에서 가난하게 살아가는 북성(김영건), 영림(신원호), 우석(서현석) 세 친구를 간첩의 눈으로 바라보는 청춘영화다. 가난, 아버지의 폭력, 군대 성폭력, 장애, 기독교 문제 등 오랫동안 해결되지 않는 한국 사회의 문제로 고통받는 그들을 따라가다 보면 마음 한쪽이 애절해져온다. 영화는 희망 없는 이 땅에서 살아가는 청춘들에 대한 절박한 보고서다.

-간첩의 눈으로 한국 사회를 바라보는 영화다. 어떻게 구상하게 된 건가.
=유튜브에 월북한 남한 사람의 인터뷰 영상이 뜬 적 있다. 한국이 경제적으로 살기 어려워 북한으로 건너왔다는 내용이었다. 이 영상을 모티브로 삼았다. 최근 간첩을 소재로 한 상업영화가 많이 개봉됐는데, 기존의 영화 속 간첩과 다르게 다루고 싶었다.

-간첩이 캠코더를 들고 북성, 영림, 우석을 따라다닌다. 간첩을 대상화해 바라보는 기존의 상업영화와 달리 간첩이라는 타자의 시선을 통해 한국 사회를 들여다본다.
=간첩이라는 모티브에서 출발했지만 정치적인 의도를 가진 영화는 아니다. 한국 사회에서 오랫동안 해결되지 않는, 여러 문제로 고통받고 있는 사회적 약자들을 그리고 싶었다. 세 친구들은 스스로 잘 살아보려고 하지만 타인 때문에 늘 불행하다. 나이가 들면서 세상은 내 뜻대로 흘러가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가난한 동네가 영화의 배경이다.
=서울시 한복판에 있는 중계동 백사마을에서 찍었다. 박찬경 감독의 다큐멘터리 <만신>에서 1960년대가 배경인 재연 장면에도 등장했던 곳이다. 아직도 서울에 이렇게 가난한 동네가 있다는 걸 모르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한겨울에 찍었다. 계절이 중요했을 것 같다.
=못사는 사람들한테 겨울은 싫은 계절이다. 춥고 쓸쓸하니까.

-북성, 영림, 우석 역할을 맡은 배우들은 어떻게 캐스팅했나. 그 동네에 실제로 사는 사람 같았다.
=강의 나가고 있는 경기대 제자들이다. 편집기사가 그 동네 사는 애들이냐며 놀라워했다. 배우들에게 그 동네 사는 애들처럼 보였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촬영은 얼마나 했나.
=3개월 동안 25회차였다. 지금까지 만든 영화 중 가장 오랫동안 찍었더라.

-북한 풍경을 찍은 뉴스 클립을 활용해 영화 속 아이들이 북한에 가는 장면을 연출했다. 이 장면은 다큐멘터리 같은 느낌보다 판타지에 더 가까운 것 같다.
=남한의 아이들이 먹고살기 위해 북한에 간다는 설정은 누가 봐도 말이 안 된다. 다큐멘터리 기법을 통해 남한 사회의 여러 문제를 역설적으로 드러내고 싶었다.

-5월17일 신작 <스피드>가 크랭크인한다.
=사회에서 소외된 청춘들이 욕망을 분출하는 청춘영화다. 단편 <비상구>,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와 함께 청춘영화로 묶을 만한 작품이다. 홍대와 합정 인근에서 찍을 계획이다.

-개봉을 앞둔 작품도 많다.
=얼마 전 <지옥화>가 영상물등급위원회로부터 제한상영가를 받았다. 내 영화에만 이상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 같다. 그러다보니 영화를 만들 때 자체 검열을 하게 된다. 이의제기를 강하게 할 거다. 현재 편집 중인 <나는 쓰레기다>와 지체장애인 커플의 사랑을 그린 드라마 <더티 로맨스>도 차례로 공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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