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여럿인 동시에 하나인, 유니폼 알바생들이 궁금했다
2014-05-20
글 : 이주현
사진 : 박종덕 (객원기자)
<이것이 우리의 끝이다> 김경묵 감독

<이것은 우리의 끝이다>는 손님에게도 점주에게도 철저히 ‘을’이 될 수밖에 없는 편의점 아르바이트생들과 그들에게 철저히 ‘갑’ 노릇을 하려는 손님과 점주의 이야기를 엮은 영화다. 영화 속 편의점은 두말할 것 없이 우리 사회의 축소판. 영화는 노동을 착취당하는 20대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하지만 김경묵 감독의 전작 <줄탁동시> <얼굴 없는 것들>에 비하면 <이것이 우리의 끝이다>는 한층 샤방샤방한 느낌을 준다. 김경묵 감독이 편의점이라는 공간을 빌려 말하고자 한 것이 무엇인지 들어봤다.

-절망을 선언하는 듯한 제목이 인상적이다.
=절망적인 끝의 느낌도 있고 ‘이게 정말 끝인가?’ 하는 느낌도 담겨 있다. 중의적인 뉘앙스의 제목이다. 모티브가 된 건 인디밴드 쾅프로그램의 <이것은 우리의 끝>이라는 노래다. 밴드에 양해를 구해서 제목을 지었다.

-애초 시나리오보다, 또한 이전의 작품들보다 영화가 한층 밝고 경쾌해졌다.
=처음 기획은 지금까지 해온 작업의 연장선상에 있었다. 그런데 20대 때는 좀더 자유롭게 작업을 해도 좋을 것 같았다. 남들의 기대에 맞추기보다, 실패하더라도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해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처음의 기획에서 방향을 틀어서 그동안 해보지 않은 방식으로 작업을 했다. 또 함께 시나리오를 쓴 친구가 아르바이트 경험이 정말 많은데, 그 친구가 글을 좀 밝게 쓰는 편이다. 내가 쓰면 계속해서 이야기가 톤다운되고.

-처음부터 끝까지 편의점 안에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왜 편의점이었나.
=집 근처에 편의점이 있다. 하루에도 몇번씩 들른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 공간이 낯설게 보이더라. 익숙한 얼굴의 알바생들이 교대로 일을 하고 있지만 그들이 누군지 대화해본 적도 없다. 생활 측면에선 익숙한데, 그 공간을 잘 모른다는 생각이 들더라. 30대가 되기 전에 20대에 관한 영화를 찍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20대의 피로함, 노동에서 오는 피로함을 그리고 싶었는데 그게 편의점이라는 공간과 잘 맞을 것 같았다.

-다양한 아르바이트생과 손님이 등장한다. 주인공이 따로 없고 멀티 캐릭터들이 이야기를 끌고 간다.
=편의점 알바생들이 모두 같은 유니폼을 입는 게 재밌었다. 사람은 시간대별로 바뀌는데 유니폼도 같고 하는 일도 같다. 편의점에서의 노동이란 건 누구나 할 수 있는 노동이다. 알바생들은 여러 명일 수 있지만 결국은 한 사람, 한 집단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 점이 흥미로워서 캐릭터에 반영했다.

-헬로비너스의 유영이 출연한다. 아이돌을 캐스팅한 이유는.
=제작 규모로 따지면 독립영화지만 기존의 독립영화 제작 방식을 벗어나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 싶었다. 배우를 다양하게 기용할 수 있는 여지가 있기도 했다. 그래서 함께 작업했던 배우, 오디션을 통해 뽑은 신인배우, 아이돌 등 다양한 배우들과 함께 작업했다. 배급사에서도 아이돌 캐스팅을 고려해보라고 했다. 독립영화가 홍보할 수 있는 수단이 적지 않나. 그런 측면도 이해가 됐다.

-편의점 사장의 이름이 전두환이다. 정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다분한 장면들이 마지막에 배치된다.
=원래 이름은 김영삼이었다. 시나리오를 쓰던 당시 전두환의 비자금 문제가 다시 터져나오기 시작했고, 편의점 사장의 사정이 전두환과 비슷해 보이기도 해서 이름을 김영삼에서 전두환으로 바꿨다. 많은 고민 끝에 정한 이름은 아니다.

-<이것이 우리의 끝이다> 이후 계획된 작품은.
=현재 성매매 집결지에 관한 다큐멘터리 <영등포 천일야화> 후반작업 중이다. 올해 안에 이 작품도 공개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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