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매그니토 연기해보면 재밌을 것 같아
2014-06-03
글 : 이주현
울버린 연기한 휴 잭맨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이하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에서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인물은 울버린이다. 자가 치유력을 지닌 울버린만이 과거로의 시간여행에서 발생하는 충격을 견딜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으론, <엑스맨>부터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까지 14년 동안 울버린을 연기한 휴 잭맨이기에 과거와 미래, 오리지널과 프리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스탭과 배우를 통틀어 가장 오랜 기간 <엑스맨> 시리즈에 참여한 휴 잭맨을 5월15일 싱가포르에서 만났다.

-브라이언 싱어 감독과 오랜만에 재회했다. 그와의 작업은 어땠나.
=환상적이었다. 14년 전 내게 처음으로 <엑스맨> 캐릭터를 맡긴 사람이 브라이언 싱어였다. 1편과 2편을 함께 찍은 뒤 한동안 같이 작업하지 못했는데, 이번에 사이먼 킨버그, 로렌 슐러 도너 등 오리지널 시리즈의 프로듀서들, 배우들과 다시 뭉칠 수 있어 좋았다. 14년이라는 긴 시간 울버린을 연기한 건 나로서도 엄청난 일이었다. 브라이언 싱어는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를 최고의 작품으로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결과적으로 캐릭터들의 감정은 더 복잡해졌고 이야기는 풍성해졌다.

-젊은 찰스와 에릭이 비행기에서 체스 두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과거로 돌아간 울버린도 그 자리에 함께 있다. 두 영국 배우의 연기를 가까이서 지켜봤는데.
=나름 블록버스터영화를 여러 편 찍었는데, 마이클 파스빈더와 제임스 맥어보이의 열정은 정말 대단했다. 서로 감정적으로 폭발하고, 싸우고, 또 침묵하고…. 그 과정이 고스란히 영화로 완성되는 순간들이 놀라웠다. 만약 나보고 하나의 장면을 선택해 연기하라고 한다면 눈빛만으로 체스를 두는 장면을 찍어보고 싶다.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장면은 펜타곤 식당 장면이지만.

-<엑스맨> 시리즈의 캐릭터 중에서 울버린 외에 연기해보고 싶은 캐릭터는.
=매그니토. 배우들은 언제나 복잡한 악인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어 한다. 그런데 매그니토는 진짜 나쁜 악인은 아니다. 그에겐 단지 어두운 면이 있을 뿐이다. 애초 마블 코믹스의 매그니토는 미국의 급진적 흑인 해방운동가인 말콤X에게서 영향을 받아 탄생한 인물이다. 말콤X는 논쟁적인 인물이었고, 매그니토 역시 마찬가지다. 평화를 얘기하는 것은 쉽다. 하지만 사람들이 얘기하기 꺼려하는 것을 말하기는 쉽지 않다. 말콤X와 매그니토는 사람들이 쉽게 말하지 못하는 것들을 말하는 인물이다. 때로 우리는 강한 힘을 가진 누군가를 상대할 때 말콤X가 될 필요가 있다. 그만큼 매그니토는 얘기할 거리가 많은 캐릭터다.

-채닝 테이텀이 새 <엑스맨> 시리즈에 갬빗으로 합류한다던데.
=그런 얘기를 들은 적은 없지만, 어쨌든 그가 훌륭한 댄서라는 것은 잘 알고 있다. (웃음) 좋은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제작자들은 새로운 것과 옛것 사이를 오가며 더 좋은 선택을 하려 한다. 엑스맨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일 역시 마찬가지다. 갬빗 캐릭터도 엑스맨의 새로운 이야기를 위한 선택이 아닐까.

-울버린 캐릭터를 언제까지 연기하고 싶은지.
=모르겠다. 정말 모르겠다. 울버린은 내게 시작과도 같다. 그 어떤 것보다도 즐기면서 했던 캐릭터다. 단 한번도 울버린이 내게 덫이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나는 <엑스맨> 시리즈의 엄청난 팬이고, 그 시리즈의 한 부분을 맡게 된 것을 큰 영광으로 생각한다. 새로운 이야기, 좋은 시나리오가 계속해서 나온다면 나 역시도 오랫동안 울버린을 연기하고 싶다. 스튜디오에서 내게 계속 울버린 역을 맡긴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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