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내면의 피터팬을 끌어내 와이어를 타고…
2014-06-03
글 : 양지현 (뉴욕 통신원)
뉴욕에서 열린 기자회견, 패트릭 스튜어트, 마이클 파스빈더, 휴 잭맨, 피터 딘클리지, 제임스 맥어보이, 엘렌 페이지

5월10일,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의 첫 번째 월드 프리미어 행사가 뉴욕에서 열렸다. 기자회견 자리엔 배우 패트릭 스튜어트, 마이클 파스빈더, 휴 잭맨, 피터 딘클리지, 제임스 맥어보이, 엘렌 페이지와 프로듀서 사이먼 킨버그, 허치 파커, 로렌 슐러 도너가 참석했다. 이날 제임스 맥어보이는 분위기 메이커 노릇을 톡톡히 했다. 촬영 기간 동안 배우들의 호흡이 얼마나 환상적이었을지 짐작게 하는 자리였다.

-이렇게 훌륭한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는 작품을 제작하는 데 가장 큰 어려움은 뭐였나.

=사이먼 킨버그_지금까지 참여한 작품 중에서 스케줄 잡기가 가장 어려웠다. 모든 배우들이 한정된 기간 동안 정해진 날짜에 촬영해야 했는데, 워낙 출연하는 작품이 많은 배우들이라.

로렌 슐러 도너_첫 번째 그룹의 배우들 촬영이 끝난 뒤 두 번째 그룹의 촬영을 해야 했다. 그런데 휴 잭맨은 <더 울버린> 홍보 때문에 몇개월을 비워야 했고, 제니퍼 로렌스는 <헝거게임>을 찍어야 했고….

제임스 맥어보이_난 신인배우라 그렇게 바쁘지 않았는데. (웃음)

-미래의 프로페서X와 과거의 프로페서X가 함께하는 장면은 조용하지만 힘이 있었다. 같은 공간에서 마주보고 연기할 때 기분이 어땠나.

=패트릭 스튜어트_자신의 눈을 통해 또 다른 자신을 만나게 되는 장면이다. 영화에서 꼭 필요한 장면이었다. 그날은 내 마지막 촬영날이면서 제임스 맥어보이의 촬영 첫날이었다. 난 짐도 다 싸놓았고, 촬영장을 뜰 준비가 끝난 상태였다. (웃음) 리허설을 한 기억도 없다. 대사를 외우고 40분 만에 끝냈다. 몇주 동안 열심히 힘들게 찍었다고 말할 걸 그랬나. (웃음)

제임스 맥어보이_오랫동안 패트릭 스튜어트의 팬이었다. 그런데 패트릭이 지난 14년간 맡아 연기했던 캐릭터를 그의 눈앞에서 연기한다고 생각해봐라. 정말 긴장됐다. 그럴 땐 두 가지 선택이 있다. 긴장하다가 장면을 망치거나, 부담감을 극복하고 최선을 다하거나.

-젊은 시절의 매그니토를 연기한다. 어떻게 캐릭터를 준비했나.

=마이클 파스빈더_참고한 자료가 있다. 유튜브에 이안 매켈런의 1970년대 연기 워크숍 동영상이 올라가 있다. <맥베스>에 관한 10여분 길이의 영상인데, 그 동영상을 반복해 보면서 당시 이안 매켈런의 목소리 리듬과 톤을 공부했다.

-피터 딘클리지, 당신은 이번 영화에서 모두가 원하던 ‘악역’을 연기했다. 그런 악역을 연기하게 되리라 예상했었나.

=피터 딘클리지_악역의 의미를 정의해 달라. (웃음) 아무튼 기회만 있으면 이런 저예산 독립영화에 출연하려고 노력한다. (웃음) 좋은 시나리오와 좋은 배우들과 함께한다면 이런 작품에서도 빛이 날 수 있으니까. 하지만 내 역할이 악역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왜 악역이 아니라고 생각하나. 이번 역할이 <왕좌의 게임>의 캐릭터(티리온 라니스터)와도 연결된다고 생각하나.

=피터 딘클리지_무슨 게임이라고? (웃음) 내가 맡은 두 캐릭터가 단순히 악역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번 영화의 닥터 트라스크는 자신의 행동이 정의롭다고 믿는다. 인류와 세계를 구원하고 싶어 한다. 그는 베트남전쟁 중 돌연변이를 공공의 적으로 몰아가는 것이 세계를 하나로 집결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동시에 그는 자본주의의 하수인이다. 전쟁을 통해 이윤을 추구하는 인간이라는 점에서 그는 악역이 맞다.

-연기공부를 할 때 어떻게 공중부양하는지는 배우지 않을 텐데, 와이어 액션 때문에 고생이 많았을 것 같다.

=마이클 파스빈더_힘들기도 했고 희열도 느꼈다. 여기저기 튀어나오는 것을 잘 집어넣은 뒤(웃음) 와이어 장치를 메고 숨죽인 채 기다렸다가 높이 날아오른다. 요즘엔 사람들이 잡아 당기지 않고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와이어를 움직이더라. 상당히 높이 올라갔기 때문에 컴퓨터가 고장나지 않기를 기도했다.

패트릭 스튜어트_모든 배우들이 자신의 내면에 피터팬이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어떤 배우들의 내면엔 팅커벨이 살지만. 이번 영화에서 나도 상당히 긴 공중부양 장면을 소화했다. 그런데 대부분 편집됐다. 왜 편집됐는지 모르겠다.

로렌 슐러 도너_너무 길어서 잘라냈다.

-힘든 장면을 연기한 뒤 그 분위기를 유지하는 편인가, 금세 깨고 나오는 편인가.

=제임스 맥어보이_이렇게 수준 높은 배우들이 함께 모이기가 힘든데… 수준 높은? 키가 큰? (웃음) 근데 정말이지 니콜라스 홀트와 휴 잭맨은 키가 너무 크다. 어쨌든 모두 최정상의 배우들이지만 자존심을 내세우는 사람은 한명도 없었다. 서로를 위해 최선을 다해 연기했다. 배우들의 관계가 워낙 돈독해서 무거운 내용의 장면을 연기한 뒤엔 서로에게 도움이 되려고 했다.

-내용만 보면 상당히 어두운 작품이다. 이전 시리즈와 비교해 달라진 점이 있다면.

=사이먼 킨버그_시나리오를 쓸 때 중심이 되는 캐릭터가 있어야 한다. 이 작품에선 그 인물이 젊은 찰스다. 영화 초반부엔 희망을 상실한 캐릭터로 등장하지만 끝에선 희망을 찾는다. 인물들이 중간중간 겪는 고통은 결국 안전하고 행복한 곳으로 도달하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다.

패트릭 스튜어트_연륜 있는 찰스에겐 늘 선택의 여지가 있었다. 협상과 설득, 외교적 수완 등 폭력을 선택하지 않아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엔 찰스에게 선택의 여지가 없어졌다. 그 덕에 찰스 캐릭터가 많이 터프해졌다. 연기하면서 즐거웠다.

-비숍 역을 맡은 오마 사이와의 작업은 어땠나. 오마 사이는 해외(프랑스)에서 인기가 많은데.

=휴 잭맨_오마 사이가 세트에 들어설 때 여자들의 반응을 봤어야 한다. 그가 세트를 빠져나가자 3명의 여성이 기절했다. (이때 제임스 맥어보이가 일어나 자신의 몸매를 손으로 가리킨다.) 아, 그때 제임스 맥어보이가 같이 세트장을 나갔었다. 그 여성들이 누구를 보고 기절했는지 정확히 말하기 힘들다. (웃음)

관련 영화

관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