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성장’하는 중년 남자 <조>
2014-07-02
글 : 우혜경 (영화평론가)

알코올중독 전과자인 조(니콜라스 케이지)는 과거를 정리하고, 숲속에서 벌목꾼들을 관리하며 하루하루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함께 일하고 싶다며 자신을 찾아온 상처투성이 소년 게리(타이 셰리던)를 받아들인 조는 성실하게 일하는 소년의 모습에 신뢰를 쌓아간다. 게리 역시 무뚝뚝하지만 항상 자신을 챙겨주는 조가 고맙기만 하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조는 게리가 알코올중독 아버지의 지독한 폭행에 시달리며 무력한 여동생과 엄마를 돌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소년을 도와주려 애쓰지만, 상황은 점점 나빠져만 간다.

‘희망 없는 삶을 영위하는 중년 남자와 벼랑 끝에 내몰린 소년의 우정’을 보여주지만, 영화의 중심은 철저히 (조와 게리의 관계가 아닌) 조에 맞춰져 있어 ‘세대 초월 우정의 감동’을 기대했다면 실망스러울 수도 있다. 여기에 연출을 맡은 데이비드 고든 그린의 이름에 <파인애플 익스프레스>나 <유어 하이니스> 혹은 <프린스 아발란체>까지 떠올리며 슬며시 웃음지었다면, <조>가 보여주는 진지한 성찰도 당혹스럽긴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복잡한 감정을 일축해버릴 만큼 <조>가 던지는 질문에는 상당한 힘이 있다.

영화는 절망밖에 남지 않은 조의 인생이 천사처럼 찾아온 게리에 의해 어떻게 변해가는지를 시종일관 어둡고 축축한 화면으로 바라본다. 폭력적인 아버지를 둔 게리의 이야기에 함께 분노하지만, 조의 삶은 게리 아버지의 삶과 닮아 있다. 조 역시 알코올중독에 폭력적 성향을 조절하지 못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계속되는 음주와 폭력에 조의 삶은 시한폭탄처럼 불안하다. 하지만 게리와의 만남으로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된 조는 이제 아주, 조금씩, 변해간다. 그리고 영화는 조의 이 느린 변화를 지치지 않고 좇는다. 과거에 조와 함께 일했던 한 벌목꾼은 게리에게 “적어도 나에게 조는 좋은 사람”이라고 말해주는데, 이 한줄의 대사가 영화 전체를 휩싸고 돈다.

타이 셰리던이라는 공통분모 덕분이겠지만 <조>는 제프 니콜스의 <머드>를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머드>가 ‘머드’라는 이방인과의 만남을 통해 성장하는 소년의 이야기라면, <조>에서 ‘성장’하는 것은 소년 게리가 아니라 중년 남자 조이다. 물론 <머드>에 이어 <조>에서도 놀라운 연기를 보여준 타이 셰리던의 모습은 니콜라스 케이지의 노련함에 전혀 뒤지지 않을 정도로 존재감이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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