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타 디지털은 <반지의 제왕> <아바타> <호빗> 등으로 ‘영상 혁명’을 이뤄냈다는 평을 받은 디지털 그래픽 스튜디오다.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의 CG 및 모션 캡처를 담당한 웨타 디지털은 이번에도 ‘라이브 퍼포먼스 캡처’라는 신기술을 선보인다. 웨타 디지털의 임창의, 최종진 선임 조명기술감독(Senior Lighting Technical Directors)이 지난 6월27일 한국을 방문해 웨타의 기술력, 웨타에서의 생활에 대해 들려줬다.
-웨타 디지털에 들어가게 된 계기는.
=임창의_한국에서는 모팩 등에서 10년 정도 FX 일을 했다. 런던의 더블 네거티브에서 FX기술감독으로 근무하고 있을 때 <아바타> 작업에 너무 참여하고 싶어 웨타 디지털에 들어갔다. <아바타> 작업을 하면 다른 사람들보다 먼저 <아바타>를 볼 수 있을 것 같아서 지원했다. 원래 계획은 웨타에서 2년 일하고 다시 더블 네거티브로 돌아가는 것이었는데 1년쯤 일하다보니 ‘이 직장이 내가 찾던 꿈의 직장’이구나 싶더라. 현재 5년 반째 웨타에서 일하고 있다.
최종진_대학에서 경영학을 공부했다. 졸업하고 자동차 회사에서 기획 일을 했었는데 이렇게는 평생 못살 것 같다 싶어 뉴욕으로 유학갔다. 어릴 적 꿈이 컴퓨터로 그림 그리는 거였다. 인더스트리얼 라이트 앤드 매직, 소니픽처스 이미지웍스에서 일했고, 웨타가 이쪽 업계에선 최고라는 생각에 지원했다. 2010년에 입사했고 웨타에서의 첫 작품이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이다.
-시니어 라이팅 테크니컬 디렉터의 역할에 대해 설명해달라.
=최종진_한국어로 굳이 번역하면 선임 조명감독쯤 되는데, ‘라이팅’과 ‘테크니컬 디렉터’ 두 단어가 많은 것을 담고 있다. CG로 만든 가상의 조명을 이용해 배경과 캐릭터를 합성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이질감을 없애고, 캐릭터를 사실적으로 보이게끔 하는 게 우리의 첫 번째 목표다. 두 번째로, CG 조명으로 영화에 극적인 효과를 부여한다. 어떻게 하면 더 아름다운 숏을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는 작업이다. 보통 ‘테크니컬 디렉터’가 되기 위해선 10년 이상의 경력을 필요로 한다.
임창의_모델, 텍스처, 애니메이션, 이펙트 작업을 거친 데이터들이 최종적으로 넘어오면 우리가 그것을 가상 조명을 이용해 이미지화한다. 그림을 완성하는 거다. 그리고 각 과정에서 생긴 문제들을 최종 공정에서 해결하고 개선시키는 게 테크니컬 디렉터다.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에서 선보인 라이브 퍼포먼스 캡처 기술은 웨타 디지털만이 보유한 기술이라고.
=임창의_기존의 모션 캡처에서 진일보한 기술로, 모션 캡처 퍼포먼스 배우들이 블루스크린이나 그린스크린 앞에서 연기하는 게 아니라 실제 로케이션에서 실사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와 함께 연기하는 것을 말한다. 퍼포먼스 액터들은 트래킹 포인트가 부착된 별도의 의상을 입고 연기하는데, 세트가 아니라 야외이기 때문에 트래킹 포인트를 정확히 카메라가 읽어내기 힘들다.
-라이브 퍼포먼스 캡처 이후 도래할 신기술을 예상해본다면.
=임창의_모션 캡처를 하려면 모션 캡처용 슈트를 입어야 하는데, 몸에 딱 붙는 슈트를 입으면 배우들이 움츠러들게 된다. 민망하니까. 언젠가는 일반 옷을 입고도 모션 캡처가 가능한 기술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일하면서 가장 성취감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
=최종진_다들 컴퓨터그래픽을 잘하니까 회사에서 칭찬받기가 힘들다. (웃음) 정말 혼을 불어넣었다고 생각하는 숏을 만들었는데 다음날 평가 시간이 되면 어김없이 잘못을 지적받는다. 완벽해질 때까지 그 과정은 반복된다. 그러다 감독한테서 OK 사인이 떨어지면 희열을 느낀다. 예전에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과 함께 일할 기회가 있었는데, 스필버그 감독이 좋은 얘기를 해줬을 때 정말 힘이 났다.
-현재 작업 중인 영화는.
=임창의, 최종진_<호빗3>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