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 길들이기2>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This is Berk.” 귀에 익숙한 메인 테마곡과 함께 들려오는 히컵의 한마디에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거린다. 버크 섬의 푸른 바다가 보이자마자 바이킹들과 드래곤을 타고 하늘을 질주하는 착각에 빠진다. 버크 섬엔 요즘 드래곤레이스가 유행인 모양이다. 드래곤레이스는 드래곤을 타고 더 많은 양을 포획하는 게임이다. 하늘 위를 날고 있는 듯 실제로 눈앞이 아찔해지는 건 손에 잡힐 듯 자연스러워진 3D 효과 때문만이 아니다. 얼굴을 때리는 차가운 바람과 드래곤의 움직임에 맞춰 좌우로, 앞뒤로 흔들리는 모션체어가 그곳에서 히컵과 함께 날고 있기라도 한 듯 생생한 현장감을 느끼게 한다. 이미 4DX는 어릴 적 타본 테마파크의 4D 놀이기구와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4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버크 섬은 꽤 변했다. 거뭇거뭇하게 수염이 난 청년 히컵을 만나는 것이 무척 어색하다. 아스트리드보다 반뼘쯤 작던 키는 어느새 아스트리드의 정수리를 넘어섰다. 전편에서 ‘그린라이트’를 반짝이던 히컵과 아스트리드는 닭살커플이 되어 시도 때도 없이 애정행각을 벌인다. 아기고양이 같던 투슬리스도 훌쩍 자라 ‘밤의 분노’ (Night Fury)라는 이름에 걸맞은 전투 드래곤으로 성장했다. 모두가 어른이 되어버렸기 때문일까. 속도감과 스펙터클도 ‘어른의 취향’에 맞게 파워풀해졌다. 정신을 쏙 빼놓은 오프닝 시퀀스가 끝나자마자 숨 돌릴 틈도 없이 투슬리스와 히컵의 라이딩이 이어진다. 둘의 취미는 버크 섬 주변을 돌며 지도를 만드는 일이다. <드래곤 길들이기> 시리즈에서 활강 장면이 최고로 매력적이라는 건 두말하면 입 아플 정도다. 4DX를 체감하기에 가장 효과적인 장면도 역시 라이딩 신이다. 1인칭 시점으로 이어지는 통에 마치 실제로 날고, 추락하고, 유영하는 것 같다. 한층 움직임이 부드러워진 NX1 모션체어 덕에 서서히 날아오를 때와 바다를 향해 쭉 미끄러져 내려갈 때의 긴장감이 무척 자연스럽게 조절된다. 모션체어의 액션은 앞뒤로 왔다갔다하는 피치(Pitch), 좌우로 움직이는 롤(Roll), 위아래로 움직이는 히브(Heave)까지 세 동작으로만 이뤄져 있다. 4DX 에디터들이 만드는 이 간단한 움직임의 조합이 우리를 드래곤의 등 위로, 창공으로 데려다주는 것이다.
호기심은 둘을 미지의 세계로 인도한다. 거대한 얼음동굴이 눈앞에 등장하면서 상영관에 매캐한 냄새가 퍼진다. 기괴한 가면을 쓴 드래곤라이더가 나타나면서 양쪽 귀 근처에서 슉슉 소리를 내며 날카로운 바람이 튀어나온다. 동시에 발목 부근에서도 서늘하고 짧은 바람을 쏘아댄다. 예상치 못한 감촉에 놀라 자칫하면 자리에서 펄쩍 뛰어오를 뻔했다. 그의 정체는 사라진 줄 알았던 히컵의 어머니 발카다. 그가 어머니란 걸 히컵이 깨닫자마자 주변을 감싼 매캐한 냄새는 순식간에 꽃향기로 바뀐다. 낯설어 보이던 동굴 내부는 금세 익숙한 정원으로 변모한다. 동굴 안에서 뛰노는 아기 드래곤들마다 모션체어의 바이브레이션도 제각각이다. 통통 튀는 날렵한 녀석이 있는가 하면 쿵쿵 뛰어오르는 덩치 큰 드래곤도 있다. 잽싸기는 또 어찌 그리 잽싼지 아기 드래곤들이 날아오를 때마다 총알이 지나가듯 바람이 얼굴을 빠르게 스친다.
진짜 무시무시한 존재는 따로 있다. 악명 높은 드래곤헌터 드라고 블러드비스트와 그의 거대 드래곤 비윌더비스트다. 비윌더비스트의 거대함과 흉포함은 압도적이다. 비윌더비스트가 스크린을 꽉 채우며 등장할 때마다 모션체어는 미세한 바이브레이션을 쉬지 않고 전달해 관객의 긴장을 증폭시킨다. 비윌더비스트가 포효라도 할 적엔 머리카락이 사방으로 흩날릴 만큼 주변에 사나운 바람이 몰아치고 모션체어의 진동도 한층 강력해진다. 그 움직임이 웅장한 사운드와 시너지를 이루며 관객의 기를 삽시간에 눌러버린다. 드라고와 비윌더비스트는 드래곤들을 현혹시켜 버크 섬을 공격하지만 히컵과 투슬리스는 주눅들지 않고 이들에게 맞선다. 최후의 전투는 과연 장렬하다. 상영관을 무너뜨리기라도 할 기세로 모션체어가 마구 흔들리고 얼굴엔 물벼락이 쏟아지며 눈앞에선 번개까지 번쩍번쩍 친다.
수차례 난리통을 거쳐 마침내 버크 섬에 완전한 평화가 찾아왔다. 상영관은 무너지지 않았고, 관객은 안도로 가슴을 쓸어내린다. 이 평화를 느껴보라는 듯 모션체어는 잔잔한 물에 떠 있는 쪽배처럼 부드럽고 느리게 움직인다. 전편과 마찬가지로 영화의 마무리는 히컵의 내레이션이다. 버크 섬의 아름다운 풍광 위로 크레딧이 뜬다. 또다시 익숙한 테마곡을 들으며 여운을 즐기다 상영관을 나선다. 상영관을 나오는 동안 스마트폰 어플을 통해 다시금 4DX 예매 버튼을 누르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