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FF 37.5]
[STAFF 37.5] 기술보다 캐릭터가 우선이다
2014-09-12
글 : 주성철
사진 : 최성열
<두근두근 내 인생> <타짜-신의 손> 특수분장 ‘제페토’ 윤황직 실장

2014 <몬스터> <표적> <사도> <기술자들> 2013 <은밀하게 위대하게> <소원> 2012 <이웃사람> <공모자들> <간첩> <타워> 2011 <써니> 2010 <파괴된 사나이>

연희동 주택가에 자리잡은 특수분장업체 ‘제페토’는 분주하다. 맞다, 회사 이름 제페토는 동화 속 피노키오를 만든 바로 그 아저씨 이름이다. 공교롭게도 추석 시즌에 맞붙게 된 <두근두근 내 인생>과 <타짜-신의 손> 모두 윤황직 실장의 작품들이다. 그는 <두근두근 내 인생>을 진행하면서 할리우드의 그렉 캐놈으로부터 기술을 전수받았다. <드라큘라>(1992), <미세스 다웃파이어>(1993, 이상 공동수상)를 비롯해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2008)로 아카데미 분장상을 수상한 그렉 캐놈은 ‘얼굴’ 특수분장에 관한 한 최고의 권위자다. 오래전부터 그를 존경해 마지않던 윤황직 실장은 자신과 회사에 대한 프로필을 보내 도움을 청했고, 그런 과정에서 우연찮게 <두근두근 내 인생> 제의를 받았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에서 나이 든 벤자민 버튼(브래드 피트)의 얼굴을 ‘창조’해낸 그렉 캐놈의 솜씨를 떠올려보면 너무나 적절한 타이밍이었다. “그렉 캐놈의 별명이 바로 ‘노인 분장의 왕’이다. 조로증에 걸린 아이의 피부만 중요한 게 아니라 감정과 눈빛이 살아 있어야 했다. 피부를 최대한 얇게 만드는 그의 기술이 최선이라 생각했고, 다행히 제작사의 지원 아래 영문 시나리오를 제작해 그에게 보냈다. 그 또한 흔쾌히 허락해주어 거의 한달에 3번씩 3개월 동안 그의 작업실을 찾았다. 입국심사대 직원이 ‘왜 이렇게 자주 오냐’고 물을 정도였다. (웃음)” <두근두근 내 인생>의 80살 조로증 소년 아름(조성목)의 깊은 주름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윤황직 실장은 ‘죽도록 특수분장이 하고 싶다’며 포트폴리오를 들고 LCM 이창만 실장을 무작정 찾아갔다. 당시 이창만 실장은 <알포인트>(2004), <범죄의 재구성>(2004) 등을 작업하느라 한창 바쁠 때였고 일하는 인원도 꽉 차 있었지만, 그의 당돌함을 높이 샀고 결국 그는 작업실 청소부터 시작했다(안타깝게도 이창만 실장은 지난 2012년 43살로 세상을 떴다).

일을 시작할 때부터 그의 관심사는 시체 ‘더미’나 실물과 같은 형태로 만들어 움직이게 하는 ‘애니메트로닉스’가 아니라 오직 ‘얼굴’이었다. “더미나 애니메트로닉스는 혼자서 어떤 ‘소품’을 만들어내는 것이라면 얼굴 분장은 배우와의 호흡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주변환경이나 배우 혹은 나의 컨디션에 따라 결과물이 달라진다는 점에서 재밌다. 지금 <사도>를 작업하면서 ‘내가 이럴 때 아니면 언제 송강호의 얼굴을 마음껏 만져볼 수 있을까’ 싶다. (웃음)” 그의 지론은 “궁극적으로 캐릭터가 보여야지 거꾸로 분장이 먼저 보이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런 성실함과 크리에이티브를 무기 삼아 현재 제페토는 무척 빠른속도로 성장 중이다. 지하 작업실에서 단돈 천만원을 들고 독립했던 5년 전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일취월장, 하지만 그는 “아직 멀었다”며 웃는다.

스승의 머리카락

뭔가 좀 변태스럽지만, 그렉 캐놈의 머리카락이다. 만난 자리에서 머리 색깔이 멋지다고 했더니 바로 “잘라 가”라고 했다.(웃음) 성격 또한 호탕하고 매력적인 사람이었다. <두근두근 내 인생>을 작업하며 무려 6kg이 빠졌지만, 나의 우상과도 같은 그와의 만남으로 인해 앞으로 지치지 않고 일할 힘을 얻었다.

관련 영화

관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