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9년 미국, 게이 커플인 루디(앨런 커밍)와 폴(개릿 딜라헌트)은 루디의 옆집에 사는 15살 소년 마르코(이삭 레이바)를 입양하려 한다. 다운증후군 환자인 마르코는 제대로 된 보살핌이 필요하지만 유일한 보호자였던 엄마가 마약으로 감옥에 갔기 때문이다. 결국 두 사람은 자신들의 ‘정체’를 솔직하게 드러낸 채 마르코의 양육권을 얻기 위한 재판을 시작하고, 세상의 편견과 힘든 싸움을 벌인다.
실제 인물에 영감을 받아 만든 트래비스 파인 감독의 <초콜렛 도넛>은 단순하지만 힘 있는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전달하는 드라마다. 동성애에 대한 차별은 없어져야 하며, 이를 위해 제도적 개선은 물론 인식도 함께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어쩌면 너무 단순해 보이는 이 주제는 영화의 극적인 사건들과 만나며 설득력을 얻는다. 이를테면 홀로 거리를 헤매는 마르코의 안쓰러운 뒷모습과 법정에서 모욕적인 질문에 답해야 하는 루디의 처지 등은 즉각적으로 강렬한 정서적 파장을 빚는다. 그리고 영화는 이를 통해 관객으로 하여금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을 자연스럽게 갖게 한다. 하지만 겉으로 드러난 주제에 동의하는 것과 그 주제를 전달하는 영화적 방식에 감동을 받는 것은 다른 문제다. <초콜렛 도넛>은 특히 마지막에 벌어지는 어떤 사건을 통해 주제를 강조하면서 교묘한 서사적 장치를 이용한다. 즉 비극성을 더 증폭시켜 큰 감동을 만들려는 것인데, 이는 사건의 고유한 성격을 변질시킨다는 점에서 쉽게 동의하기 힘든 방법이다. 다시 말해 영화 속 사건을 그리는 감독의 해석이 너무 노골적으로 느껴져 거부감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