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이 학교, 정상이 아니다 <괴테스쿨의 사고뭉치들>
2014-11-19
글 : 임정범 (객원기자)

“내 돈 잘 묻어뒀어?” 13개월의 복역을 마친 은행 강도 제키(엘리야스 엠바렉)는 출소 뒤 숨겨뒀던 돈을 찾는다. 하지만 돈을 묻은 곳에 학교 체육관이 들어서 있다. 제키는 어딘가 허술한 교사인 리지(카롤리나 헤어퍼스)의 자격증을 훔쳐 학교에 위장취업한다. 낮에는 애들을 가르치고 밤에는 땅굴을 파는 생활이다. 그런데 이 학교, 정상이 아니다. 선생에게 오물을 붓거나 분필에 껌을 붙여놓는 등 학생들이 선생들을 괴롭힌다. 제키는 전과범(?)답게 거친 행동으로 학생들을 제압하면서도 교사 일에 열중하기 시작한다.

<괴테스쿨의 사고뭉치들>의 원제는 ‘Fack ju Gohte’다. 맞춤법조차 맞지 않는 비속어와 은어가 괴테스쿨에 다니는 독일 10대들의 주 언어다. 짓궂은 장난으로 선생들을 내쫓고, 욕설과 성적인 농담으로 일관하는 학생들에게 제대로 된 교육이 가능할 리 없다. 제키의 정체를 파악한 동료 리지의 도움으로 그는 학생들과 정서적인 교감을 나누기 시작하는데, 그건 그가 정상적인 교사가 아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이런 극적인 변화가 다소 빤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이 과정에서 건드는 소재들이 그리 만만치 않다. 기본적인 배움조차 불가능한 공교육 현장과 마약 딜러를 꿈꾸며 비속어로 일관하는 10대들은 웃음을 유발하는 장치이지만, 동시에 독일 사회의 이면을 건드린다. 물론 영화는 기본적으로 유쾌한 코미디다. 제키 역을 맡은 엘리야스 엠바렉은 억지스러운 유머를 자연스럽게 구사하면서도, 로맨스와 드라마까지 무리없이 소화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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