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예매 준비됐나요? (2)
2015-02-10
글 : 장영엽 (편집장)
글 : 송경원
<팬> <앤트맨> <쥬라기 월드> 등 2015년 상반기 개봉예정 해외영화 미리 보기

<팬> Pan

감독 조 라이트 / 출연 레비 밀러, 휴 잭맨, 개릿 헤드룬드, 루니 마라, 아만다 사이프리드 / 개봉 7월

결코 어른이 되지 않는 소년. 피터팬이라는 이름을 지닌, 20세기 초 스코틀랜드 작가 J. M. 배리가 창조해낸 이 매혹의 캐릭터는 유년기의 유한함을 슬퍼하는 모든 이들에게 동경의 대상으로 자리잡았다. <팬>은 한 세기를 지나는 동안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와 애니메이션과 소설에 영감을 준 피터팬 이야기를 현대적으로 각색한 판타지 블록버스터다. 하지만 “이건 당신이 알고 있는 네버랜드 스토리가 아니다”라는 감독 조 라이트의 말대로, <팬>은 원작과는 꽤 다른 느낌의 작품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팬>의 배경은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0년이다. 전쟁의 여파로 양산된 수많은 고아들 가운데 피터팬이라는 소년이 있다. 그는 밤마다 전쟁고아들을 납치하는 해적 ‘검은 수염’에 의해 네버랜드에 가게 되고, 그곳에서 다양한 인물과 사건을 마주하며 자신이 네버랜드를 구하기 위해 선택받은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워너브러더스가 공개한 2분30초가량의 트레일러에서 눈길을 끌었던 건, 짐작과는 사뭇 다른 등장인물들이었다. 후크 역의 개릿 헤드룬드는 검은 머리와 갈고리손으로 대변되던 오리지널 캐릭터의 이미지와는 달리 어수룩한 청년의 모습으로 등장했고, 네이티브 인디언이라는 설정이었던 피터팬의 친구 타이거 릴리는 백인 여배우 루니 마라에 의해 다소 이질적인 느낌으로 거듭났다(타이거 릴리 역에 백인 여배우가 캐스팅되었다는 사실 때문에 <팬>은 프리 프로덕션 단계에서부터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팬>의 트레일러에선 피터팬 이야기의 트레이드 마크 같은 존재인 팅커벨이 보이지 않는다.

이 블록버스터의 연출자가 조 라이트라는 점이 중요하다. <오만과 편견> <어톤먼트> <안나 카레니나> 등의 전작을 통해 오리지널에 새로운 색깔을 덧입히는 재능을 스스로 입증해온 그는 <팬>을 단순히 동심과 마법이 존재하는 달콤한 드림랜드로 만들고 싶어 하지 않는 듯하다. 영국 영화잡지 <엠파이어>에 따르면, 조 라이트는 영화의 중심 배경이 될 네버랜드의 프로덕션 디자인조차 리얼리티가 반영된 현실적인 공간으로 만들어내길 원했다고 한다. 그러므로 <팬>을 기다리며 하게 되는 질문은 바로 이런 것이다. 대공습과 폭격이 이어지던 암흑의 40년대, 현실과 꿈의 공간은 어떤 방식으로 서로 연결될 것인가? 다시 한번 조 라이트의 해석에 베팅을 걸어볼 만하다.

<팬>에는 신선한 얼굴들이 많다. 스튜디오와 감독이 오랜 시간 찾아 헤맸다는 네버랜드의 주인공 피터팬으로는 아직 정확한 나이조차 확인할 길이 없는 신인배우 레비 밀러가 낙점되었고, 웬디 달링 역을 맡은 여자 아역배우 역시 레니 지글마이어라는 뉴페이스의 몫이다. 더불어 고아들의 악몽 같은 존재를 대개 선한 이미지의 배우로 기억되어왔던 휴 잭맨이 연기한다는 점도 흥미롭다.

<채피> Chappie

감독 닐 블롬캠프 / 출연 휴 잭맨, 샬토 코폴리, 시고니 위버, 데브 파텔 / 개봉 3월

인간보다 인간다운 로봇은 SF의 오래된 소재 중 하나다. SF영화가 같은 질문을 반복한다면 ‘또?’라고 지겨워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것은 신의 존재를 되묻는 질문만큼이나 영원하고 유효한 질문이다. 적어도 인류가 멸망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인간다운 인간’이란 화두의 본질은 질문이 아니라 답을 찾아나가는 과정에 담겨 있다. 그런 의미에서 <채피>의 닐 블롬캠프라면 이 식상하고 오래된 질문을 믿고 맡겨볼 만하다. <디스트릭트 9>에서 기존의 SF 관습에서 벗어난 참신한 상상력을 펼쳐보인 그가 이번엔 학습하는 로봇 이야기를 들고 찾아왔다. 전작 <엘리시움>에서는 비교적 아쉬운 평가를 들었지만 이번엔 다를 것 같다. 자신의 장기를 십분 발휘할 수 있는 작고 오밀조밀한 이야기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로봇 경찰이 치안을 맡게 된 미래, 슬럼가를 순찰하는 위험한 역할은 로봇 경찰의 몫이다. 어느 날 디온 박사는 스스로 학습하고 성장하는 인공지능 로봇 ‘채피’를 만든다. 하지만 로봇회사 입장에서는 잠재적인 골칫거리일 뿐인 채피를 제거하려고 한다. 슬럼가에서 만난 이들과 함께하며 점차 성장하는 채피가 이들의 위협을 뚫고 생존할 수 있을 것인가.

가벼운 코미디물을 만들려고 했다는 닐 블롬캠프 감독은 이번에도 많은 이들이 소홀하게 지나칠 본질적인 질문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건드린다. 특별한 상황과 반전에 기대기보단 익숙한 설정에서 약간 다른 재배치를 통해 새로운 시점을 제시해온 그의 성향과도 맞아떨어진다. 인간보다 인간적인 로봇과 냉혹한 인간의 대립은 닳고 닳은 클리셰지만 이 빤한 이야기를 어떻게 포장할지 자못 기대된다. 아무래도 드라마가 강조됐지만 예고편을 보면 <엘리시움>에서 갈고닦은 액션 신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이제는 닐 블롬캠프의 페르소나라 해도 무방할 샬토 코폴리가 채피의 목소리를 맡았고 휴 잭맨이 채피를 제거하려는 악역으로 등장한다. 시고니 위버의 출연도 반갑다. <엘리시움>에서 조디 포스터를 악역으로 만들었던 그가 시고니 위버를 어떻게 활용할지도 기대된다.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Mad Max: Fury Road

감독 조지 밀러 / 출연 톰 하디, 샤를리즈 테론, 니콜라스 홀트 / 개봉 5월

무려 30년 만의 귀환이다.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는 조지 밀러가 1985년에 연출한 <매드맥스3> 이후 오랫동안 할리우드를 떠돌던 프로젝트였다. 영국 잡지 <엠파이어>는 조지 밀러와의 인터뷰를 통해 다사다난했던 4편의 제작과정을 소개한 바 있는데, 그 사연으로만 시나리오 한편이 나올 정도로 구구절절하다. 처음에는 투자 문제가, 그다음에는 주연배우(멜 깁슨)가, 겨우 상황을 추슬러 영화제작에 들어가려 하자 9•11테러와 이라크 전쟁이 제작진의 발목을 잡았다(이 영화의 반영웅적인 주인공과 테러리스트를 연상케 하는 악당들의 면모가 미국 투자자들의 심기를 거스를 게 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4편의 내용에 대한 명확한 비전이 있었던 조지 밀러 감독은 황량한 사막의 먼지처럼 바스라질 뻔했던 이 프로젝트를 다시금 부여잡았고, 톰 하디라는 새로운 얼굴과 샤를리즈 테론이라는 의외의 악당으로 무장한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는 30년 만에 ‘21세기’ 관객을 만나게 됐다.

<매드맥스> 시리즈를 가로지르는 이미지는 모든 것이 황폐화된 디스토피아적인 미래, 사막을 횡단하며 기괴한 모습의 악당들과 추격전을 벌이는 과격한 영웅 맥스의 모습이다.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에서도 시리즈의 상징과도 같은 이러한 설정은 변하지 않을 듯하다. 푸리오사의 전제 군주(샤를리즈 테론)가 지배하는 사막을 탈출하려는 사람들이 존재하며, 이들을 막으려는 푸리오사 일당과 매드맥스(톰 하디) 사이에서 벌어지는 ‘길 위의 전쟁’이 이번 영화의 주요 내용이 될 예정이다. 영국의 코믹스 작가 브렌든 매카시와 공동 집필한 이번 작품을 두고 조지 밀러는 “일본 관객이 자막 없이 보더라도 이해할 수 있는 영화”가 되길 바란다고 말한 적이 있다. 대사를 최소화하고 이미지의 강렬한 힘으로 승부하는 액션 블록버스터를 만들겠다는 것이 그의 포부다. 그가 말하는 “‘풍경 같은’ 블록버스터”의 면모가 궁금하다면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의 예고편을 감상하시길. 보는 이의 시선을 압도하는 무시무시한 디스토피아가 거기에 있다.

<차일드 44> Child 44

감독 다니엘 에스피노사 / 출연 톰 하디, 게리 올드먼, 노미 라파스, 요엘 신나만 / 개봉 5월

<차일드 44>는 톰 롭 스미스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스릴러물이다. 1953년 소련에서 발생한 어린이 연쇄살인사건과 이를 수사하는 국가안보요원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다. 소설의 모티브가 된 실제 연쇄살인범 안드레이 치카틸로는 당시 52명의 여성과 아이들을 살해하며 사회에 충격을 안겨주었다. 하지만 더욱 충격적인 건 끔찍한 연쇄살인 이면에 감춰진 구소련 시대 자행된 국가의 폭력이다. 연쇄살인마를 따라가는 와중에 자연스레 시대의 초상이 잘 그려진 소설로 저자 톰 롭 스미스는 2008년 맨 부커상 후보에 올랐고 이언 플레밍 스틸 대거상을 수상했다. 국가의 이념과 개인의 신념이 충돌하는 원작의 묘미는 치밀하고 밀도 높은 스릴러 장르를 통해 표현될 예정이다. 국가에 충성하다 의문을 품기 시작한 수사관 레오 역에 톰 하디, 그의 아내 라이자 역에 노미 라파스, 상관 미하일 네스테로프 역에 게리 올드먼이 캐스팅됐다. 완벽한 국가라는 허울 아래 사건을 은폐하려는 세력과 이를 파헤치려는 이들의 숨 막히는 대결이 시작된다.

<판타스틱4> The Fantastic Four

감독 조시 트랭크 / 출연 마일스 텔러, 제이미 벨, 마이클 B. 조던, 케이트 마라 / 개봉 8월

자신 있거나, 조심스럽거나. 정보 유출에 유난히 철저한 영화들은 대개 이런 이유로 보안 유지에 힘쓴다. 8년 만에 리부트되는 <판타스틱4>의 비밀스러운 행보를 두고 할리우드 안팎에서도 우려의 시선이 존재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얼마 전 공개된 <판타스틱4>의 티저 예고편은 이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좀더 긍정적인 쪽으로 바꿔놓았다. 네명의 등장인물- 이후 미스터 판타스틱과 인비저블 우먼, 휴먼 토치와 더 씽이 되는- 이 어떤 연유로 대체우주로 순간이동을 한다. 이 ‘사건’은 그들의 육체적 형태를 변화시키고, 그들에게 새로운 능력을 부여한다. 갑작스러운 ‘힘’을 가지게 된 이들이 그 힘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를 알아가는 과정, 그리고 ‘판타스틱4’라는 팀으로 뭉치게 되는 과정이 이번 영화의 주요 내용이 될 것으로 보인다. <크로니클>에서 이미 슈퍼파워를 가지게 된 이들이 겪을 법한 좌충우돌과 딜레마를 재기 넘치는 아이디어로 구현했던 조시 트랭크 감독은 이 영화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친 작품이 <스캐너스>(1981)와 <플라이>(1986)라고 말한 적이 있다. 데이비드 크로넨버그의 그 기괴하고도 섬뜩한 영화들 말이다. 어쩌면 <판타스틱4>는 마블 코믹스를 원작으로 한 작품 중 가장 어둡고 진중한 영웅의 탄생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지도 모른다.

<미니언스>

디즈니가 <빅 히어로>로 포문을 연 2015년 애니메이션 시장은 대형 스튜디오들의 야심작이 차례로 대기 중이다. 우선 픽사의 신작 <인사이드 아웃>은 사춘기 소녀 라일리의 심리 세계를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한, 간만에 픽사스러운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기쁨, 분노, 공포, 혐오, 슬픔의 5가지 감정이 우리 안에 살며 우리의 감정을 조종한다는 상상력을 구체화했다. 6월에 개봉한다. 일루미네이션은 대표작 <슈퍼배드>의 인기 캐릭터 미니언들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킨 스핀오프 <미니언스>를 7월에 선보인다. 주인공보다 인기 있는 조연인 미니언들이 자신들이 모실 악당 그루를 찾아 나선다는 이야기를 담았다. 좌충우돌 산만한 캐릭터들을 얼마나 잘 정리, 정돈해낼지가 관건. 드림웍스는 30번째 장편애니메이션 <홈>으로 재기를 노린다. 외계인 오(짐 파슨스)와 지구 소녀 팁(리한나)의 모험담으로 <마다가스카의 펭귄>마저 기대에 못 미친 지금, 절치부심한 드림웍스를 되살릴 한방이 될지 기대를 모은다. 5월 개봉예정이다. 그 밖에 마지막 지브리 애니메이션이 될 <추억의 마니>도 올 3월 관객과의 만남을 기다리고 있다.

<쥬라기 월드> Jurassic World

감독 콜린 트레보로우 / 출연 크리스 프랫, 주디 그리어, 브라이스 댈러스 하워드 / 개봉 6월

“도대체 이 영감이 무슨 짓을 저지른 거야?” <쥬라기 공원>에 초대받은 수학자 말콤은 현대에 부활시킨 공룡을 보고 말한다. 많은 영화 관계자들이 스필버그에게 하고 싶은 말이었을 것이다. 가장 놀라운 CG 캐릭터 중 하나인 공룡의 등장은 바야흐로 찍는 영화에 종말을 고하고 CG로 그리는 영화의 시작을 알렸다. 우리는 <쥬라기 공원>을 통해 한번도 본 적 없었던 공룡을 목격했고 이후 수많은 상상력들이 스크린 속에서 현실로 되살아났다. 그로부터 22년, 1993년 첫 문을 열려고 하다가 실패했던 쥬라기 공원이 드디어 완벽한 개장 준비를 마치고 지금 새롭게 문을 연다. <쥬라기 월드>는 <쥬라기 공원> 시리즈의 네 번째 영화로 리부트라 불러도 좋을 만큼 기본적인 설정만 남기고 모든 게 바뀌었다. 기본적으로는 3편의 이야기에서 이어지는 시리즈지만 새롭게 시작한다는 의미로 제목도 <쥬라기 공원4>가 아니라 <쥬라기 월드>로 정했다. 이야기의 배경은 야생공룡을 기술적으로 길들이는 데 성공하면서 이제는 유명 관광지로 거듭난 1편의 이슬라 누블라 섬이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크리스 프랫이 오웬 역으로 출연하며 이외에도 주디 그리어, 브라이스 댈러스 하워드 등이 캐스팅됐다. 전체적인 스토리라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공개된 예고편을 통해 몇 가지 추측해볼 수 있다.

우선 가장 크게 달라진 건 공룡들이다. 시리즈의 실질적인 주인공이랄 수 있는 공룡은 속편답게 한층 강화됐다. 전작들이 부활한 공룡들과의 사투였다면 이번에는 진화한 기술로 하이브리드종으로 개량된 공룡들이 등장한다. 반가운 얼굴도 있다. 1편에서 맹활약했던 티라노사우루스 렉스는 물론 시리즈의 단골 악역 벨로시랩터가 좀더 영리하고 위험해진 모습으로 다시 등장할 예정이다. 1, 2편이 티라노사우루스, 3편이 스피노사우루스의 무대였다면 이번엔 하이브리드 실험의 결과로 탄생한 막강한 공룡이 관객의 눈을 휘어잡을 전망이다. 이름하여 디아볼루스 렉스. 어떤 공룡과의 유전교배인지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각종 추측만 난무하고 있다. 현재는 티라노사우루스, 벨로시랩터, 갑오징어, 뱀의 유전자, 그리고 알 수 없는 유전자를 섞었다는 설이 유력하다. 그 밖에도 새롭게 개장한 공원에 걸맞게 다양한 탈것과 관람시설이 눈길을 모은다. 특히 예고편에 공개된 원형의 탈것은 <오블리비언>의 버블쉽을 연상시킨다. 스티븐 스필버그는 제작자로 물러났고 신예 콜린 트레보루우 감독이 메가폰을 잡으며 할리우드의 신데렐라로 떠올랐다.

지난해 7월경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쥬라기 공원> 1편 촬영현장에서 트리케라톱스 모형과 찍은 사진을 두고 동물학대라며 SNS에서 그를 공격한 것이 화제가 된 일이 있었다. 물론 일종의 패러디였다. 공룡이 진즉에 멸종한 건 다들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22년 전 이미 눈앞에서 되살아난 공룡을 목격했다. <쥬라기 월드>가 그 경이로운 체험을 이어갈 수 있을지 기대를 모으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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