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믹하지 않은 역할의 유해진. 익숙한 그림은 아니다. <타짜-신의 손>(2014), <해적: 바다로 간 산적>(2014), <미쓰GO>(2012) 등 그가 출연한 몇 작품만 열거해봐도 그의 등장에는 ‘유머’라는 단어가 빠지지 않고 따라붙는다. 그런 그가 <극비수사>에서 도사 김중산으로 등장한다고 했을 땐, ‘유해진다운’ 코믹에 대한 일말의 기대가 모락모락 피어났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유해진은 그 기대를 비켜서서 웃음기를 싹 거둬들였다. 유해진 특유의 경쾌한 입말의 재미도 지그시 눌렀다. 대신 그 어느 때보다 성실하고 진중한 도사 김중산이 돼 공길용 형사와 짝을 이뤄 유괴 아동을 찾아 나선다.
그의 근작 중 보기 드문 진지한 캐릭터라 준비하는 유해진의 마음이 어땠을지부터 궁금했다. “코믹이든 아니든, 어떤 배역을 맡든지 늘 고민은 똑같다. ‘과연 이게 괜찮을까?’ 무슨 역을 맡든 언제나 두려움은 있다. 다만 김중산 선생님은 실존해 계시는 분이니까 표현하는 데 좀더 조심스러웠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해야 할 배역을 애써 피해갈 수는 없는 것 아닌가. 내 입맛에만 맞는 걸 할 수는 없다.” 무속인을 기이하거나 우스꽝스럽게 다루던 기존의 익숙한 방식과 달리 <극비수사> 속 김중산은 “사람이 태어난 시와 때를 중시하는 사주와 수의 배열을 조합해 결론에 이르는 수학자와 같은 면모”가 짙은 인물이다. 게다가 김중산은 세상 사람들이 모두 유괴 아동의 생사를 의심하는 상황에서도 자신의 “소신”을 믿고 끝까지 아이를 찾으려는 뚝심을 보인다. 그러고 보니 불현듯, 평소 “중용”이라는 말의 의미를 곱씹고 부산하지 않게 자기만의 시간에 집중하길 좋아하는 유해진과 김중산 도사가 꽤 많이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