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타]
[앤트맨] “단언컨대 앤트맨이 최강의 슈퍼히어로다”
2015-08-31
글 : 안현진 (LA 통신원)
폴 러드 인터뷰

폴 러드를 만났다. <클루리스>의 꿈같은 남자친구도, 달콤하지만 쓸데없이 승부욕에 불타는 TV드라마 <프렌즈>의 마이크도 아니었다. <40살까지 못해본 남자> <사고친 후에> 등 주드 아파토우 감독의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철없는 옆집 남자 겸 얄미운 이웃집 아저씨도 아니었다. 마블 유니버스 2기의 문을 닫는 영화이자, 마블 스튜디오의 15번째 영화, 그리고 2015년 마블의 마지막 영화인 <앤트맨>의 슈퍼히어로, 앤트맨으로 그를 만났다. <앤트맨>에서 좀도둑질로 인해 복역하다가 갓 출소한 스콧 랭이자, 슈트의 힘을 빌려 순식간에 개미만큼 작아지지만 힘은 더욱 강해지는 슈퍼히어로 앤트맨을 연기했다. 폴 러드가 연기를 못하는 배우는 아니지만, 그래도 그가 슈퍼히어로를 연기할 거라고는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세상에서 제일 멋진 남자친구로 소녀들의 가슴을 떨리게 한 뒤 20년이 지났고, 그는 이제 20년 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지난 20년 동안과는 다른 캐릭터로 마블 유니버스의 영웅이 되려고 한다. 그래서 떠오르는 질문들이 있었고 러드에게 물었다. 두달 전, 버뱅크에 위치한 디즈니 스튜디오에서 만난 폴 러드와의 일대일 인터뷰를 정리해 전한다.

-한번이라도 슈퍼히어로 캐릭터를 연기할 거라고 생각한 적이 있나.

=어렸을 때, 다른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슈퍼히어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른이 되어 배우가 되어서는 슈퍼히어로 캐릭터는, 그리고 마블 유니버스는 내가 커리어에서 적극적으로 추구했던 방향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내가 슈퍼히어로는 절대 하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한 건 아니었다. 그저 이런 방향으로 결실을 맺을 수 있다고 예상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앤트맨이라는 캐릭터의 어떤 점이 가장 마음에 들어서 출연을 결심했나.

=내가 지금껏 해온 역할들과 아주 많이 다르다는 사실이 마음에 들었다. 그렇기에 도전하는 즐거움이 있었고, 흥미진진한 모험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사람들이 나를 앤트맨이라고 예상하지 못했을 거라는 점도 즐거웠다. 마블에서도 같은 것을 겨냥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앤트맨 역할을 어떻게 준비했나.

=캐릭터가 직면한 고통에 주목했다. 슈퍼히어로적인 면이 아니라 딸과의 관계를 개선하고자 하는 스콧의 현실적인 고뇌에 초점을 맞췄다. 이 영화가 액션, 유머, 시각효과에서 부족하지 않으리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스콧의 인간적인 면을 보여주고 싶었다.

-앤트맨 캐릭터가 당신을 염두에 두고 쓰여졌다고 들었다.

=초기 개발단계에서는 내 이름이 거론되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지금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는 것은, 에드거 라이트 덕분이다. 창작적 견해의 차이로 마블과는 함께하지 못했지만, 그가 나를 캐스팅하기를 원했고 그래서 내가 출연할 수 있었다. 에드거 라이트가 작품에서 손을 뗀 뒤, 나와 애덤 매케이가 각본을 일부 수정했다. 캐스팅이 된 뒤였기 때문에 어떤 방향으로 이야기가 진행돼야 하는지 알고 있었기에 가능했다.

-말이 나와서 말인데, 스크린플레이(각본) 크레딧에 이름이 올라가 있다.

=스토리는 전적으로 에드거 라이트와 존 코니시의 공이다. 애덤 매케이와 내가 각본에 상당 부분 참여하기는 했지만, 에드거와 존이 창조한 각본 안에 늘 존재했던 것을 가시적으로 바꿔 추가했다고 말해야 옳을 것이다. 누가 얼마만큼 어디에 기여했다고 딱 잘라 말하기는 힘들다. 콜라보레이션이라고 하는 게 적당하다.

-9살 된 아들이 아빠가 앤트맨을 연기한다고 말했을 때 “아빠가 그렇게 멋진 역할을 할 리 없다”며 믿지 못했다는 인터뷰 기사를 읽었다. 아들이 영화를 봤나.

=내 아이는 나를 웃기고 싶어 한다. 그래서 내가 <앤트맨>에 출연한다고 했을 때, 유머러스하게 대답했던 거다. 하지만 확실히 내 아이가 내가 연기한 역할에 신나하는 것은 처음이다. 아이가 볼 수 있는 영화이고, 아이의 친구들이 볼 수 있는 영화에 내가 출연한 게 처음이기 때문이다. 이틀 전에 디즈니랜드에서 이른 시사회가 있었는데 영화가 상영되는 내내 나는 내 아이의 표정을 볼 수 있었다. 영화가 끝나자 “아빠 정말 멋져요”라고 했다. 그 순간을 절대 잊지 못할 것이다.

-이 영화가 출연한 영화 중에서는 가장 스케일이 큰 영화다.

=맞다. 분명히 그렇다.

-이 영화의 관객은 당신이 주로 대하던 관객과는 달리 아주 어리다. <클루리스>에서 당신은 여성관객을 겨냥한 캐스팅이었다. 그리고 최근 몇년 동안은 30, 40대 남성들의 친구였다. 하지만 이제는 아주 어린 관객의 영웅이 될 거다. 이걸 감당할 준비는 됐나.

=모르겠다. 어떻게 그 문제에 대처해야 할지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하지만 어린 관객이 생기고 나를 알아볼 거라는 생각을 하면 마음이 덜컹거린다. 나와 내 가족은 평범하게 살고 있다. 사람들이 나를 알아보기는 하지만 아이들은 그렇지 않다. 그리고 이런 삶이 바뀔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면 조심스러워진다. 나는 두 아이가 있고, 그 아이들에 대해서는 방어적이다. 이 영화를 생각하면 기대가 크고 자랑스럽다. 그리고 아이들이 이 영화를 보기를 원한다. 하지만 이 이후로 내 사생활이 어떻게 흘러갈지를 생각하면 조금 낯설다.

-영화의 히든 영상을 보면 속편에 대한 암시가 있다.

=<앤트맨>의 속편에 대해서 이야기한 적은 없다. 하지만 이 영화가 앤트맨을 보게 되는 마지막 영화가 아니라는 건 알고 있다. 지금 말할 수 있는 것은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에서 앤트맨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촬영을 마쳤다. (갑자기 속삭이며) 세트에서 어벤져스를 본 건 정말 신나는 일이었다.

-그래도 크레딧에 각본가로 이름을 올렸으니 물어봐야겠다. 속편이 만들어진다면, 어떤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나.

=지금까지 그걸 물어본 사람이 한명도 없었다. 이번이 처음이다. 사실 내게 생각이 있긴 하다. 내가 속편에서도 각본에 참여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관객이라면 보고 싶어 할 만한 장면, 그리고 캐릭터를 연기하는 내가 보고 싶은 장면에 대해 구체적인 아이디어가 있다. 그리고 이건 아직 말할 수 없다. 정해진 게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기자회견장에만 와도 촬영현장이 얼마나 즐거웠을지 상상이 가는 영화들이 있다. <앤트맨>도 그중 하나다. 촬영장에서 최고의 순간이 있었다면.

=(고심하다가) 정말 한 순간을 꼽는 것이 너무 어렵다. 처음부터 끝까지 즐거운 촬영이었다. 특히 마이클 페냐와 함께하는 장면들이 그랬다.

-마지막 질문이다. 당신의 아들이 같은 걸 물어봤을지도 모르겠다. 앤트맨을 이길 수 있는 슈퍼히어로는 누구인가.

=보이지 않는 걸 때릴 수는 없다. 앤트맨은 어디든 들어갈 수 있고, 상황을 망쳐놓을 수 있다. 그리고 그를 돕는 개미군단이 있다. 그런 점에서 앤트맨이 최강의 슈퍼히어로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웃음) 누가 나를 이길 수 있을까? 잘 모르겠다.

관련 영화

관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