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21일 미국에서 개봉한 <히트맨: 에이전트 47>은 지난 2007년 개봉한 <히트맨>과는 상관관계를 거의 찾을 수 없는 완전한 리부트다. 독일 출신 광고감독인 알렉산더 바흐의 장편 데뷔작으로, 영화에서 악당으로 등장하는 것은 국제적인 대기업이다.
수년 전 폐지됐던 에이전트 프로그램을 다시 회생시켜 살인병기 군단을 대량 생산하려는 야심을 품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에이전트는 유전공학을 통해 보통 사람보다 뛰어난 지능과 강인한 체력, 빠른 스피드를 갖춘 클론 암살자들을 만들어내는 것을 말한다. 이들에게는 시리얼 번호가 주어지는데 이중 마지막 두 자리 번호를 이름 대신 부른다. 제목에 표기된 번호 47은 지금까지 개발된 최신 버전의 클론을 뜻한다. 주인공 에이전트 47(루퍼트 프렌드)과 기업은 각기 다른 목적으로 유전공학의 중요한 ‘열쇠’를 가진 카디아(한나 웨어)를 찾아나선다. 이때부터 카디아를 찾기 위해 에이전트 47은 기업에서 보낸 존 스미스(재커리 퀸토)를 상대로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벌인다.
영화는 총격전 이외에도 에이전트 47과 존 스미스 사이의 격투 장면이 눈길을 끄는데, 캐릭터들만의 특유한 성향이 드러난다. 47의 경우 힘도 힘이지만 뛰어난 지능을 지녔기 때문에 맨손을 이용해 최소한의 에너지를 소비하는 방식을 택한다. 주로 인도네시아 전통 무술인 시라트나 필리핀의 칼리 등의 무예를 참조한 움직임이다. 반면 존 스미스는 대기업에서 유전자 레벨의 업그레이드가 아니라 파괴력 면에서만 인간의 능력을 향상시킨 경우다. 힘을 이용한 움직임을 주로 한 존 스미스에게서는 가라테와 킥복싱 등의 움직임을 찾아볼 수 있다. 그의 펀치는 강하고, 움직임 또한 넓게 이뤄진다. 이 영화의 스턴트 담당자들은 격투 스타일로만 볼 때 “무하마드 알리 대 조 프레이저의 권투 경기를 생각하면 된다”고 설명한다.
이번 영화에는 프렌드와 퀸토, 신예 한나 웨어 외에도 시아란 힌즈, 안젤라 베이비, 제리 호프먼 등이 출연한다. 알렉산더 바흐 감독에 따르면 명석함과 날카로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프렌드와 그와 정반대 성격인 퀸토를 캐스팅했고, 주인공의 연인이 아닌 강한 여성 캐릭터로 웨어를 택했다. 바흐 감독은 “에이전트 47에게 연인이 있다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라며, “그는 유전공학으로 탄생한 클론이며 암살자다. 인간적인 면모가 그에게 얼마나 남아 있을지 의문이다. 에이전트 47은 사랑할 수도 사랑받을 수도 없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2007년작 <히트맨>은 개봉 당시 그리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었다. 하지만 이십세기 폭스는 <히트맨>을 시리즈화하는 데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바흐 감독은 매니저를 통해 폭스 관계자로부터 직접 연출을 제안받았다고 한다. “수년 전부터 내가 만든 광고를 보고 나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더라. 나 역시 장편영화를 연출하는 게 꿈이었다. 폭스에서 직접 전화로 연출 제의를 해와 기쁜 마음에 승낙했다.” “전작 <히트맨>을 좋은 영화라고 생각지 않는다”는 바흐 감독은 “폭스 역시 완전한 리부트를 원해서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기회였다”고 밝혔다. <히트맨>이 흥행에 성공한 것은 사실이지만, “캐릭터가 너무 차갑고 금욕주의자처럼 보였다”는 것이다. 리부트를 위해 그가 중점을 둔 것은 캐릭터들의 DNA를 알아내는 것이었다. 왜 <히트맨>의 게임 유저들이 이 게임을 좋아하고, 에이전트 47 캐릭터를 좋아하는지를 알아내는 것이 중요했다는 얘기다. <히트맨>은 게임을 원작으로 한 영화였지만 <히트맨: 에이전트 47>은 게임을 카피하기보다는 다음 레벨로 영화를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히트맨: 에이전트 47>은 개봉주에 박스오피스 4위를 기록했다. 미국 내 수익은 820만달러, 일부 개봉 국가의 박스오피스까지 합치면 1680만달러를 벌어들였다. 약 3500만달러의 예산이 들어간 이 영화는 평론가들의 반응과 달리 게이머들 사이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히트맨: 에이전트 47>은 오픈 엔딩으로 끝이 나는데, 흥행 결과에 따라 속편 제작 여부가 결정될 거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