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타]
[권상우] 선입견 내려놓고 찾은 자유
2015-09-21
글 : 이화정
사진 : 백종헌
<탐정: 더 비기닝> 권상우

2012년, 성룡이 연출한 <차이니즈 조디악>(2012)으로 프로모션차 칸국제영화제를 찾은 권상우를 만났었다. 앞서 곽경택 감독의 <통증>의 흥행 성적이 좋지 않았던 그는 그때 한국영화가 아닌 중국영화 촬영과 드라마 <야왕>의 방송 계획을 알리며 ‘한국영화에 대한 갈증’을 토로했었다. 그로부터 4년, 그사이 권상우는 중국에서 <그림자 애인>(2012)과 최근 <적과의 허니문>(2015)을 끝냈고, 한국에서는 드라마 <메디컬 탑팀> <야왕>에 출연했으며, 지금은 중국영화와 한국 드라마 출연을 앞두고 있다. <탐정: 더 비기닝>은 그렇게 그의 한국영화 필모그래피가 뜸하던 즈음 돌아온 반가운 작품이다. 그간 한국 작품을 시도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하지만 중국 스케줄과 절묘하게 겹치거나, 좋은 영화지만 본인과 맞지 않은 작품도 있었다고 한다. “4년이라는 시간이 크더라. 영화배우로 데뷔를 했고 영화인이라고 생각하는데, 드라마나 중국 활동을 열심히 해도 필드에서 떠난 느낌이 들더라.” 권상우는 나름대로 ‘위기의식’을 느꼈다고 했다. “VIP 시사회에 초대되어 가면 겉도는 느낌이 들었다. 마음이 불편하고 슬프더라. 나도 빨리 좋은 영화를 찍고 싶은데 남의 잔치에 간 것 같은 느낌이 들고. 예전보다 선택의 폭이 좁아지는 느낌, 좋은 시나리오가 내게 오지 않는다는 느낌이 든다. 그런데 그런 입지라는 게 결국 전작의 성과의 영향이 크지 않을까. 이번 작품이 잘된다면 또 다른 기회가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이번에 기대가 크다.”

<탐정: 더 비기닝>은 권상우가 포착한 지금의 ‘기회’다. 만화방 주인, 두 아이의 아빠, 아내에게 늘 구박받는 남편. 그리고 국내 최대 미제살인사건 카페를 운영하는 파워블로거, 다리 부상으로 이루지 못한 형사의 꿈을 꾸는 강대만. 그는 정년을 앞둔 광역수사대 출신 형사 노태수(성동일)와 파트너를 이루어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체포된 친구이자 형사 준수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비공식’ 수사를 진행한다. 몸을 주로 쓰던 권상우가 ‘머리’를 쓰고, 그래서 액션을 위해 잘 단련한 몸도 ‘내려놓았’다. “체중이 2kg은 불었다. 늘 관리를 해왔으니까 이렇게 옆집 아저씨 같은 모습은 처음이다. 그런데 아기 아빠가 되면서 내 포지션은 무엇인가,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생각은 있었다. 가식 없는 평소의 모습이 영화에 나오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했다.” 변화는 또 있다. 그간 다른 배우들과 어우러지는 것보다는 혼자만의 영역을 확보했던 그가 이번엔 일거수일투족 성동일과 팀을 이룬다. 성동일은 그간 여러 배우들과 파트너로서의 멋진 호흡을 많이 보여줬지만, 권상우가 엮이면서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궁금증을 일으키는 신선한 조합이다. “이 정도로 스트레스 안 받고 촬영하는 건 처음이었다. 성동일 선배님이랑 같이 하는 게 매우 의지가 되고 즐거웠다.” 소속사에서 나와 직접 운영하면서 오는 자유로움도 있다. “이번엔 자신 있다. 망가지거나 코믹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전혀 막혀 있지 않다. 나에 대한 선입견이 있었던 것 같다.” 액션, 코믹 멜로, 정통 멜로 등 <말죽거리 잔혹사>(2004)나 <신부수업>(2004), <야수>(2005), <청춘만화>(2006) 그리고 <통증>(2011)까지 이어지는 장르의 차이와 역할의 간극에 그는 늘 열려 있다. “이러다 남들이 말하는 멋있는 역할로 돌아가는 것? 그것도 배우라면 가능하다.”

그럼에도 <암살>에 이어 <베테랑>까지 이어지는 천만 영화가 두편이나 나온 올해, 권상우는 4년 만의 개봉을 앞둔 지금의 영화 시장이 조금은 생소하다. “배우들이면 다 부러움이 있을 거다. 그런데 천만 영화를 찍고 싶다고 찍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난 300만 관객이 드는 작품을 꾸준히 하고 싶다. 물론 그게 쉬운 건 아니지만.” 예전보다 중국 시장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지만, 그는 곧 한국영화도 만나길 바란다. “<베테랑>을 정말 재밌게 봤다. 그렇게 다양한 배우들이 파트너십을 이루는 영화를 해보고 싶다. 액션 장르에 대한 꿈도 여전하다. 나 권상우의 매력을 다 보여준 영화는 아직 없는 것 같다. 항상 계획 중이고 늘 준비하고 있다.”

스타일리스트 남주희 실장·헤어메이크업 정샘물·의상협찬 우영미, 엠포리오 아르마니, H&M, 올세인츠, 디스퀘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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