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타]
[강동원] 깊이와 디테일의 승부
2015-11-09
글 : 이주현
사진 : 백종헌
<검은 사제들> 강동원

늦가을 모기가 기승이던 시월 중순, 강동원의 주변을 맴돌던 모기가 그의 오른뺨을 물었다. “아, 물렸다”라며 오른뺨을 긁적이는 강동원의 모습이 그렇게 비현실적일 수 없었다. 조막만 한 얼굴을 꽉 채운, 선이 고운 이목구비. 굽 높은 힐을 신어 10등신 비율을 완성한 스타가 허공으로 손을 날려 모기를 잡다니. 강동원을 수식하는 ‘완벽’이란 단어에 숨통을 틔워주는 재미난 사건을 목격한 것 같았다. 실제로 강동원은 매사에 완벽을 기하는 사람이다. “나와 관계된 모든 일을 꼼꼼하게 체크한다”는 그는 <검은 사제들>의 예고편이 처음 공개된 날, 그 아래 달린 댓글들을 살피며 영화가 사람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 초기 반응을 모니터링했다고 한다. “왜 주문을 하고 난리냐, 오그라든다, 그런 반응도 있더라. (웃음) 그런데 주문이 아니고 기도문이다, 기도문! 영화에 대한 정보가 잘못 해석될 수 있는 여지가 있을까봐, 언제부턴가 댓글을 꼼꼼히 챙겨본다.”

<검은 사제들>에서 강동원은 김 신부(김윤석)와 함께 소녀의 몸에 깃든 사령을 축출하는 보조사제 최 부제를 연기한다. 보조사제는 부마자의 언어를 서취해야 하고, 구마사의 말을 번역해야 하기 때문에 라틴어, 독일어, 중국어에 능통해야 한다. 이는 곧 강동원에게 주어진 숙제이기도 했다. 의미까지 파악해 외국어 대사를 모조리 외우는 일은 전작들의 준비 과정에 비하면 차라리 쉬워 보인다. <군도: 민란의 시대>를 찍을 땐 검의 달인이 되기 위해 검술 훈련만 5개월을 했고, <두근두근 내 인생>을 찍을 땐 영화에 딱 한 신 나오는 태권도 시범 장면 때문에 태권도 훈련만 두달을 받았다. 강동원은 이 모든 게 “캐릭터를 알아가는 과정”이라 했다. 하지만 <검은 사제들>의 준비 과정이 조금 특별했던 건 자처해서 가톨릭 역사를 공부하는 등 학구적으로 캐릭터를 연구했다는 점이다. “감독님은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다고 했는데, 가톨릭 역사 공부부터 시작했다. 공부를 하다보니 좀더 배워야 할 것 같아서, 아는 신부님께 부탁드려 성당 앞에 숙소 잡아놓고 5일간 성당 생활을 체험했다. 친하게 지내는 김민석 감독(<초능력자>)은 이번엔 메소드 연기하는 거냐며, 왜 갑자기 안 하던 짓을 하냐고 놀리기도 했다. (웃음)” 치밀한 준비 과정 때문일까. 사제복을 입고, 십자가를 들고, 기도문을 외는 영화 속 강동원의 모습에서 어색한 기색은 찾아볼 수 없다. 발목까지 내려오는 검은 사제복을 입고 영화에 처음 등장하는 장면, 백팩을 메고 새끼 돼지를 ‘애완돈’처럼 끌고 명동을 걸어가는 장면 등에선, 현실을 판타지처럼, 판타지를 현실처럼 만들어버리는 ‘강동원 효과’를 제대로 발휘한다.

“<검은 사제들>과 <검사외전>을 찍으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앞으로는 현장에서 얼마만큼 자유로워지느냐가 아니라, 깊이와 디테일의 승부겠구나. 지금은 현장이 너무 편하다. 많이 자유롭고.” 2003년 데뷔 이래 세편의 드라마와 열다섯편의 영화를 찍으며 다작해오고 있는 강동원은 올해에만 벌써 세편의 장편영화(<검은 사제들>, <검사외전>(후반작업 중), <가려진 시간>(촬영 중))에 출연했다. “시나리오가 얼마나 탄탄한지를 보지 시나리오가 얼마나 특이한지를 보진 않는다”는 강동원은 늘 안전한 선택이 아닌 흥미로운 선택을 해왔다. 그래서 언제나 다음이 궁금한 배우다. “좋은 시나리오가 들어오니 쉴 이유가 없다”, “연기가 일이자 취미이자 생활이 돼버렸다”는 그의 말이 이리도 반가울 수가 없다.

스타일리스트 김현경·헤어 이혜영(아베다)·메이크업 안성희·의상협찬 우영미, 생로랑, 프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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