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거게임> 프랜차이즈는 5년의 제작기간 동안 네편의 영화를 거치며 많은 성취를 이뤄냈다. 마지막 영화인 <헝거게임: 더 파이널>의 개봉을 맞아 시리즈의 면면을 더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원작 소설부터 영화의 숨겨진 의미와 상징까지, <헝거게임> 시리즈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을 모았다.
01 영화 <헝거게임> 4부작은 잘 알려진 대로 미국 작가 수잔 콜린스가 집필한 동명의 3부작 판타지 소설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녀는 1991년 어린이들을 위한 TV쇼의 작가로 경력을 시작했다. 2003년부터 2007년까지 출간한 다섯권의 판타지 소설 <언더랜드 연대기>가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수잔 콜린스는 주목받기 시작했고, 2008년부터 <헝거게임> <캣칭파이어> <모킹제이>를 연달아 출간하며 조앤 K. 롤링, 스테파니 메이어와 더불어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가장 주목하는 소설가가 됐다. 수잔 콜린스는 어느 날 저녁, 집에 앉아 TV 채널을 돌리다가 젊은 게스트들이 상금을 놓고 경쟁하는 리얼리티 TV쇼와 이라크전쟁에 참전한 젊은 군인들의 모습을 비추는 뉴스를 연달아 보게 됐고 그것이 바로 <헝거게임> 시리즈의 시작이 되었다고 말한다. 그녀는 영화 <헝거게임> 프랜차이즈의 총괄 프로듀서로 이름을 올렸는데, 촬영 과정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았지만 <헝거게임> 시리즈의 제작진은 편집 과정에서 콜린스의 의견을 중요하게 반영했다고 밝혔다.
02 수잔 콜린스는 그리스, 로마 신화가 <헝거게임> 소설 3부작의 가장 중요한 레퍼런스였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중에서도 미노타우로스와 테세우스에 관한 이야기는 <헝거게임> 시리즈의 주요 내용과 가장 닮아 있다. 아테네가 강대국 크레테에 14명의 젊은이들을 제물로 바쳐 반인반수의 괴물 미노타우로스의 먹이가 되는 걸 바라볼 수밖에 없는 상황은 판엠의 수도 캐피톨에서 열리는 헝거게임에 자식들을 어쩔 수 없이 보내야 하는 12구역 조공인들의 모습과 닮았다. 수잔 콜린스는 자진해서 헝거게임에 참여하고 어른들이 바꾸지 못한 세계를 바꿔놓는 캣니스가 “테세우스의 미래적인 모습”을 상상하며 만든 캐릭터라고 말했다.
03 황폐한 12구역과 달리 모든 것이 풍요로운 판엠의 수도 캐피톨은 로마를 연상케 하는 요소로 가득하다. 이미 판엠이라는 이름 자체가 ‘panem et circenses’라는 로마시대의 관용어에서 비롯된 말이다. 우리말로 옮기면 ‘빵과 서커스’라는 뜻을 지닌 이 단어는 로마 정치인들이 대중에게 음식과 오락을 제공하며 정치에는 관심을 가지지 못하도록 한 데서 유래했다. 이는 <헝거게임> 시리즈의 독재자 스노우 대통령이 캐피톨을 통치하는 방식과 다르지 않다. 더불어 헝거게임이 열리는 경기장 아레나는 콜로세움처럼 원형으로 설계됐다. 극중 등장인물의 이름도 많은 경우 로마에서 존재했을 법한 작명법을 따랐는데, 캣니스의 스타일리스트인 시나의 이름은 로마의 독재자 카이사르의 정적이었던 루시우스 코넬리우스 시나로부터 유래했다. <헝거게임> 1편에서 죽음을 맞은 조공인 카토의 이름도 로마식 작명에 의한 것이다.
04 <헝거게임> 시리즈의 여주인공, 캣니스 에버딘의 성 ‘에버딘’은 토머스 하디의 소설 <성난 군중으로부터 멀리>의 여주인공, 바스셰바 에버딘으로부터 영감을 받았다. 두 인물 사이에 많은 공통점은 없지만, 수잔 콜린스는 두 인물 모두 “자신의 마음을 알기 위해 투쟁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05 뛰어난 사냥솜씨와 생존을 위한 서바이벌 기술을 지니고 있는 캣니스의 개성은 수잔 콜린스의 아버지로부터 유래한 것이다. “내 아버지는 대공황기에 자랐다. 아버지의 가족들에게 사냥은 스포츠가 아니라 먹고살기 위한 선택이었다. 아버지는 식용이 가능한 식물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는데, 때때로 숲에서 야생버섯을 따와 볶음요리를 했다. 물론 엄마는 우리 중 누구도 그 근처에 가지 못하게 했다. 하지만 아버지는 그 버섯을 먹었고 아무런 해를 입지 않았다.”
06 수잔 콜린스의 원작 소설 <헝거게임> 3부작과 영화 <헝거게임> 프랜차이즈의 가장 큰 차이는 시점의 변화다. 소설의 화자는 캣니스다. 1인칭 시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되기 때문에 독자들은 그녀의 심리적 흐름에 더 주목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영화 <헝거게임> 시리즈는 3인칭 시점으로 전개된다. 이러한 변화는 영화가 캣니스가 머물지 않는 곳에서 벌어지는 사건들까지 폭넓게 다룰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일례로 원작보다 더 활력을 얻은 인물은 게임메이커들이다. 시리즈의 1편인 <헝거게임: 판엠의 불꽃>은 74회 헝거게임의 게임메이커 세네카 크레인과 스노우 대통령이 나누는 대화를 조명한다. 이들의 대화를 통해 관객은 게임의 뒤편에서 권력자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다. 더불어 <헝거게임: 모킹제이>에서 각 구역이 캐피톨에 대항해 반란을 일으키는 스펙터클한 장면도 3인칭 시점이기에 가능했던 장면이다. 캐피톨에 포로로 수감된 피타를 혁명군이 은밀하게 구출하는 영화의 명장면 또한 원작에서는 캣니스의 멘토 헤이미치를 통해 간략하게 묘사되었을 뿐이다.
07 배우의 개성이 원작에서의 영향력을 넘어선 사례도 있다. 엘리자베스 뱅크스가 연기하는 에피 트링켓이 바로 그런 사례다. 오트 쿠튀르 스타일의 옷차림과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독보적인 목소리를 지닌 영화 속 에피 트링켓은 1편부터 관객에게 강력한 지지를 받았다. 그녀는 수잔 콜린스로부터 “이 우울한 이야기에 따뜻함과 재미, 그리고 어떤 경박함을 더해준다”는 칭찬을 듣기도 했다. 본래 원작 소설에서 에피의 역할은 캐피톨에서 헝거게임이 열리는 딱 그 지점까지만이었으며, 캣니스가 헝거게임이 열리는 아레나를 파괴한 뒤에는 그녀를 에스코트하는 사람으로서의 기능을 잃었기에 더이상 등장하지 않았다. 하지만 전세계 관객의 열렬한 애정에 힘입어 에피는 <헝거게임: 모킹제이>에 다시 등장했고, 어두침침한 13구역에서조차 작업복 같은 점프슈트를 멋지게 소화해내는 역량을 선보였다. 그녀가 영화 <헝거게임> 시리즈를 통해 남긴 것이 궁금하다면, 지금 당장 해외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에피 트링켓의 이름을 검색해보라. 그녀는 핼러윈데이 코스튬을 준비하는 이들의 중요한 참고사례로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08 <헝거게임> 시리즈에서 끊임없이 등장하며 캣니스가 늘 가슴에 달고 다니는 배지의 상징이기도 한 ‘모킹제이’에 대해 알고 있는 이들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 모킹제이는 판엠의 수도 캐피톨에서 혁명군을 정찰하기 위해 만든 돌연변이 새였다. 인간의 대화를 기억하고 따라하는 능력을 가진 이 새들이 혁명군에 붙잡히자, 캐피톨은 황무지에 이들을 버렸다. 하지만 새들은 예상과 달리 살아남았고, 캐피톨에 맞서 살아남은 상징적인 존재가 되었다. 늘 모킹제이 모양의 배지를 지니고 있는 캣니스의 영향으로 모킹제이는 캐피톨에 맞서는 혁명의 상징으로 거듭난다.
09 <헝거게임> 시리즈가 여타의 판타지 액션 블록버스터와 차별화되는 점은 다양한 개성을 지닌 여성 캐릭터를 선보인다는 점이다. 로맨스보다 생존 본능이 앞서는 강인한 여주인공 캣니스부터 정치적 책략가인 코인 대통령, 독보적인 스타일의 에피 트링켓, 연출자로서의 직업에 프로페셔널하게 임하는 크레시다 등 자기만의 개성과 사연을 지닌 여성 캐릭터를 이처럼 다양하게 목도할 수 있는 판타지 액션 블록버스터는 <헝거게임> 이전에 거의 없다시피 했다. <포브스>는 “<헝거게임> 시리즈는 (여성 캐릭터를 세심하게 다룬다는 점에서) 적절한 시기에 등장한 적절한 영화”라며 “향후 개봉할 워너브러더스의 <원더우먼>이나 디즈니의 <캡틴 마블>(여성 히어로를 주인공으로 한 최초의 마블영화)이 어떤 방식으로 캣니스의 영향을 나눠가지는지 지켜보는 건 즐거운 일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10 영어덜트 소설(청소년과 20대 초반의 독자들을 주요 타깃으로 삼는 소설) 원작의 영화 중 <헝거게임>만큼이나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는 작품은 드물다. 이 프랜차이즈는 개인의 자유와 사회적 책임, 주류 미디어의 기능과 셀러브리티에 열광하는 대중의 모습을 예리한 시선으로 담아낸다. 하지만 청소년과 젊은 관객층을 타깃으로 하는 영화치고 지나치게 진중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존재한다.
11 플루타르크 헤븐스비 역의 필립 세이무어 호프먼은 <헝거게임: 모킹제이>를 촬영하던 도중 세상을 떠났다. 프랜시스 로렌스 감독은 CG를 사용하지 않고 그의 촬영분을 온전히 영화에 반영하겠다고 말했지만, 그가 출연하지 못한 두개의 대화 장면은 제작진의 숙제로 남았다. <헝거게임: 더 파이널>의 엔딩에 이르면, 이 어려운 과제에 대한 제작진의 해답을 알 수 있다. 헤이미치가 캣니스에게 다가와 플루타르크가 남긴 편지를 읽어주는 장면은 마지막 <헝거게임> 영화가 필립 세이무어 호프먼에게 보내는 작별인사와도 같다. 수잔 콜린스의 아이디어가 주요한 역할을 했다고 알려진 이 장면은 실제로 <헝거게임> 시리즈를 통틀어 가장 마지막에 촬영되었으며, 그건 “무척이나 감정적인 분위기에서 촬영되었다”고 프랜시스 로렌스 감독은 말했다.
12 누구도 캣니스 에버딘을 연기한 제니퍼 로렌스가 시리즈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을 거다. 그녀는 3인칭 시점으로 전개되어 원작보다 다소 무미건조하게 묘사될 수도 있었던 캣니스에게 다양한 감정의 결을 불어넣었다. 프로듀서 니나 제이콥슨은 그녀에게 대해 이렇게 말한다. “제니퍼 로렌스는 매우 현실적인 감정을 캐릭터에 부여한다. 그녀의 반항심과 비탄함, 분노를 액션과 리더십으로 전환하는 과정을 끝내주게 잘해냈다. 제니퍼는 평화와 행복을 꿈꾸지만 과거의 경험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복잡한 인물을 표현하는 데 성공했다.”
13 <헝거게임> 시리즈의 팬들에 따르면, ‘헝거게임’을 통틀어 사망한 조공인 수는 모두 1743명이다.
14 <헝거게임> 시리즈가 현실에 미친 영향이 궁금하다면, 다음의 사례를 보면 된다. 각 구역의 조공인들이 세 손가락을 들어 경의를 표하는 장면은 <헝거게임> 시리즈의 트레이드 마크 중 하나다. 이 제스처는 타이에서 군부에 맞서는 시위자들이 침묵으로 저항의 방식을 표현할 때 사용되었다. 지금 현재 타이 군부는 시위대가 이 제스처를 취하는 걸 금지했다.
15 <헝거게임: 더 파이널>로 세계의 문이 닫히는 게 못내 아쉬운 관객이라면, 수잔 콜린스의 원작 소설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팬 필름에 주목하길. 프랜차이즈의 시작에 앞서 2010년 제작된 <캣니스와 루>(Katniss and Rue)는 원작 소설의 가장 아름답고 슬픈 이별 장면인 루의 죽음에 초점을 맞춘 단편영화다. <조한나 메이슨>(Johanna Mason)은 여배우 리나 카터가 조한나 메이슨 배역에 지원하며 만든 데모 영상. <더 세컨드 쿼터퀠>(The Second Quarter Quell)은 헤이미치가 우승했던 헝거게임을 조명한 작품으로, 15세 관람가에 맞춘 수위가 못내 아쉬웠던 팬들을 만족시킬 만큼의 고어적인 요소를 담고 있다. 모두 유튜브에서 관람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