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분열을 종용하는 세상에 맞서는 사람들 <불안한 외출>
2015-12-09
글 : 김소희 (영화평론가)

또래 아이들은 잠들었을 어둑한 시간, 한 아이가 자동차를 타고 가며 노래한다. 말똥말똥한 눈의 소녀는 어디로 가는 걸까. 소녀의 아버지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 수감된 자다. 아이는 곧 출소하는 아버지를 만나러 가는 중이다. 아버지 윤기원은 명지대 총학생회장, 한총련 의장 등 학생운동을 하다 지명수배자가 됐다. 10년 뒤 체포된 그는 2011년 5년간 복역 후 출소했다. 그의 아내 황선은 동지라는 호칭이 더 어울리는, 그에겐 최고의 파트너다. 긴 수배기간 중 첩보 작전을 펼치듯 결혼을 하고 두딸을 낳았다. 윤기원의 출소 후 그의 가족은 꿈꾸던 평범한 일상을 맞을 수 있을까. 그러나 세상은 호락호락하게 그를 놓아주지 않는다. 경찰은 그가 옥중에 아내에게 쓴 편지를 이적 표현물로 규정해 구속영장 발부를 요청해놓은 상태다.

다큐멘터리 <불안한 외출>의 이야기는 시드니 루멧의 영화 <허공에의 질주>(1988)를 연상시킨다. <허공에의 질주>는 지명수배자가 된 부부의 이야기를 가족, 특히 아들에 초점을 두고 그려냈다. <불안한 외출>은 국가보안법 위반이라는 굵직하고 논쟁적인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영화는 ‘가족’이라는 보편적인 정서에 기댄다. 이들은 늘 어떤 조직에 속해 있었는데 국가에서는 이들이 이루는 단체를 ‘이적’이라고 규정해 해체하려 했다. 그 손길이 인간이 이루는 관계의 최소단위인 가족에까지 미친다. 분열을 종용하는 세상에서 어떻게든 사상과 말과 행동을 일치시키려 애쓰는 인간을 기록한다. 음악다큐멘터리 <걸음의 이유>를 만든 김철민 감독의 두 번째 장편다큐멘터리로, 전작의 주인공이기도 했던 백자가 음악감독으로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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