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워즈> 시리즈의 화려한 부활인가. 10여년 만에 다시 시리즈의 부활을 알려온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를 향한 전세계 관객의 관심이 어마어마하다. 조지 루카스 감독의 손을 떠나 디즈니와 J. J. 에이브럼스 감독과 만난 <스타워즈> 시리즈는 앞으로 어디까지 뻗어나갈 것인가. 그보다 먼저 과연 이번 영화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 것인가. 인터넷을 떠도는 온갖 소문의 실체를 긁어모아 퍼즐 맞추듯 영화의 꼴을 상상해봤다. 마침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 개봉을 앞두고 내한한 J. J. 에이브럼스 감독과 배우 데이지 리들리, 존 보예가, 애덤 드라이버를 만나 영화에 대해 물었다.
디즈니, 잠자던 스타워즈를 깨우다
2012년 조지 루카스 감독이 디즈니에 루카스 필름을 약 40억달러에 매각할 때만 해도 <스타워즈> 시리즈는 과거의 영광, 즉 ‘저작권료 제조기’로서의 현재에 충분히 만족해하고 있는 듯 보였다. 물론 조지 루카스가 끊임없이 새 시리즈 아이디어를 만들어내곤 있었지만 제작까지 이어지지는 못했다. 그런데 디즈니와 루카스 필름의 새로운 대표이자 제작자인 캐슬린 케네디, 그리고 J. J. 에이브럼스 감독이 나서면서 이야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엠블린 엔터테인먼트의 공동 설립자이기도 한 캐슬린 케네디는 새로운 <스타워즈> 시리즈를 이끌어갈 적임자로 J. J. 에이브럼스를 지목했으나, 그는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와 <스타트렉> 시리즈를 연이어 작업한 데 따른 부담감 때문에 연출 제의를 거절했다. 하지만 캐슬린 케네디가 끝내 J. J. 에이브럼스를 설득시킬 수 있었던 건 과거 시리즈의 세계에 얽매일 필요 없이 새로운 캐릭터와 자유로운 이야기 창조가 가능하다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었기 때문이다. 어려서부터 <스타워즈> 시리즈의 오랜 팬이었던 J. J. 에이브럼스는 계획했던 가족 여행도 제쳐두고 감독직을 수락했다. 그렇게 그는 20세기 영화사 최고의 SF인 <스타트렉>과 <스타워즈> 시리즈를 모두 연출하는 첫 감독이 되었다.
철저하게 가려진 비밀
그 이후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에 관한 소식은 해리슨 포드가 촬영 도중, 그것도 하필 그가 연기했던 캐릭터 한솔로의 전용우주선 밀레니엄 팔콘 세트장에서 부상당해 다리를 다쳤다는 뉴스가 전부였다(그리고 얼마 후 그는 비행기 사고를 당했고 이후 더이상의 촬영 스케줄은 없었다). 전세계 매체들이 캐릭터 포스터와 몇개의 예고편, 그리고 짤막한 촬영장 메이킹 영상을 통해서 말 그대로 영화를 유추해볼 수밖에 없었다. 이마저도 개봉을 앞둔 최근에야 공개된 것들이다. 그리고 디즈니답게 온갖 장난감과 관련한 머천다이즈 상품이 먼저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때문에 오랜 시간 기다려왔던 팬들 사이에서는 주요 스토리와 캐릭터에 관한 각종 루머가 사실처럼 온라인을 도배했다. 해리슨 포드를 비롯해 캐리 피셔, 마크 해밀과 드로이드 C-3PO를 연기한 앤서니 대니얼스 등 오리지널 시리즈의 배우들이 함께 참여한다는 소식 때문에 팬들은 이전 시리즈와 어떻게든 연계될 새로운 사건들의 실마리를 더욱 궁금해했다.
관련 정보를 철저히 비밀에 부친다고 해서 사람들의 주목을 받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나의 거대한 문화현상으로서 20세기 최고의 업적을 이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스타워즈> 시리즈의 힘은 무시무시했다. 지난 10월 미국에서는 영화 사전 예매 오픈 첫날에 티켓 판매량이 신기록을 거뒀다. 그 이전까지 사전 예매 첫날 신기록을 보유하고 있던 <헝거게임>과 비교해 8배나 많은 수량이 팔려나갔다. 극장체인 중 하나인 아이맥스에서도 예매 첫날 판매액이 650만달러를 기록했다. 현재 증권가에서는 극장수입과 부가판권 등을 비롯해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가 거둬들일 수익이 대략 27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전 오리지널 시리즈 6편이 지금껏 벌어들인 수익의 총합이 44억달러였던 것과 단순 비교해도 영화 단 한편이 이뤄낼 성과로는 대단한 규모다.
돌아온 포스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를 위해서 제작자인 캐슬린 케네디와 연출을 맡은 J. J. 에이브럼스 감독의 진두 지휘 아래, J. J. 에이브럼스와 오랜 세월 함께 작업해온 제작자 브라이언 버크, <미션 임파서블3> <스타트렉: 더 비기닝> <스타트렉: 다크니스> 등을 함께 작업한 대니얼 민델 촬영감독, 의상디자이너인 마이클 캐플란 등이 모였다. 그리고 오리지널 시리즈의 인장과도 같은 영화음악가 존 윌리엄스, 조지 루카스와 함께 <스타워즈> 세계를 건설한 각본가 로렌스 캐스단이 원작의 계승과 새로운 시작을 알리기 위해 노력했다.
무엇보다 J. J. 에이브럼스가 제작 초기에 파격적으로 관철시켰던 것은 바로 뉴페이스의 캐스팅이다. 오리지널 시리즈 역시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신인배우들을 기용해서 지금의 영광을 이뤄냈다는 조지 루카스의 도전정신을 이어받기 위함이었다. J. J. 에이브럼스와 함께 포스의 영광을 안게 된 배우 존 보예가와 데이지 리들리는 시리즈의 마지막 편인 <스타워즈 에피소드6: 제다이의 귀환> 이후 30년이 지난 우주에서 살아가는 캐릭터 ‘핀’과 ‘레이’를 각각 연기한다. 레이는 과거 전쟁의 흔적으로 폐허가 된 사막의 땅 자쿠 행성에서 고물 쓰레기를 주워 팔며 사는 여성이다. 예고편에 의하면 어둠의 세력인 다스 베이더와 황제는 죽었지만 과거 제국군에 속하는 ‘퍼스트 오더’라는 새로운 집단이 여전히 우주의 포스를 어지럽히고 있는 듯 보인다. 그렇지만 레이는 전쟁의 소용돌이와는 조금 떨어진 채로 살아가는 여성 캐릭터다. 그런 그녀와 엄청난 여정의 출발선에 오르는 인물이 존 보예가가 연기하는 핀이라는 캐릭터인데 그는 과거 퍼스트 오더 소속의 스톰트루퍼였다. 어떤 계기를 통해 두 사람이 연결되는지는 모르겠으나 두 사람은 모두 포스의 운용이 가능한 제다이 기사들만 사용하는 라이트세이버로 적에 대적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와 함께 퍼스트 오더에 대항해 싸우는 비행사 ‘포 대머론’(오스카 아이삭)이 등장하고, 루피타 니용은 모션 캡처를 이용해 기괴한 외모의 해적 캐릭터 ‘마즈 카나타’를 연기한다. 역시 모션 캡처 분야의 일인자인 앤디 서키스가 퍼스트 오더 집단의 수장인 ‘슈프림 리더 스노크’를 연기한다. 이 밖에도 퍼스트 오더 소속으로 악역을 맡을 ‘캡틴 파스마’는 그웬돌린 크리스티가, ‘헉스 장군’ 역은 돔놀 글리슨이 연기한다. 이들의 캐릭터나 분량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려진 바가 없다. 대신 간단한 줄거리는 예측해볼 수 있다. 다스 베이더의 죽음 이후에도 여전히 우주를 교란하는 ‘다크사이드’ 세력이 30여년간 힘을 키워나가고 전쟁을 잊고 뿔뿔이 흩어져 살았던 인물들이 새로운 적의 등장에 맞서 그들에 대항할 뉴페이스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모인다. 예고편에 등장한 한솔로와 츄바카가 밀레니엄 팔콘에 올라서며 “집에 돌아왔네”라는 대사를 하는 이유는 그들이 한동안 팔콘에 탈 이유가 없었음을 보여준다.
새로운 액션을 기대한다
<스타워즈> 시리즈가 거대한 문화현상으로서 전 세대를 아우를 수 있었던 이유는 보편적인 이야기뿐만 아니라 여러 상품 가치를 지닌 콘텐츠였기 때문이다. 하여 이를 놓칠 리 없는 디즈니가 엄청나게 많은 물량의 장난감을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영화의 캐릭터와 줄거리 소개보다 제품들이 먼저 소개됐다는 데 있다. 일례로 블록회사 레고에서 디즈니와의 콜라보레이션으로 재출시되는 ‘밀레니엄 팔콘’의 경우, 그동안 한번도 공개되지 않았던 우주선 내부를 조립할 수 있도록 우주선 뚜껑이 열리는 파격적인 디자인을 선보였다. 이전 시리즈에서는 단 한번도 등장하지 않았던 밀레니엄 팔콘의 내부가 영화에 공개된다면 어떨까? 이런 추측은 충분히 신빙성 있다. 왜냐하면 제작진이 런던의 파인우드 스튜디오에 실제 크기의 거대한 밀레니엄 팔콘 세트장을 지어서 촬영했기 때문이다. 전에 없는 액션 공간에서 새로운 액션을 기대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뿐만 아니라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영화의 주요 배경인 자쿠 행성의 모습을 최근 뜨겁게 급부상하고 있는 VR 콘텐츠, 즉 360도 영상을 통해 미리 체험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J. J. 에이브럼스가 구상하는 액션의 컨셉이 최신 기술과 어떻게 조우하는지를 예상해보는 것도 하나의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다.
디즈니와 스타워즈
현재 디즈니가 그리는 ‘스타워즈’ 갤럭시의 규모는 어느 정도일까. 일단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에 이어 라이언 존슨 감독의 <스타워즈 에피소드8>를 2017년 5월26일에, 콜린 트레보로 감독의 <스타워즈 에피소드9>은 2019년 공개를 목표로 새로운 3부작이 제작 중이다. 이 시리즈와 별개로 개러스 에드워즈 감독이 연출하는 스핀오프 영화 <스타워즈: 앤솔러지 로그원>은 2016년 12월에, 그리고 한솔로의 젊은 시절을 다룬 또 한편의 스핀오프 영화는 필 로드와 크리스토퍼 밀러 감독이 공동 연출을 맡아 2018년에 공개할 예정이다. 이뿐만 아니라 과거 조지 루카스 감독의 루카스 필름 시절, 조시 트랭크 감독이 추진하고 있던 ‘보바펫’ 단독 주연 영화도 현재는 진행 성사 여부가 미정이지만 디즈니라면 이 캐릭터의 매력과 인기도를 가만 내버려둘 것 같지 않다. 그리고 디즈니랜드 규모의 <스타워즈> 테마파크를 만드는 일도 있다. 21세기에 어울리는 영화 산업, 그리고 영화를 즐기는 방법에 대해 모색하는 디즈니의 영향 아래 J. J. 에이브럼스가 펼쳐 보일 새로운 우주 여정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그러니까, 디즈니 경영진의 결재를 통과시킨 J. J. 에이브럼스의 <스타워즈>에서는 과연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 그가 만든 영화 <스타트렉> 시리즈의 전례를 떠올려보건대 그는 분명 이전 시리즈의 정통성을 유지하면서도 21세기 현대 관객의 깐깐한 입맛에도 부합하는 날렵한 SF 블록버스터를 만들어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우리에게 포스가 함께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