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타]
그들이 뽑은 2015년 최고의 영화
2016-01-04
글 : 씨네21 취재팀
<나이트 크롤러>

박찬욱 감독 <나이트 크롤러>

내게 올해 단 한편의 영화를 꼽으라면 단연 <나이트 크롤러>다. 영화의 배경인 LA를 이처럼 새롭게 담아낸 영화가 있나 싶다. 그동안 무수히 많은 영화들에서 봐왔던 LA의 이미지가 아니었다. 직접 각본까지 쓴 댄 길로이 감독의 연출도 좋았고, 폴 토머스 앤더슨 감독의 단짝 촬영감독인 로버트 엘스윗이 LA의 풍경과 공기를 표현하는 촬영이 정말 좋았다. 그외 한편을 더 고르라면 요르고스 란티모스의 <더 랍스터>다. 무엇보다 음악이 인상적이었다.

<모스트 바이어런트>

김지운 감독 <모스트 바이어런트>

아직 <스파이 브릿지>를 보지 못했다는 전제하에, 내게 올해의 영화는 <모스트 바이어런트>다. <마진 콜: 24시간, 조작된 진실>(2011), <올 이즈 로스트>(2013) 등을 만든 J. C. 챈더는 할리우드에서 드물게 직접 각본을 쓰는데, 어떤 곤경에 처한 개인을 다루는 솜씨가 놀랍다. 늘 관심 있게 지켜보던 감독이었다. <모스트 바이어런트>는 같은 테마를 더 집중하면서도 확장해낸 것 같다.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도 좋았다. 초반 40분은 전혀 딴생각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그외에는 <버드맨>과 <리바이어던>도 좋았다.

최동훈 감독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가 너무 좋았다. 건조한 톤 앤드 매너와 화산이 터지기 직전의 분위기, 그리고 배우들의 연기 스타일까지 그야말로 손에 땀을 쥐고 봤다. 연출자로서 언제나 고민하는 호흡과 리듬이라는 문제를 특별한 방식으로 담아낸 것 같다. 물론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도 빼놓을 순 없다. 조지 밀러 감독은 내게 앞으로 어떻게 나이를 먹어가야 하는지를 알려주었다. (웃음) <스파이 브릿지>는 구소련 스파이로 등장하는 마크 라일런스가 인상적이었다. 스티븐 스필버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를 함께 조망해볼 때 언제나 경외심을 불러일으키는 감독이다. 끝으로 <슬로우 웨스트>도 좋았다. 마이클 파스빈더 또한 늘 놀라움을 안겨주는 배우지만 코디 스밋 맥피의 표정도 너무 좋더라. 무엇보다 오프닝이 좋은 영화였다.

류승완 감독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올해 나를 가장 흔들었던 영화는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다. 액션 연출이라는 관점에서 언제나 고민하는 것이 서사와의 균형인데, 이처럼 과감하게 돌파한 영화가 있었나 싶다.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도 속 깊은 곳에서부터 뭔가 끌어오르게 했다. 이 영화의 총격전을 보면 마이클 만의 <히트>(1995)의 그 유명한 도심 총격전은 오히려 ‘영화적’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다. 총소리가 쾌감이 아니라 어떤 공포로 다가오게 만든다. 그외 <스파이 브릿지> <나이트 크롤러> <폭스캐처> <위플래쉬> <인사이드 아웃>도 기억에 남는다. <논스톱>(2013)을 함께 만들었던 하우메 코예트 세라 감독과 리암 니슨의 <런 올 나이트>도 좋았다. 마지막으로 한국영화 중에 <무서운 집>을 진짜 재밌게 봤다. 신과 신을 연결할 때 예상하는 그 모든 것을 비켜가는 영화였다. 꼭 세 사람 이상 함께 봐야 하는 영화다. (웃음)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

나홍진 감독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

올해 영화 작업으로 너무 바쁜 시간을 보내느라 부끄럽지만 다른 감독님들이 언급하는 영화들을 하나도 못 봤다. 극장을 찾을 시간이 없었다. 다들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 얘기를 많이 해서 극장에서 내리기 전에 꼭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한편을 굳이 꼽으라면 매튜 본의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다. 마지막에 폭죽 터지는 장면에서는 나도 모르게 박수까지 쳤다. (웃음) 최근 본 영화 중에서는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의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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