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바다표범과 인간을 오가는 셀키요정 <바다의 노래: 벤과 셀키요정의 비밀>
2016-01-13
글 : 문동명 (객원기자)

바닷가 등대에 살고 있는 소년 벤(데이비드 라울). 그의 어머니는 여동생 시얼샤를 낳고 사라진다. 벤은 태어난 지 수년이 지났지만 말을 하지 못하는 동생을 괜히 미워한다. 시얼샤는 어머니가 남긴 코트를 입고 나팔고둥을 불고 바다로 들어가 바다표범과 신비한 밤을 보낸다. 물가에서 쓰러져 있는 시얼샤를 본 아버지(브렌던 글리슨)는 남매를 도시에 사는 할머니에게 보내지만, 벤과 시얼샤는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몰래 길을 나선다. 벤은 시얼샤가 셀키요정임을 알게 되고, 부엉이마녀 마카(피오눌라 플래너건) 역시 시얼샤의 정체를 알고 납치해간다.

아일랜드의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카툰 살롱을 이끄는 톰 무어 감독의 <바다의 노래: 벤과 셀키요정의 비밀>(이하 <바다의 노래>)은, 아일랜드 국보 ‘켈스의 서’가 만들어진 배경 설화를 그린 전작 <켈스의 비밀>(2009)에 이어 다시 모국의 옛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든 작품이다. 남매가 고향 집으로 돌아가는 신비하고 위험한 여정을 따라가는 구성으로 진행되지만, 모험보다는 판타지가 훨씬 더 짙게 드러난다. 바다표범과 인간을 오가는 셀키요정을 구현하기 위한 비주얼은 관객의 눈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그 위에 세밀하게 짜여진 사운드 디자인과 계속해서 울리는 자장가는 <바다의 노래> 특유의 몽환적인 분위기를 한껏 더한다. 모험에 따르는 박진감은 거의 없이, 화면을 가득 메우는 2D 이미지에 홀려 러닝타임을 느릿느릿 지나가는 경험을 선사한다. 하여 어린이 애니메이션의 쾌활하고 발랄한 분위기를 기대하는 이들은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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