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형적으로만 보면 CJ엔터테인먼트의 2015년은 화려했다. 경쟁이 치열한 여름과 겨울 성수기 시장에서 두편의 ‘천만영화’(<국제시장>(2014년 12월17일 개봉), <베테랑>, 이하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가 탄생했고, <악의 연대기>(219만여명), <탐정: 더 비기닝>(262만여명), <검은 사제들>(544만여명) 같은 중급 규모의 영화가 체면을 세웠다. 반면, 기대에 못 미친 작품들도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CJ엔터테인먼트는 문화사업 분야에서 ‘글로벌 톱10’으로 도약하겠다는 CJ그룹의 비전대로 해외사업 성과를 조금씩 내고 있다.
-지난해 창립 20주년을 맞았다.
=영화산업에서 20년이라는 구력이 생겼다. 20년에 걸맞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까 싶다.
-그 점에서 2015년 사업은 어땠나.
=<국제시장> <베테랑> <히말라야> 같은 규모가 큰 작품이 좋은 성적을 거둔 반면, 아쉬운 작품도 있었다. 제작비 규모가 크든 작든 모든 작품이 좋은 평가를 받았어야 했는데 그러질 못해 아쉽다. 손익분기점(BEP)을 넘기는 게 영화의 목표는 아니지만 평가가 다소 안 좋더라도 손익분기점을 넘겨야 실력인 것 같다.
-흥미로웠던 건 <베테랑>이 애초에 텐트폴 배급 전략으로 기획된 작품이 아님에도 여름 시장에 개봉해 천만 관객을 불러모았다는 사실이다.
=텐트폴 전략은 큰 시장에 큰 작품을 내놓는 건데, <베테랑>은 큰 시장에 좋은 작품을 내놓으면 성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올해 제작비 규모가 큰 영화가 많은데, 알맞은 시장에 알맞은 작품을 내는 게 맞는 것 같다. 단순히 큰 시장이라고 해서 큰 영화를 내는 건 아니라는 얘기다.
-그럼에도 최근 한국영화는 텐트폴 배급 전략이 강화되는 반면, 중급 영화 흥행이 저조한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런 양극화 현상이 라인업을 꾸리는 과정에서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나.
=양극화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입소문이 과거에 비해 빨리 퍼진다는 사실이다. 개봉한 지 하루 만에 좋은 영화는 더욱 잘되고, 안 좋은 영화는 관객수가 확 떨어지지 않나. 원론적인 얘기이긴 하지만 결국은 좋은 시나리오가 중요하다. 어떤 장르든 시나리오가 좋으면 제작비 규모가 커도 투자를 하는 거고, 그렇지 않으면 제작비 규모가 작아도 투자를 할 수 없다.
-<수상한 그녀>가 중국(<20세여 다시 한번>), 베트남(<내가 니 할매다>)에서 새롭게 개발돼 흥행했다. 올해 4월에는 일본에서도 개봉된다. 하나의 아이템(IP)을 각기 다른 아시아 국가에서 개발해 선보이고 있는데.
=직원들이 예전에는 내수시장만 생각했는데 이런 사례들을 경험하면서 시각이 넓어진 것 같다. 우리가 만든 말이긴 하지만, ‘원 소스 멀티 테러터리’(One Source Multi Territory) 전략을 통해 해외 매출액이 국내 매출액을 능가하는 게 2020년 목표다. 그게 미래의 새 먹거리 산업인 문화에 임하는 우리만의 경쟁력인 것 같다.
-중국 투자•배급팀을 중심으로 한 인사가 곧 단행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인사는 CJ엔터테인먼트가 중국쪽 사업에 좀더 집중하겠다는 뜻으로 이해해도 되나.
=맞다. 중국 영화산업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많아야 2, 3년이라고 본다. 그 시간 안에 CJ의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과제이자 목표다.
-CJ가 모태펀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속하는 까닭에 사모펀드(소수의 투자자로부터 모은 자금을 주식, 채권 등에 운영하는 펀드.-편집자)를 결성하려는 것으로 알고 있다.
=소문이 나오는 대로 그렇게 적극적으로 결성하고 있진 않다. 영화 콘텐츠에 관심이 많은 투자자들이 많은 까닭에 자연스럽게 사모펀드가 결성되고 있으니까. 딱히 모태펀드 때문에 그런 움직임이 있는 건 아닌 것 같다.
-2016년 자사 라인업 중 기대작을 꼽아달라.
=올해가 제일 꼽기 어려운 것 같다. 강우석, 박찬욱 같은 거장 감독님들의 작품이 많다. 그렇다고 한 작품을 꼽으면 다른 감독님과 제작자들이 문자를 보내셔서. (웃음)
-타사 라인업 중 기대되는 작품은 무엇인가.
=김지운 감독이 연출하고 송강호씨가 출연하는 <밀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