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주가다? 웹툰을 본다? <술꾼도시처녀들>을 모를 수 없다. 2014년 다음에서 연재를 시작해 시즌5를 연재 중인 지금, 하루 조회 수가 50만뷰에 달한다는 <술꾼도시처녀들>은 ‘술꾼’이자 ‘도시처녀’들인 37살 동갑내기 정뚱, 꾸미, 리우를 주인공으로 해 술을 둘러싼 소소한 에피소드를 풀어내는 작품이다. 술꾼의 즐거움과 애환을 리얼하게 그려낸 미깡 작가는 세 여자와 동갑내기이자 각 캐릭터의 면면을 조금씩 닮아 있는 인물이다. 그녀는 애주가인 자신의 경험담과 주변에서 보고 들은 이야기를 각색해 현실 밀착형 웹툰을 그려냈다. 미깡 작가와 만난 시간은 아쉽게도 이른 낮. 술은 없지만 진하게 나눴던 주담(酒談)을 전한다.
-<술꾼도시처녀들>(이하 <술도녀>)이 첫 데뷔작이다. 술 좋아하나. (웃음)
=물론이다. (웃음) 웹툰 작가가 되고 싶어서 소재로 술을 선택한 게 아니라 술얘기를 하고 싶어서 웹툰을 그린 거다. 친구들끼리 술을 마실 때 이걸 찍어놓으면 그대로 홍상수 감독 영화겠다는 말을 자주 했다. 친구들과 낄낄대려고 만화를 그려서 다음 리그, 네이버 도전만화에 올렸다. 보통은 순위가 올라가다가 승급이 되는데, 다음에서 바로 정식으로 연재하자고 하더라. 운이 좋았지. 여러모로 엉성한데도 사랑을 받았던 건, 술꾼들의 공감을 이끌어냈기 때문 아닐까. 내가 술꾼이고 친구들이 술꾼이니(웃음) 술 이야기는 내가 가장 잘 알고 자신 있는 주제다.
-‘술꾼’인 ‘도시’의 ‘처녀들’을 주인공으로 선택한 이유는 뭔가.
=인물들이 나와 동갑이다. 35살에서 시작해서 이제 37살이 됐다. 내 나이와 일, 내가 얘기할 수 있는 배경으로 술 이야기를 시작한 거다. 술꾼이지만 술만 마실 순 없지 않나. (웃음) 나는 8년간 인문학 콘텐츠를 기획하는 회사에서 일하다, 기업 사외보에서 프리랜서 기자를 했다. 술을 중심으로 내가 겪어온 도시생활 혹은 직장생활, 내 또래 여자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그려내려 했다.
-정뚱, 꾸미, 리우 캐릭터는 어떻게 잡았나. 실제 자신의 모습도 담겨 있는지.
=나를 셋으로 쪼갰다. 외모와 프리랜서라는 직업, 고양이를 키우는 건 꾸미와 닮았고, 리우의 여성스러움과 소심함도 내게 있으며 뚱이의 까칠함 같은 성질도 있다. (웃음) 다양한 성격의 여자 캐릭터들로 이야기를 다각도로 전개하려는 게 목적이었다. 같은 술꾼이라도 어떤 사람은 술 먹고 싸움닭이 되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은 유쾌해지기도 하고 다 다르잖나. 술을 둘러싼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술도녀>의 꾸미 가면을 준비했다. 얼굴을 공개하지 않는 이유가 있나.
=매화 웹툰 말미에 올리는 안주와 지역 추천글이 있다. 여태까지 추천한 곳들에서 한번도 내가 <술도녀> 작가라고 밝히고 마신 적이 없다. 그런데 술집에서 내 얼굴을 알아보고 서비스라도 하나 주게 되면, 작품이 변질되는 거다. 또, 편하게 술 먹고 ‘꽐라’가 되려면 얼굴이 안 알려지는 편이 낫다. (웃음)
-맛집 취재도 일이겠다. 취재비도 만만찮겠는데.
=연재 시작하고 임신을 하게 돼서 그간 구축해둔 맛집 DB가 다 떨어졌다. 매주 실시간으로 취재를 진행한다. (웃음) 친구들의 추천도 받고 스스로 찾아내기도 하며 일주일에 한두번은 나가고 있다. 막상 갔는데 별로면 다른 집을 서둘러 찾는다. 독자들을 실망시킬 순 없으니 철저하게 하는 편이다. 취재비를 원래 가계부 식비 항목으로 넣었는데, 요샌 경비 항목에 넣어서 죄책감을 덜고 있다. (웃음)
-<술도녀> 안주 맛집 지도도 있더라.
=다음 테마지도에선 이제 내려왔고, 한 독자가 만든 구글 지도가 있다. 독자들은 어떻게든 소개된 집을 찾아내더라. (웃음) 맛집 쏠림 현상 때문에 지역을 뺄까도 생각했는데, 독자들이 감질나고 서운해할 것 같아 계속 표기하고 있다.
-‘술도녀’에게도 러브라인이 생겼다. 정뚱은 한잔씨와 아쉬운 이별을 했고, 꾸미는 마 작가와 열애 중이며, 리우에게는 새로운 남자가 다가오고 있다.
=매편 기승전‘술’로 끝나는 만화라 반복되다 보면 너무 쉽게 예상 가능하지 않겠나. 새 시즌을 진행하면서 새로움도 주고, 전체를 관통하는 큰 그림도 있어야겠다 싶었다. 나와 캐릭터들은 동갑내기들로 생애주기를 같이 가고 있기 때문에, 곧 누군가는 결혼할 수도 있고 비혼으로 살 수도 있다. 그래도 ‘술도녀들’의 이야기는 계속될 거다.
-손으로 직접 만화를 그린다. 태블릿을 굳이 이용하지 않는 까닭은.
=스케치북에 수채화 물감으로 그린다. 처음엔 할 줄 몰라서 못했고 지금은 조금 배웠는데, 엉성한 수채화 그림이 이 만화와 잘 어울리는 것 같더라. 태블릿으로 그리면 선이고 색이고 깔끔하게 떨어지는데 만화와 어울리지도 않고, 감당할 실력도 안 된다. (웃음)
-허영만 작가가 주목하는 작가로 꼽았고 인터뷰도 많이 했다. 첫 작품으로 많은 사랑과 주목을 받았는데.
=허영만 선생님이 술을 좋아하셔서 그런 것 같다. (웃음) 선생님이 윤태호 작가 작품을 보러오셨다가 밑에 있어서 눌렀는데 마음에 드셨다고. (웃음) 술꾼들은 술친구가 생긴 것 같다고 하더라. 술 좋아하는 사람들끼리의 연대와 공감대가 형성된 게 사랑받는 이유 같다. 인터뷰도 많이 해서 민망한데, 기자들도 술꾼이라 날 좋아하는 것 같다. (웃음)
-<술도녀>는 드라마 판권이 팔렸다고.
=제작사 오보이프로젝트에서 판권을 사갔고, 제작 초기 단계다. 방송사가 확정된 건 아니지만 올해 안엔 나오지 않을까 싶다. 내 손을 떠난 일이지만, 캐릭터들의 개성이 잘 지켜지면 좋을 것 같다.
-차기작 계획은 있나.
=구체적인 건 아니지만 준비하려 한다. 웹툰 작가를 하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건 아니지만, 문예창작과를 나온 소설가 지망생이었기에 언제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발목을 잡는 건 그림이다. <술도녀>에선 엉성한 그림이 가능했지만 진지한 이야기를 한다면 이 정도로는 안 된다. 그림 때문에 기획을 축소시키고 싶지 않아 그림 연습을 열심히 하려고 한다. 만화만 수년을 연습하고 공부하는 분도 있는데 나는 굉장히 운 좋게 데뷔를 하게 됐다. 한번은 행운이었지만, 두 번째는 진짜 실력으로 해낼 생각이다.
함께 나이먹어가는 술 친구, <술꾼도시처녀들>
‘술꾼도시처녀들’의 본격 음주 라이프를 그려낸 일명 <술도녀>에는 37살 동갑내기의 세 여자가 등장한다. 출판기획자 정뚱, 프리랜서 작가 꾸미, 웹디자이너 리우의 공통점은 술을 너무나 사랑한다는 것. 보름달을 보면 감자전에 막걸리가 떠오르고, 만취해 가방에 메뉴판을 넣어오는 일은 예사며, 술 마시는 게 왜 벌칙인지 도통 이해할 수 없는 그녀들이다. 술을 둘러싼 소소하거나 웃기거나 한심하거나 따듯한 에피소드들을 담아낸 4컷 만화를 정갈한 손그림으로 그려냈다. 매회 마지막엔 빠지지 않는 안주 추천까지, 애주가들에게 술친구 같은 웹툰이다.
‘술도녀’의 주도
“‘과음하지 말고 적당히 끊자.’ 대학 때는 맛도 멋도 모르고 죽자사자 마셨다. 술맛을 알고 즐기게 된 건 삼십대부터다. 체력적으로도 막 마실 수 없게 됐고. 술은 내일도 모레도 글피도 마셔야 하기 때문에(웃음), 지금 이 순간 조금 더 마시고 싶은 건 끊어야 한다. 하지만 절대 중독자는 아니다. (웃음) 일상에서 완벽하게 일을 해내려는 타입이라 늘 긴장감과 스트레스가 있다. 술 마시면 유쾌해지고 긴장이 풀리니 자기 전에 한잔씩 마시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