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비전문 배우 출신 소녀들의 자연스러운 연기 <무스탕: 랄리의 여름>
2016-03-16
글 : 송효정 (영화평론가)

다섯 자매는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남학생과 물놀이를 한 것이 구설에 올라 집에 감금된다. 부모 없이 삼촌과 할머니의 손에 자라는 자매들이 사는 곳은 이슬람교 전통이 강한 터키의 외딴 마을. 탈선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그림과 군것질거리를 압수당한 채 휴대폰과 인터넷마저 차단당한 지루한 일상이 이어진다.

영화는 보수적인 이슬람교 공동체 속에서 살아가는 다섯 자매의 일상과 탈주를 다룬다. 여성은 정숙하고 온순해야 한다는 폭력적 신념하에 소녀들에게는 순결검사, 신부수업, 강제결혼이 강요된다. 여성들에게는 관람의 기회조차 허용되지 않던 축구 경기이지만, 소녀들은 집을 몰래 빠져나가 응원의 열기 속에서 욕망의 해방구를 발견한다. 이성에 대한 호기심과 자유로운 세계에 대한 동경은 담장 밖을 갈망하게 하지만 벽은 점점 높아지고 창에 쇠창살이 쳐지는 등 집은 더 빈틈없는 철옹성이 되어간다. 첫사랑 중인 첫째는 거침없는 욕망에 몸을 맡긴다. 무뚝뚝한 둘째는 사랑을 아직 모른다. 감수성이 풍부한 셋째는 신비롭고 조금 위험하다. 온순한 넷째와 달리 막내는 다혈질의 축구팬으로 자립심이 강하다. 영화는 막내 랄리의 시선을 따라가며 전개된다.

영화는 평범한 소녀들이 경험한 흔들리는 여름날을 따라간다. 다섯 소녀의 감성 충만한 일상을 쾌활하게 따라가던 영화는 점차 진지한 성장 드라마로 질감을 바꾸어간다. 핸드헬드 촬영으로 소녀의 감성에 밀착하여 전개되지만, 감정의 몰입을 강요하지 않는 절제된 연출력이 인상적이다. 열혈 관중의 난동을 막고자 남성의 축구장 출입을 금지하고 여성과 어린이만 입장시켰던 2011년의 ‘금남축구’ 사건도 영화의 소재로 등장한다. 터키에서 출생하여 프랑스, 터키, 미국을 오가며 성장한 데니즈 감제 에르구벤 감독의 첫 장편으로 감독의 경험이 일부 반영된 자전적 영화다. 영화는 칸국제영화제와 베니스국제영화제에 초청되었으며, 세자르영화제에서 각본상, 음악상, 편집상, 데뷔작품상 등 4개 부문을 수상하는 등 각종 국제영화제에서 호평받았다. 흑해 연안에 위치한 터키의 한 작은 마을인 이네볼루를 배경으로 한 담백한 풍광과 비전문 배우 출신인 소녀들의 자연스러운 연기가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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