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1969년, 영국’ 학교에서 발생한 미스터리 현상 <폴링>
2016-03-23
글 : 우혜경 (영화평론가)

1969년 영국, 보수적인 여학교에 다니는 리디아(메이지 윌리엄스)와 아비(플로렌스 퓨)는 단짝이다. 하지만 내성적이고 조용한 리디아는 자유분방한 성격에 인기가 많은 아비가 한편 부럽기도 하다. 얼마 후, 아비가 갑작스럽게 리디아의 곁을 떠나게 되자 혼자 남겨진 리디아는 이유 없이 자꾸만 기절하는 증세를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내 이 증세는 리디아의 학교 친구들과 교사에게까지 번져간다.

<폴링>은 ‘보수적인 학교-반항적인 여고생’이라는 조합에 사춘기 소녀들의 불안정한 정신과 육체를 더해 더없이 완벽한 미스터리 공간을 만들어낸다. 학교에서 발생하는 ‘집단 기절’ 현상은 ‘분신사바’ 주문의 변주처럼 보인다. 하지만 영화는 미스터리를 파헤치기보다 몽환적으로 오컬트적 감수성을 전시하는 데 더 많은 공을 들인다. 이때 소녀들이 전염병처럼 경험하는 기절 현상은 일종의 의식에 가깝다. 이 의식을 통해 소녀들은 친구의 상실을 받아들이고, 성적으로 성숙해가는 자신의 몸을 받아들인다. 그리고 이 과정은 자신들의 정신을 옥죄려는 학교-사회의 틀에 균열을 만들어낸다.

어쩐지 일본이었다면 낯설지 않았을 이야기가 ‘1969년, 영국’이라는 독특한 시공간적 배경에 놓이니 신비함은 배가된다. 두명의 배우, 메이지 윌리엄스와 플로렌스 퓨가 내뿜는 미스터리한 아우라도 큰 역할을 한다. 하지만 여러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적절히 강약조절해 응집력 있게 하나로 묶어내는 힘이 모자라 영화가 전반적으로 산만하게 느껴지는 건 조금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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