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칸 스페셜] 제69회 칸국제영화제 개막 리포트
2016-05-13
글·사진 : 김성훈
취재지원 : 최현정 (파리 통신원)

“삐뽀, 삐뽀, 삐뽀.” 개막식 하루 전날인 5월10일(프랑스 현지시각), 칸국제영화제(이하 칸영화제)가 열리는 팔레 드 페스티벌 앞 라 크루아제트 거리는 경찰차 사이렌 소리가 쉴 새 없이 울려 퍼졌다. 프랑스 정부가 영화제 개막을 앞두고 테러를 예방하기 위해 수백명의 경찰과 특수부대를 칸에 투입한 것이다. 베르나르 카즈뇌브 프랑스 내무장관은 “프랑스에 아직 테러가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며 “경찰, 특수부대뿐만 아니라 민간요원 400명을 투입했으며 조금도 방심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칸 시내에만 500대의 CCTV가 설치될 정도로 단 한순간도 긴장을 놓지 않은 가운데, 제69회 칸영화제가 5월11일 막을 올렸다.

“올해는 스타들이 대거 참석하는 해다.” <르몽드>에 보도된 티에리 프레모 칸 예술감독의 말대로 올해 칸 상영작은 “우리가 잘 아는 감독들의 작품이 대부분”이다. <할리우드 리포터>는 “우디 앨런의 <카페 소사이어티>가 배우 크리스틴 스튜어트, 제시 아이젠버그, 블레이크 라이블리, 스티븐 카렐과 함께 영화제를 화려하게 연다. 조디 포스터, 줄리아 로버츠가 조디 포스터 감독의 <머니 몬스터>로, 스티븐 스필버그가 <The BFG>로, 라이언 고슬링, 러셀 크로, 킴 베이싱어가 셰인 블랙 감독의 <나이스 가이즈>로 칸을 찾는다”고 미국영화의 강세와 할리우드 스타들의 칸 방문을 강조했다.

칸 단골손님들의 진기록 경신도 볼 수 있다. 올해 칸을 찾은 감독 중 무려 6명이 6번 이상 칸영화제로부터 초청받은 바 있다. 켄 로치가 18번, 우디 앨런이 14번, 짐 자무시가 10번, 올리비에 아사야스가 8번, 다르덴 형제가 8번, 페드로 알모도바르가 6번 칸을 찾았다.

경쟁부문은 유럽과 북미의 초강세다. 총 21편 중 17편이 유럽과 북미영화다. 박찬욱, 브리얀테 멘도사, 아쉬가르 파라디 등 세명이 포진한 아시아영화도 그리 나쁘지 않은 성적이다. <누벨 오브제르바퇴르>는 “외관상으로는 지난해에 비해 조화로운 선택이지만, 이탈리아영화는 보이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탈리아영화는 지난해 무려 세편(난니 모레티의 <나의 어머니>, 파올로 소렌티노의 <유스>, 마테오 가로네의 <테일 오브 테일즈>)이나 경쟁부문에 진출한 바 있다. <르몽드>에서 티에리 프레모는 “아주 오랫동안 칸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독일영화는 경쟁부문에 진출한 마렌 아데의 <토니 어드만>으로 일단락되었다”며 “남미는 필로 멘도사의 <아쿠아리우스>로 자리를 지킬 예정이지만 아프리카, 러시아, 아랍어권 영화는 경쟁부문에서 제외되었다”고 말했다.

“영화산업뿐만 아니라 다른 문화산업에서도 성차별이 많다. 그래서 칸영화제는 칸에 온 여성감독들이 예술적, 산업적 성취를 이룰 수 있도록 앞으로 그들의 영화를 많이 상영할 것이다.” 지난해 칸영화제 기간 동안 진행된 토크 행사 ‘우먼 인 모션’에서 꺼낸 티에리 프레모의 말을 반영이라도 한 것일까. 여성감독이 마이웬과 발레리 돈젤리 두명뿐이었던 지난해에 비해 올해는 한명 더 늘어 세명(마렌 아데, 안드레아 아놀드, 니콜 가르시아)이 경쟁부문에 초대받았다. 하지만 <르 피가로>는 “1939년 이후 여성감독이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건 단 한번뿐(제인 캠피온의 <피아노>)”이었다며 “21편 중 3편이 선정된, 이 ‘발전’에 박수칠 수 있을까” 라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어쨌거나 제69회 칸영화제는 개막작인 우디 앨런의 <카페 소사이어티>를 시작으로 5월11일부터 22일까지 11일간의 레이스에 돌입한다. <씨네21>은 경쟁부문 21편 중 기대작 10편을 꼽았다. 당장 감상할 수 있는 리스트는 아니지만, 조만간 한국 극장가에서도 만날 수 있을 듯하니 점찍어두시길. 그리고 개막작 <카페 소사이어티>의 리뷰와 경쟁부문 심사위원단 기자회견에서 나온 인상적인 말들을 덧붙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