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디 앨런의 46번째 영화 <카페 소사이어티>는 193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꿈을 찾아 할리우드에 온 한 젊은 남자의 뒤를 쫓는다. 그의 이름은 바비(제시 아이젠버그). 외삼촌 필(스티븐 카렐)이 할리우드에서 잘나가는 제작자인 덕분에 그는 손쉽게 영화계 사람들과 친분을 쌓게 되고, 필의 비서 보니(크리스틴 스튜어트)에게 사랑을 느낀다. 하지만 그녀에겐 이미 애인이 있다. 보니는 안정적이지만 바쁜 애인과 자신만을 바라보는 바비 사이에서 갈등하다 결국 애인을 택한다. 바비는 다시 뉴욕으로 떠나고, 그로부터 시간이 흘러 두 남녀는 뉴욕에서 재회한다.
1930년대 할리우드를 조명한다고 해서 코언 형제의 <헤일, 시저!> 같은 영화를 떠올리면 오산이다. 진저 로저스, 베티 데이비스, 프레드 아스테어와 게리 쿠퍼처럼 당대를 풍미하던 스타들의 이름이 수두룩하게 호명되지만 그들은 그저 바비와 보니가 살아가며 스쳐 지나는 풍경에 불과할 뿐이다. 백만장자와 패션잡지 모델, 스포츠 스타와 정치인들이 밤마다 한데 모여드는 뉴욕의 카페 소사이어티도 마찬가지다. 밤공기를 타고 흐르는 재즈 선율처럼 인생은 흐르고, 사람도 변한다. 그 가운데 변하지 않는 감정도 있기 마련이나 <카페 소사이어티>의 인물들은 애써 삶의 흐름을 거스르기보다 자신이 선택하지 않았던 길을 아련하게 꿈꾸는 쪽을 택한다. 등장인물들의 복합적인 감정이 응축된 이 영화의 엔딩 신은 다소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흘러가던 <카페 소사이어티>에 강렬한 마침표를 찍는다. 흐리고 서늘한 2016년 5월의 칸과 더없이 잘 어울리는 개막작. <버라이어티>는 이 영화를 “아름답지만 지나치게 친숙한 할리우드 삼각관계”라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