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 대학 졸업식, 코미디언 코난 오브라이언이 연단에 오른다. “요즘 같은 때에 채용을 활발히 하는 곳은 동네빵집과 마약 갱단뿐입니다. 현실을 받아들이세요.” 청년들이 처한 현실을 위트 있게 꼬집으며 시작하는 영화 <홀리워킹데이>는 호주 ‘워홀러’(워킹홀리데이에 참가하는 사람)들의 현실을 따라가는 다큐멘터리다. 매년 3만명의 젊은이들이 ‘일과 여행을 병행’하는 삶을 꿈꾸며 호주행 비행기에 오른다. 희원도 마찬가지. 비자를 연장하려던 그녀는 ‘세컨드 비자’(second visa)를 함께 준비할 친구들을 구한다. 세컨드 비자는 1차산업에서 88일 이상 일해야 신청 요건이 갖춰진다. 네명의 한국 청년들은 세컨드 비자 하나만을 목표로 지옥의 농장 투어를 시작한다.
워킹홀리데이를 두고 누군가는 도피라고 말하고, 누군가는 큰돈을 벌 기회라고 말한다. 감독은 본인을 포함한 워홀러들의 생활을 관찰하며 제도를 둘러싼 무성한 소문을 밝힌다. 워홀러들의 생활을 일반화할 순 없지만 영화는 ‘일과 여행을 병행한다’는 말이 얼마나 허황됐는지를 카메라에 담기는 청년들의 적나라한 고생으로 증명한다. ‘농노’라는 자조 섞인 말처럼 고수익 블루베리 농장으로부터 연락을 기다리는 주인공 4인방은 ‘일단 지금은’ 딸기 농장, ‘일단 지금은’ 양파 농장에서 일하며 매일을 버텨나간다. 그러다가 문득 스스로에게 묻는다. “도대체 왜 세컨드 비자를 따려 했던 거지….” 이역만리의 생활과 한국 땅에서 청년들이 마주하는 상황이 겹친다. 워홀러들을 향한 원어민들의 차별 어린 시선은 외국인 노동자를 대하는 한국 사회의 시선과 포개지며 시사점을 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