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_ 빅뱅으로도 처음이지만, 내가 주연으로 영화에 참여하는 것도 처음이라 기분이 새롭다.
승리_ 영화 만든다고 할 때 멤버들끼리 기대가 컸다. 이례적인 일이지 않나. 아이돌 그룹이 영화를 리얼하게 찍는다는 게. 영화를 보니 다섯명의 성격이 그대로 담겨 있어 즐겁더라.
대성_ 말하기 그렇지만 내가 보기에 우리 다섯명 모두 미친놈 같다. (웃음) 그런데 그 모습이 정말 내추럴하게 나갔고 우리가 봐도 재밌더라.
태양_ 우리야 스스로를 너무 잘 아니까 우리끼리만, 또는 주변 사람들만 재밌어할까봐 걱정이 되긴 하더라. 공감대가 떨어질까봐. 그런데 막상 보니 조금 더 나가도 괜찮았을 것 같다. 이걸 찍을 때, 나중에 우리가 봤을 때 ‘우리가 저때 그랬구나’를 알 수 있게 사실적으로 나가길 원했다. 그래야 의미가 있지 않나, 꾸미고 포장하는 것보다는. 이제 연륜이 좀 생기면서 우리가 메이드를 한 거다. 마틴 스코시즈가 만든 롤링스톤스의 공연 다큐멘터리 <샤인 어 라이트>(2008)나 마이클 잭슨의 다큐멘터리 <마이클 잭슨의 디스 이즈 잇>(2009) 같은 걸 보면 그들이 아티스트로서 너무 멋있다. 우리도 그런 의미를 찾고 싶었다. 이전에 우리 이야기를 담은 책(<세상에 너를 소리쳐!>)을 낸 것은 우리 의도이기보다는 회사가 주도한 방식이었다. 영화는 우리가 직접 의견을 내고 참여해서 원하는 쪽으로 많이 이끌어갔다.
승리_ 이건 200% 리얼리티다. 우리는 카메라를 의식해본 적이 없다. (웃음)
지드래곤_ 우리끼리 딱히 호흡을 맞출 필요가 없었다. 지난해 5월부터 <MADE> 투어를 시작하면서 근 10개월간 우리가 있는 곳이라면 어딜 가나 카메라가 있었고, 우리는 원래 하던 대로 행동했다. 물론 연기자인 멤버도 있지만 아닌 멤버가 더 많기 때문에 어색하고 뻘쭘해질 수도 있었다. 그래서 정말 속된 말로 ‘쌩으로’ 가자고 합의를 했다. 그 기반으로 만든 다큐멘터리라 날것의 느낌이 전달되어서 그게 재미로 다가오는 것 같다. 보면 알겠지만, 애들이 모두 원래 정신이 없다. (웃음)
태양_ 사실은 영화를 찍을 때 더 말도 안 되는 웃긴 상황들이 많았다.
지드래곤_ 가편집이 많이 됐다.
태양_ 그보다 카메라에 안 실린 것이 더 많다. 카메라가 없을 때 진짜 웃긴 게 더 많아서 내가 막 화낸 적도 있다. 왜 이걸 안 찍었냐고. 너무 아쉽더라. 이걸 찍었어야 하는데. (웃음)
탑_ 어색하지 않았던 이유가, 시작부터 카메라는 신경쓰지 않겠다는 컨셉으로 행동했기 때문이다. 카메라를 의식하면 움직임이 너무 딱딱하고 어색해 보인다는 걸 우리가 잘 알기도 했고.
지드래곤_ 시대가 바뀌었다. 예전에는 가수나 연예인, 하면 신비주의였다. 우리 사장님 세대가 그랬고. (웃음) 그런데 이제는 SNS로 내가 뭘 하는지, 어디에 있는지 모든 사람이 공유하는 시대다. 우리끼리 만든 울타리 안에 갇히기보다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려 했다. 빅뱅 10주년을 맞아 보다 큰 그룹으로 가기 위해서 좀더 오픈하고 싶었다. 지금으로서는 그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선물이 아닐까.
대성_ 영화를 통해서 ‘빅뱅’을 봤다기보다 거울을 통해서 나를 몰래 보는 느낌이 들었다. 아, 내가 저런 사람이었구나, 내가 타인에게 저렇게 행동하는 사람이구나를 느꼈다. 그사이에 많이 변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승리_ 멤버들끼리 항상 하는 말이지만 한번쯤은 관객석에 앉아서 빅뱅 공연을 보고 싶었다. 이번 영화는 진짜 그대로의 다섯명이 들어가 있다. 월드투어의 추억도 스쳐지나가고, 같이한 에너지들이 듬뿍 담겼다. 영화 를 보니 정말 잘 만들었구나 싶고 이 영화에 대한 애정이 더 커졌다.
태양_ 서로에 대한 생각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데뷔 때 찍은 다큐멘터리(<리얼다큐 빅뱅>)도 그랬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가장 현실적인 모습을 담고 있어서 나중에 보면 새롭게 느껴질 것들이 많다.
지드래곤_ 우리가 예능이나 방송 출연을 잘 안 하는 데다, 출연해도 멤버가 아닌 다른 사람들과 같이 나온다. 그런데 우린 멤버 외의 다른 사람들과 같이 있으면 수줍어한다. 우리끼리 있을 때는 우리가 정말 재밌다는 걸 서로 아는데 그걸 딱히 보여줄 기회가 없었다. 우리가 직접 제작을 하고 그 모습을 그대로 담으면 공감대가 클 것 같았다.
탑_ 다들 너무 리얼한 모습이니까. 우리한테는 의미 있는 영상이 되겠구나, 평생 남겠구나 이런 생각도 들면서 한편으로는 너무 리얼하니까….
지드래곤_ 좀 쑥스럽기도 하다. (웃음)
탑_ 하나도 짠 것 없는 우리의 모습이라 쑥스러운 마음이 크면서도 관객이 이걸 봤을 때 과연 어떤 반응일까 기대가 되기도 한다. 뭘 하든 빅뱅에게는 평생 남을 거다. 그래서 시간이 지날수록 모든 결정이 신중해진다. 더 예민해지고, 더 철저해지고, 더 까다로워진다.
지드래곤_ 월드투어의 경우 규모가 워낙 크다. 10년 전에는 체조경기장에서 작게 시작했지만 이제는 전세계에서 공연을 한다. 앨범을 하나 만들기까지 2~3년씩 걸리는 이유도 이제는 어느 하나 허투루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를 위해서도 그렇고, 모두를 위해서도 그렇다. 항상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하는 입장이 되었다.
태양_ 운이 좋아서 여기까지 왔고, 그렇게 무대 경력이 쌓이다보니 알게 된게 많다. 견문이 넓어지면서 듣고 본 것도 많아졌다. 아무리 잘 보이려고 해도 섬세한 부분까지 신경을 안 쓰면 완벽한 무대를 만들 수가 없다. 우리가 원하는 그림을 만들기 위해서 다른 스탭한테도 그 의지를 피력하고 함께하려는 마음이 더 커진 것 같다.
지드래곤_ 영화 전체로 봤을 때는 굉장히 유쾌한 모습이지만 사실 가볍지만은 않은 이야기다. 지난 10년을 지나오며 우리에게 어떤 고민들이 있었고 어떻게 헤쳐나갔고 또 어떻게 풀었는지, 그리고 앞으로 가야 할 방향 같은 것이 담겨 있다. 그 고민들을 짧게나마 어느 정도는 보여준 것 같다. 우리의 미래를 좀더 기대할 수 있게끔 만드는 기회라 생각한다.
태양_ 물론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멀지만, 우리 각자가 어느 정도는 나아갈 방향을 확실히 다진 것 같다.
승리_ 개인 활동보다는 팀 활동을 열심히 하고 싶다. 나는 연기도 하는데, 많이 부족하다. 공부도 정말 많이 하고 열심히 하는 탑 형을 보면서 나도 진중하게 접근하려고 한다.
지드래곤_ 모든 것에 진중하지는 않다, 얘가. (웃음) 올해는 해외 투어도 진행 중이고, 10주년이라 이 작품을 비롯해서 계속 다양한 콘텐츠를 새롭게 진행 할 거다. 올해 안에 정규 앨범도 마무리해야 하고.
탑_ 10년 뒤에 보면, 이 영화 장르가 성장물로 묶일 것 같다. 지금은 하루하루 행복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살고 싶다. 사회에 남아 있을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니까 작은 것 하나하나가 감동스럽고 감사하다. 그동안 내가 왜 감사를 못 느끼고 살았을까 하면서. 어릴 때는 행복이라는 주제에 대해 크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시간이 지나고 보면 그게 어떤 업적과 커리어를 쌓는 것보다 더 중요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지드래곤_ 이번 작업이 20대의 정리니까 30대 때 하나 더 찍으려고 한다.
태양_ 앞으로의 10년도 중요하다. 또 이런 식으로 영화를 제작하게 된다면 그때는 더 솔직하게 전부 나왔으면 좋겠다. 대성이의 모든 것도.
대성_ 콜이다. 다음엔 페이크 다큐로 찍으면 좋겠다.
